한국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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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도 (2009)영화이야기 2009. 9. 6. 17:56
오감도 는 화려하다. 다섯가지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배우들의 이름만 봐도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설명이 필요없는 영화 의 허진호, 사랑에 관한 여러가지 상황속의 공통점을 찾아낸 감동적인 영화 의 민규동, 강렬하고 세련됐던 의 변혁 감독들만 해도 그야말로 쟁쟁하다. 배우들만해도 배종옥, 김민선, 엄정화, 김효진 그리고 장혁, 황정민, 김강우, 김수로 등등 매력있는 배우들이 많이 나온다. 감독과 배우의 면면을 볼 때 충성도 있는 팬들에겐 스쳐도 몇백만이상은 보증이 되는 조합일 수도 있다. 나같은 경우에는 허진호 감독과 배우 김민선만으로 이 영화를 기대하고 보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이 영화는 흥행은 물론 평가에도 거의 참패에 가까운 수준의 결말을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의 주제는 섹스다. 그것도 다섯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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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지도 못하면서 (Like You Know It All, 2008)영화이야기 2009. 7. 2. 13:11
잘 알지도 못하면서 "감독님, 그런 영화 왜 만드세요?" 홍상수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를 통해서 그동안 보여줬던 균형이나 경계를 허무는 듯해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명확하게 자신을 드러내지도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철저하게 모호해지기로 작정한 듯이 영화를 찍었다. 홍상수는 이번 영화의 주인공인 구경남(김태우)이 자기 자신의 분신임을 숨기지 않는다. 구경남은 극중에서 나름 인지도 있는 영화감독이지만 비주류이다. 그는 마치 주변에서 실제로 들을법한 감독 홍상수에 대한 평가와 비아냥을 영화 속에서 맞닥들인다 '그런 영화를 왜 찍으세요?'라는. 무기력해보였던 구경남이 한껏 목청을 높혀 항변을 하지만 그다지 확신에 차있지도 않거니와 뾰족한 답을 낼 생각도 없어 보인다. 이런 모습을 통해서 홍상수는 자신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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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 Mother, 2009)영화이야기 2009. 6. 1. 02:38
마더 ※ 이 글에는 치명적인(!)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김혜자도 원빈도 묻혀버린 봉준호의 영화 이 영화는 봉준호의 영화이다. 이영화를 이루고 있는 다른 어떠한 강렬한 요소도 봉준호 감독이란 이름에 묻혀버린다. 이를테면 대통령만큼이나 전국민이 알고 있는 대배우 '김혜자' 역시도 희석된다. 젊은 층에게 인기가 많은 원빈 역시도 마찬가지이다. 그것을 알기 때문에 많은 비평가와 관람객들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긴장하면서 대사 하나 씬 하나하나에 집중하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봉준호의 영화는 그렇게 묘한 영화외적인 반응들을 발생시키는 열린(!) 영화내부적 구조가 있다. 그렇다면 80년대 일어났던 화성 연쇄 살인이나 심지어 고질라 류에서나 어울릴 것 같은 괴물 같은 소재도 봉준호의 영화 속에선 여러가지 해석과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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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Sisters on the road , 2009)영화이야기 2009. 5. 10. 00:45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 이 글에는 치명적인(?)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는 것 는 당연함에 대한 이야기이다. 부모는 자식에 대해 책임을 지고, 자식은 부모의 보살핌을 받는 그 과정에서 싹트는 부모 자식간 정과 같은 당연함 말이다. 그러나 현실은 자식과 자장면을 함께 먹기까지 십여년이 걸리는 어떤 아버지가 있기도 하고, 자식을 이십여년이 넘게 깊이 돌보았어도 자신을 표현조차 못하는 아버지가 있기도 하다. 그 간극은 어쩌면 현상과 본질의 차이이다. 흔히들 겉으로 보이는 현상보다 중요한 것이라는 본질 역시도 그렇게 받아들이기에 쉽지 않은 것 또한 현실이다. 형식과 내용이 같이 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그러한 상식이 무너지는 현실 앞에서 우리가 그 당연한 내용, 즉 본질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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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속스캔들 (speedscandal, 2008)영화이야기 2009. 1. 11. 00:46
과속스캔들 과속스캔들은 영약한 영화다. 사실 넋을 놓고 보자면 철없는 아빠로부터 비롯된 좌충우돌 가족 만들기이다. 이 과정에서 준비가 전혀 안되어있는 가족 구성원들이 점점 진정한 가족애를 찾아가는 모두다 즐거운 성장 이야기일 수 있다. 그런데 어찌보면 상투적인 이 코메디 영화가 폭발적인 인기를 끄는 이유가 무얼까? 이 영화가 영악하다고 보는 이유는 이 가족이 연결되는 끈이 이 시대가 가장 이해하기 빠른 코드들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겉보기에는 순수한 가족애로 보여지지만 있지만, 사실 그 코드는 돈과 상품성이다. 22년만에 갑자기 찾아온 딸과 손주. 아직 싱글이고 젊은 아빠 남현수(차태현 분)가 받아들이기 힘든 것은 당연하다. 그런 딸을 회유해서 돌려보내려는 무책임함은 오히려 현실적이다. 딸과 와인을 주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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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 홍당무 (Crush And Blush, 2008)영화이야기 2008. 12. 30. 22:55
미쓰 홍당무 의 제작에 있어 두드러진 특색은 크레딧에서 나타난다. 우선 이 영화는 박찬욱 감독이 첫 제작을 맡은 영화다. 예전에도 스타 감독이 제작을 맡아 성공을 거둔 경우는 많다. 이를테면 스티븐 스필버그가 , 그리고 등의 제작을 맡아 대성공을 거두고 또 팬서비스차원에서 직접 까메오로도 출연했던 적이 있다. 이 영화도 그와 유사하다. 그러나 스필버그의 경우는 이전에 그가 직접 감독했던 영화들과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주제와 인물들을 추구하면서 상호 보완적인 영화 -와 혹은 와 -들을 제작했다면, 박찬욱의 경우는 이처럼 유기적인 관계라기 보단 순수한 제작에 그친게 아닐까 싶다. 왜냐면 이 영화는 미처 그가 구현하지 못했던 분야이면서도 그의 와는 다르게 훨씬 짜임새 있고 인물들이 살아있는 영화가 나타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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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설탕 (Lump Of Sugar, 2006)영화이야기 2008. 10. 6. 22:55
각설탕 각설탕은 박하사탕처럼 매개체이다. 박하사탕은 역사앞에서 얼룩지고 무너져내린 내 자신의 순수했던 시절을 연결해주는 상징이었다면, 각설탕은 사랑하는 대상 즉 여기선 '천둥'이라는 말과 주인공 시은(임수정 분)을 연결해주는 고리이다. 영화의 줄거리는 탄탄하다. 그렇지만 그것은 어릴적 많이 보던 순정만화와 비슷한 안정감이다. 주인공인 시은부터 악역, 조력자까지 전형적인 인물들만 나온다. 더욱이 이들보다 더 전형적이고 심지어 상투적인 캐릭터인 말 '천둥'이지만 동물인 까닭에 신선하면서도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내게 한다. 이 우직스러움 앞에선 관객조차 어떤 이해관계나 사실여부에 관대해 질 수 밖에 없다. 솔직히는 눈물을 안흘릴 도리가 없다. 각설탕을 사이에 둔 두 주인공인 시은과 천둥. 시은의 경우에는 경마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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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의 기봉이 (Barefoot Gi Bong, 2006)영화이야기 2008. 4. 26. 19:34
맨발의 기봉이 신현준 때문에 내키지 않다가, 결국 신현준 때문에 감동적이었던 영화. 이 영화는 모두 아다시피 에 엄기봉 아저씨의 이야기를 토대로 만든 즉 실화에 바탕을 둔 이야기이다. 신현준, 임하룡, 김효진이 나오지만 놀라울 정도로 영화는 소박하다. 어릴 때 열병을 앓은 기봉이는 마을에서도 알아주는 효자이다. 그런 기봉이는 어머니에게 틀니를 사다주고 싶어서 마라톤 대회에 나가게 되고, 심장이 약했던 기봉은 어려움 끝에 비록 1등은 아니지만 완주를 하게 되며, 어머니에게는 1등한 아들이 되어 품에 안겨 행복한 웃음을 짓게 된다. 중요한 것은 기봉의 선한 마음보다도 마을 사람들의 따뜻함이다. 엄격하게 말하면 시세보다 턱도 없이 낮은 일당으로 기봉의 노동력을 착취한 비닐하우스 아저씨나, 구멍가계 아줌마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