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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속스캔들 (speedscandal, 2008)
    영화이야기 2009. 1. 11. 00:46
    과속스캔들은 영약한 영화다. 사실 넋을 놓고 보자면 철없는 아빠로부터 비롯된 좌충우돌 가족 만들기이다. 이 과정에서 준비가 전혀 안되어있는 가족 구성원들이 점점 진정한 가족애를 찾아가는  모두다 즐거운 성장 이야기일 수 있다.

    그런데 어찌보면 상투적인 이 코메디 영화가 폭발적인 인기를 끄는 이유가 무얼까? 이 영화가 영악하다고 보는 이유는 이 가족이 연결되는 끈이 이 시대가 가장 이해하기 빠른 코드들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겉보기에는 순수한 가족애로 보여지지만 있지만, 사실 그 코드는  돈과 상품성이다.

    22년만에 갑자기 찾아온 딸과 손주. 아직 싱글이고 젊은 아빠 남현수(차태현 분)가 받아들이기 힘든 것은 당연하다. 그런 딸을 회유해서 돌려보내려는 무책임함은 오히려 현실적이다. 딸과 와인을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만취해버리고 아침에 눈을 뜨자 딸과 나람히 침대에 누워있다 눈을 뜬 현수는 딸과 섹스를 한건 아닐까 착각을 한다. 이불을 들쳐보자 다행히 옷을 입고 있는 자신과 딸의 모습에 비로소 안도를 하는 이 발칙한 장면은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하지만 딸을 혈연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현수의 마음에 대한 무의식 반영한 증거이며 동시에 매우 불쾌한 장면이다.

    이때만해도 현수에게 제인(박보영)은 딸은 커녕 그저 하나의 여성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현수가 제인을 딸로 받아들이는 결정적인 이유는 다른게 아닌 제인의 재능때문이다. 음반에 실패한 가수 출신의 현수는 현재 인기없는 연예인이자 라디오 DJ일 뿐이다. 반면  제인의 가수로서 재능은 매우 탁월하다. 자신의 라디오부스에서 제인이 빼어난 노래와 기타연주 솜씨를 선보이자 현수는 비로소 제인을 자신의 딸로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이 부분은 제인의 아들이자 현수의 자신의 손자인 기동의 천재적인 피아노 솜씨도 마찬가지로 작용한다. 모짜르트 빰치는 기동의 재능은 상품성은 물론이거니와 유치원 선생이라는 연인까지 연결해주는 역할을 해낸다.

    반대로 현수는 제인과 기동에게 필요한 일용한 양식과 거주지 그리고 돈을 제공해준다. 2008년 대한민국의 아버지들이 그렇게 해주고 싶지만 해주기 벅찬 아버지의 역할을 상징적으로 현수는 이미 갖추고 있는 것이다. 물론 영화에서 이런 돈과 상품이라는 의미를 이데올로기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비약이지만, 결과적으로 가장 이해하기 쉬운 한국형 자본주의 코드를 매우 적절하게 사용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따라서 영화에서 의도하던 의도하지 않던 이 가족이 결국 밴드를 결성하는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하나의 완벽한 귀결점이며, 주인공 현수가 마지막으로 흐믓하게 웃으며 바라보던 생명보험 CF야 말로 이런 물신화된 가족의 구성요소로써 가치와 이 가치를 실현하는 이 가족에게 있어 서로의 이익관계이 혈연과 다르지 않음을 상징하게 된다.

    글을 통해 이 가족의 탄생에 저변에 깔려있는 자본의 요소를 고발한다는 것은 아니다. 사실 이정도 때문에 이 영화가 위선적이라거나, 무슨 대단한 폭로라고 할 수 조차 없다.  이 영화는 그정도로 사악한 하지는 않다. 그러나 차태현의 물오른 코믹연기와 박보영의 사랑스러운 노래와 아역인 왕석현의 귀여움 속에서도 불구하고 영화가 표현하려는 가족의 가치를 이해시키기 위해 사용되는 기제로써 '자본'때문에 마냥 웃어주거나 감동하거나 넋놓고 헤피앤드를 즐길 수 없는 예민함이 불쑥 솟아났기에 무시할 수는 없다는 뜻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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