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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감도 (2009)
    영화이야기 2009. 9. 6. 17:56
    <오감도>는 화려하다. 다섯가지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배우들의 이름만 봐도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설명이 필요없는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의 허진호, 사랑에 관한 여러가지 상황속의 공통점을 찾아낸 감동적인 영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의 민규동, 강렬하고 세련됐던 <주홍글씨>의 변혁 감독들만 해도 그야말로 쟁쟁하다.

    배우들만해도 배종옥, 김민선, 엄정화, 김효진 그리고 장혁, 황정민, 김강우, 김수로 등등 매력있는 배우들이 많이 나온다. 감독과 배우의 면면을 볼 때 충성도 있는 팬들에겐 스쳐도 몇백만이상은 보증이 되는 조합일 수도 있다.

    나같은 경우에는 허진호 감독과 배우 김민선만으로 이 영화를 기대하고 보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이 영화는 흥행은 물론 평가에도 거의 참패에 가까운 수준의 결말을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의 주제는 섹스다. 그것도 다섯가지의 섹스. 영화 흥행의 흐름과 코드를 볼 때 전통적으로 소위 야한 영화는 극장에서 크게 흥행이 되지 않았다. 사람들을 많이 찾게 만드는 영화는 재미와 감동이다.  장르로 따지다보면  어드벤처, SF, 재난, 멜러 등등 다양하지만 에로물이 일정수준 이상의 흥행을 이루는 경우는 드물다.

    영화의 주제인 섹스는 각 편에서 다른 관점으로 다뤄지고 있다. 첫째는 시작되는 연인들의 원나잇스탠드를 다루고 있고 두번째는  불치병으로 인해 사별하게 되는 부부의 슬픔을 하지 못하는 섹스를 통해 투영한다  세번째는 하면 죽는 섹스라고 할 수 있는데, 다소 SF적인 요소가 강하다. 네번째로는 동성애와 남편 부인 그리고 정부 간의 교차되는 섹스를 다룬다. 마지막 편에서는 고등학생들의 체인징 파트너를 담고 있다.

    이처럼 훌륭한 배우와 감독들이 빼곡하게 여러가지 세대와 상황의 섹스를 다루고 있는데 왜 흥행과 평가 두가지에서 모두 참패를 당했을까. 앞서 말했듯이 섹스를 다룬 영화는 대부분 재미와 감동이 섞이기 힘들다. 그나마 성공한 영화인 <색계>라던가, <원초적 본능>의 경우에도 사실은 시대극과 미스테리극의 부차적인 기제였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 <오감도>는 마치 섹스를 전면에 내어놓은 것 같지만은 그것은 마케팅의 차원이었을 뿐 실제적으론 그럴 의도도 시간도 맞지 않았다. 따라서  부차적인 장치로 담기엔 이야기가 부족했고, <레드슈 다이어리>처럼 말초적이긴 커녕 고급스러운 연출 덕분에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상태가 되버렸다.

    게다가 각 이야기 마다 등장인물들이 어느정도 엮이긴 했지만, 그저 혈연 친척간의 관계의 고리였을 뿐 이야기로 연결되는 것은 전혀 없었다. 사람들은 총체적인 이야기를 추구한다. 그 속에서 어우러지는 주제와 유머 그리고 성적인 코드라야만 수긍하게 되는 법이다. 말하자면 그 영화가 갖는 입장 즉 장르에 기대를 하게 된다. 이를테면 <죠스>는 공포물, <스타워즈>는  SF 모험물, 그리고 <워낭소리>에서는 인간애, <괴물>에서는 풍자 같은 것들을 기대하고 또 거기에 동화되고 만족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오감도>는 어떤 총체성도 장르도 갖고 있지 못했다. 하나의 공통 주제 즉 섹스라는 코드를 가지고 각 감독과 배우들이 만든 단편들을 그저 물리적으로 붙여놓은 다섯편의 영화였을 뿐이다. 따라서 사람마다 각각의 단편에 대한 소감은 다를 수 밖에 없었다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몇몇가지를 기대했던 관객들을 당황하게 만들거나 지루하게 한다거나 하는 실망을 안겨주게 되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상의 <오감도>가 온전히 이상의 것이었다면 이 영화는 감독과 배우 그리고 이야기들이 몇만가지 조합을 나타내는 파편처럼 어지러웠으며 섹스라는 주제는 그것을 담기에는 너무도 허약한 구조였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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