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각설탕 (Lump Of Sugar, 2006)
    영화이야기 2008. 10. 6. 22:55

    각설탕은 박하사탕처럼 매개체이다. 박하사탕은 역사앞에서 얼룩지고 무너져내린 내 자신의 순수했던 시절을 연결해주는 상징이었다면, 각설탕은 사랑하는 대상 즉 여기선 '천둥'이라는 말과 주인공 시은(임수정 분)을 연결해주는 고리이다.

    영화의 줄거리는 탄탄하다. 그렇지만 그것은 어릴적 많이 보던 순정만화와 비슷한 안정감이다. 주인공인 시은부터 악역, 조력자까지 전형적인 인물들만 나온다. 더욱이 이들보다 더 전형적이고 심지어 상투적인 캐릭터인 말 '천둥'이지만 동물인 까닭에 신선하면서도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내게 한다. 이 우직스러움 앞에선 관객조차 어떤 이해관계나 사실여부에 관대해 질 수 밖에 없다. 솔직히는 눈물을 안흘릴 도리가 없다.

    각설탕을 사이에 둔 두 주인공인 시은과 천둥. 시은의 경우에는 경마계로 대표되는 사회의 부조리 때문에 고뇌하고 번민하다가 자기 자신을 잃고 방황한다. 그러나 천둥이는 홍콩으로 팔려간 후 다시 돌아온 한국에서 모진 고초를 당한다. 나이크클럽에서 소위 삐기 노릇을 하고 학대를 당해도 한눈에 자기 주인을 알아보고, 무슨 일인지 모르게 자신의 등을 피가 나게 채찍질 하는 주인을 위해 자신의 폐가 휴지조각처럼 너덜거리고 찢길 때까지 달리고 또 달려준다.

    이해관계나 그 어떤 타산없이 자신이 사랑하는 대상을 위해 묵묵히 우직스럽게 헌신하는 천둥의 모습에서 우리는 잊고 살았던 우리들의 옛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감동받을 수 밖에 없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소위 학교나 사회에서 "세상은 원래 그런거야"라는 패배감에 젖어드는가. 그런 사람을 사랑하고 남을 위해 희생하는 본래 모습은 마음속에서 '연금'당하고 만다.

    소위 순리라는 것이 있다. 말못하는 짐승도 순리대로 산다. 인간이라고 그렇게 살지 말아야 하는 것은 없다. 세상은 원래 그런거다라고 말하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 역사는 변하는 것이기 때문에 '원래'라는 것은 없다. 자신의 코와 입에서 선지피를 흘리면서 뛰던 천둥이를 부둥켜 않고 흐느끼던 시은의 앞으로의 삶이 어떻게 달라질 지 생각해보자. 그리고 우리 자신, 주변을 한번 돌아보자. 박하사탕처럼 후회와 슬픔이 아닌 각설탕처럼 손을 내미는 따뜻한 우정과 배려의 세상을 한번 꿈꾸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반응형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