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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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제라블 (Les Miserables , 2012)영화이야기 2014. 4. 9. 12:13
'올리버 트위스트'나 '애니'처럼 어려운 환경의 주인공이 나오는 뮤지컬이 많이 있었지만 이 영화처럼 비참하고 슬픈 분위기는 처음인 것 같다. 게다가 서사 자체가 죄와 벌, 혁명을 다룬 뮤지컬임에도 불구하고 '쉘부르의 우산' 이후로 처음 접한 송스루 형식이라 의외였다. 여러모로 생경한 느낌의 뮤지컬이었다. 물론 뮤지컬이란 장르가 주는 발랄함과 해피엔딩 그리고 곳곳에 스며있는 유머를 무조건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몇몇 장면을 빼고는 레미제라블의 원작이 갖는 깊이 때문에 과연 뮤지컬이란 형식이 어울리는 걸까 하는 생각은 지울 수 없었다. SF가 블레이드 러너 이후 진지한 성찰을 담아냈듯이 어쩌면 내가 아직 뮤지컬이란 장르가 동화가 아닌 서사를 담아 내는 것에 적응하지 못한 촌스러움일 수 있지만 몰입이 잘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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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문 (The moon, 2009)영화이야기 2010. 1. 24. 00:32
더 문 나쁜 것도 새로울게 없구나.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격언이 있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세상은 모든 일은 반복된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데자뷔라는 현상 역시도 이러한 회귀의 잔재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는 인간 존엄성에 대한 오래된 주제를 '달'이라는 우주 공간으로 옮겨놓았다. 결혼의 풍습이나, 장례절차 등이 나라나 민족마다 다르듯이 SF공간으로 옮겨진 인간이라는 주제 역시 역사나 현대의 그것과는 분명히 다른 느낌과 상상력이 더해져서 새로운 시각을 선사해준다는 점은 경탄할 만하다. 물론 영화외적으론 가깝던, 먼 미래던 인간 존엄이라는 가치가 훼손되는 일들이 계속 되겠구나 하는 불길함이 밀려오기도 한다. 영화는 인간을 어떻게 바라보느냐는 가치관에 대해 준엄한 잣대를 들이댄다. 마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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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와 혼혈 왕자 (Harry Potter and the Half-Blood Prince, 2009)영화이야기 2009. 7. 19. 00:19
해리 포터와 혼혈 왕자 2년만에 돌아온 해리포터이다. 해리포터가 개봉되면 자연스럽게 극장을 찾게되는데, 영화를 볼 때마다 느끼는 감정은 두가지이다. 첫번째는 이 아이들이 또 훌쩍컸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지난 번 영화의 줄거리가 뭐였지 하는 것이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두가지 점을 느꼈다. 해리포터 시리즈를 언제나 즐겨하고 좋아하지만, 책으론 전혀 읽지 않았기 때문에 순전히 영화만으로 보건대, 점점 영화가 환타지에서 리얼리티로 전환된다는 생각이 든다. 마법의 지팡이를 휘두르고,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날던 모험과 환상의 세계는 이제 더이상 해리포터 연작의 볼거리라 할 수 없다. 오히려 그것이 현실이고 자신의 목숨은 물론이고 자신의 세계의 존망이 달린 심각한 위기를 두 어깨에 얹고 고분분투하는 해리를 볼 때면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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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독 밀리어네어(Slumdog Millionaire, 2008)영화이야기 2009. 4. 20. 00:19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슬럼독 밀리어네어 주인공인 자말 말릭은 퀴즈쇼에서 상금 6억원이 걸려있는 최종 단계에 왔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A: 속임수로 / B: 운이 좋아서 / C: 천재라서 / D: 운명이니까 혹은 영화 속 얘기니깐(It is written) 인도, 쇼비즈니스, 형제, 사랑 그리고 달리기가 이 영화를 이루고 있는 것들이다. 다시 풀어 말하면 인도의 상상을 초월하는 가난과 그로 인한 아동학대. 종교갈등으로 부모를 잃은 어린 형제들의 우정과 가치관의 대립. 운명적인 사랑에 대한 영화이다. 그렇지만 이 모두를 합하면 '환상'이다. '영화'라던가, '고발'이라던가 운명적 '사랑' 등을 전체적 주제로 보기엔 꿈을 꾸는 듯한 이 를 제대로 표현하기는 힘들 것 같다. 영화 속에서 묘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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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세계(It's a Free World..., 2007)영화이야기 2009. 1. 4. 01:21
자유로운 세계 “착취 논리는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이 만든다” 감독 켄 로치가 직접 말한 이 영화 를 통해서 전하고 싶었던 메세지이다. 그동안의 켄 로치의 영화가 억압당하고 착취당하는 노동자, 식민지의 편에 서서 그들의 고통과 투쟁 그리고 절망을 보여주었다면 이번엔 앤지라는 인물을 통해서 반대편 인물에 대한 시각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마치 2차세계 대전에서 독일군 병사가 겪은 전쟁의 참상이랄까, 아니면 5.18 광주항쟁에 진압군으로 투입되었던 공수부대 특전사의 시각과 그 후유증으로 인해 영혼이 파괴되는 과정을 그렸던 과 닿아있다. 오히려 반대편의 시각이 또다른 면의 객관성과 인간이라는 관점에서 한 사건에 대해 더욱 깊숙히 피부로 와닿게 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그보다도 더 분명한 메세지는 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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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Harry Potter And The Order Of The Phoenix, 2007)영화이야기 2007. 10. 6. 02:15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해리포터는 이제 더이상 마법과 동심의 세계가 아니다. 훌쩍 커버린 다니엘 래드클리프, 엠마 왓슨, 루퍼트 그린트 세명의 외모만큼이나 영화의 분위기도 많이 달라지고 있다. 매년 명절을 맞이하듯이 1년 또는 2년 터울로 만들어지는 해리포터의 이야기들은 전편의 내용이 기억나질 않아 이야기를 이어가는데 애를 먹기도 한다. 해리포터가 성장하고 사춘기에 이르러서는 분위기가 많이 어두워지고 있다. 첫편에선 선택받은 마법사의 능력을 지닌 엘리트 혹은 메시아로서 해리포터라고 생각했다면, 점점 성장함에 따라 볼드모트와 정체성의 혼돈에서 데미안처럼 밝음과 어두움에서 고뇌하고 있다. 물론 이것이 영웅들이 흔히 겪는 시험이고 곧 극복되고 마는 시련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말하기엔 영화의 스토리텔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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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디 선데이 (Bloody Sunday, 2002)영화이야기 2007. 9. 13. 20:57
블러디 선데이 이 영화는 1972년 1월 북아일랜드에서 있었던 영국군의 학살사건을 다루고 있다. IRA가 본격화되었던 계기에는 바로 이 '피의 일요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무고한 시민들 14명을 무차별 사격으로 학살했던 30년여년 전의 영국의 공수부대원들은 그 사건으로 영국여왕에게 훈장을 받았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왜곡된 이 사건의 진실은 규명되지 않고 있다. 이 영화는 바로 이 사건을 다루고있는 논픽션 영화다. 또한 영화를 보고나면 이러한 천인공노할 사건을 어떤 식으로 연출할 것인가에 대한 감독의 철학과 방법론 등 더불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논픽션이 가지는 사실감 때문에 실화를 바탕으로한 영화를 만드는 것은 어찌보면 쉬운 작업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사실이 가지는 폭력이나 역사적 의미를 무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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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Pride & Prejudice, 2005)영화이야기 2007. 2. 21. 21:54
오만과 편견 오만과 편견은 사랑을 잘 볼 수 없게 한다. 지금부터 100년이 넘은 옛날에도 사람의 진면목을 제대로 볼 수 없게 만드는 선입견을 만드는 '오만스러운 편견'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소설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제인 오스틴의 일 것이다. 사실 아직 원작을 읽어보지 못했다. 그래서 순전히 영화를 통해 이 이야기에 대해 생각해 본다. 영화를 통해 바라본 옛 영국의 결혼 풍속도에 대한 느낌이나 이 영화의 주인공인 리즈 베넷의 사랑 찾기의 과정 역시도 지금의 관점에서 볼 때는 보수적일 수도 있고 가족의 입장에 서 있는 진부한 이야기로 볼 수 있지만 이것 역시도 당시의 시대에서 진일보한 연애관을 너무 쉽게 무시해버리는 '오만과 편견'일 수도 있겠다. 신데렐라 이야기와 얼핏 닮아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