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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유로운 세계(It's a Free World..., 2007)
    영화이야기 2009. 1. 4. 01:21
    “착취 논리는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이 만든다” 

    감독 켄 로치가 직접 말한 이 영화 <자유로운 세계>를 통해서 전하고 싶었던 메세지이다. 그동안의 켄 로치의 영화가 억압당하고 착취당하는 노동자, 식민지의 편에 서서 그들의 고통과 투쟁 그리고 절망을 보여주었다면 이번엔 앤지라는 인물을 통해서 반대편 인물에 대한 시각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마치 2차세계 대전에서 독일군 병사가 겪은 전쟁의 참상이랄까, 아니면 5.18 광주항쟁에 진압군으로 투입되었던 공수부대 특전사의 시각과 그 후유증으로 인해 영혼이 파괴되는 과정을 그렸던 <박하사탕>과 닿아있다. 오히려 반대편의 시각이 또다른 면의 객관성과 인간이라는 관점에서 한 사건에 대해 더욱 깊숙히 피부로 와닿게 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그보다도 더 분명한 메세지는 이와 같은 다른 시각을을 통해서 그 누구도 '이러한 세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증거한다는 데에 있을 것이다.

    주인공 앤지은 싱글맘이면서 그자신이 비정규직 노동자이다. 앤지는 상사의 성회롱에 대해 항의를 했다가 부당한 해고를 당하고 난 뒤 취업을 알선하는 사업을 본인이 창업하게 된다. 주로 일용직이라도 구하려는 동유럽이나 제3세계 노동자에게 일자리를 알선하는 일을 하게 된다. 처음에는 비교적 합법적으로 알선업을 하면서 이들의 딱한 사정을 같이 아파하기도 한다. 비자없이 들어온 한 이란인 가정을 자기집으로 데려와서 대접을 하기도 하고 이들의 거처를 마련해주기도 한다.

    그러나 자신이 상대하는 고용인들의 은밀한 요구, 즉 불법취업자들의 싼비용과 그들의 불안한 처지를 이용한 억압적인 노동착취를 원하는 요청에 처음에는 반신반의 하다가 결국엔 점점 깊숙히 개입하게 된다. 그런 과정에서 앤지는 처음의 마음과는 전혀 다르게 그들을 이윤 창출의 도구로 보게 되면서 결국엔 인간을 인간으로 보라는 아버지의 충고도, 가장 절친했던 동업자인 엔젤의 재제도 듣지 않게 되고 이주노동자들을 그저 팔아넘기 위해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 인간으로 전락하게 되고 만다.

    이러한 앤지에게 소중한 건 자신의 아들과 힘든 자신의 처지 그리고 남은 건 자신이 사는 이세계가 모두 그렇게 살기를 바란다는 자기합리화 뿐이다. 재미있는 것은 영화 처음에는 앤지의 행동에 박수를 보내거나 동정을 느끼던 관객들도 나중에는 앤지에게 실망하거나 깊은 분노를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것은 감독이 원했던 메세지와는 다르게 풀이될 수도 있다. 나의 기우일 수도 있지만 자본주의에 대한 재고와 이로인한 대안찾기에서 인상비평으로 치우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투쟁이 빠진 이번 켄 로치의 영화는 이런 점에서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 선이 굵은 감독의 세밀한 감정 선에 대한 연출은 매우 인상적이었지만 결국 모두가 피해자라는 것이 그냥 자유로운 세게에서 앤지의 선택에 대한 문제로 논의가 축소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처음에서 끝까지 앤지에 대한 축은함을 유지하지 못한다해도, 그에 대한 애증과 안타까움 그리고 분노 역시도 씁쓸함과 간단하지 만은 않은 복잡한 감정이 뒤섞여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이 영화는 여전히 켄 로치의  영화일 수 밖엔 없을 것이다.

    켄 로치의 위대한 아이러니인 이번 영화는 이 자유로운 세계란 나란 무엇일까 부터 공동체란 무엇일까에 대한 의식의 끈을 놓치고 살게 된다면 마치 불을 항해 뛰어드는 나방처럼 자신의 영혼을 태우고 탐욕의 불길을 더욱 빛나게 만드는 무서운 세계라는 것을 고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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