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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러디 선데이 (Bloody Sunday, 2002)
    영화이야기 2007. 9. 13. 20:57
    이 영화는 1972년 1월 북아일랜드에서 있었던 영국군의 학살사건을 다루고 있다.

    IRA가 본격화되었던 계기에는 바로 이 '피의 일요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무고한 시민들 14명을 무차별 사격으로 학살했던 30년여년 전의 영국의 공수부대원들은 그 사건으로 영국여왕에게 훈장을 받았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왜곡된 이 사건의 진실은 규명되지 않고 있다.

    이 영화는 바로 이 사건을 다루고있는 논픽션 영화다. 또한  영화를 보고나면 이러한 천인공노할 사건을 어떤 식으로 연출할 것인가에 대한 감독의 철학과 방법론 등 더불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논픽션이 가지는 사실감 때문에 실화를 바탕으로한 영화를 만드는 것은 어찌보면 쉬운 작업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사실이 가지는 폭력이나 역사적 의미를 무겁게 받아들인다면, 사실에서 뿜어나는 진실과 그 정신을 훼손하지 않고 영화로 표현한다는 것은 매우 고된 부담감을 주는 작업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영화의 경우, 현대사를 다룰 때 대체로 빗겨가거나 아니면 감정적인 대중화를 통해 표현해왔다고 볼 수 있다. 광주를 다룬 <꽃잎>의 모호함이나, 북파간첩을 다룬 <실미도>의 대중성, 그리고 <화려한 휴가>에서 보였던 성급한 감성에서 아쉬움이 많았던 것 또한 사실이다. 차라리 대중적 재미를 따라가다가 당시의 역사적 상황을 표현한 봉준호 감독의 일련의 작품들이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이 더욱 컸다고 볼 수 있다.

    여러가지 말보다, 한마디의 굵직함이 더욱 신뢰성있게 와닿는건 영화나 현실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런점에서 <블러디 선데이>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대체로 영화의 느낌은 객관적이며, 아주 절제되어 있으면서 다큐멘터리 기법을 차용하여 현장감이 느껴진다는 점이 공통점이 감상이다. 하지만 영화 전체를 다루는 시각은 이미 그날의 사건에 대해 정의를 내리고 있으며, 이 학살에 대한 부당함과 민중의 항쟁에 대한 정당성을 어떻게 가감없이 알릴 수 있을까 하는 깊은 고민이 배어져 있음을 영화 곳곳에서 나타내주고 있다.

    흔들리는 카메라 웍에서 이 사건이 사실이라는 것을 더욱 인지시켜주고 있으며, 영국 공수부대와 작전본부에 카메라를 들이대면서 이 학살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하고 있다. 게다가 영화의 중심적 인물이 되고 있는 북아일랜드의 비폭력주의자인 아이반 의원의 시각과 흔들리는 행보,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에 나타나는 사망자 명단 발표 장면과 공수부대원들의 훈장 수여 자막을 교차 편집 등은 이 영화가 얼마나 강한 메세지 전달을 위해서 치밀하게 준비하였는지를 엿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단순하게 누가 선하고, 누가 악한지를 나누는데 급급하지 않고, 이런 ㅂ비극적인 학살이 어떻게 이루어졌으며, 그 과정에서 학살당하는 민중의 모습과, 그 가운데 번민하는 중간지대의 모습을 교차적, 입체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중립적일 수 없는(!) 부당한 사건에 대해 최대한 객관적이으로 보이는 기법을 통해 가장 강렬하게 진실의 메세지를 던져주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이 이 영화가 <화려한 휴가>가 메세지 전달에 실패했던 것과 비교되는 이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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