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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문 (The moon, 2009)
    영화이야기 2010. 1. 24. 00:32

    나쁜 것도 새로울게 없구나.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격언이 있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세상은 모든 일은 반복된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데자뷔라는 현상 역시도 이러한 회귀의 잔재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는 인간 존엄성에 대한 오래된 주제를 '달'이라는 우주 공간으로 옮겨놓았다. 결혼의 풍습이나, 장례절차 등이 나라나 민족마다 다르듯이  SF공간으로 옮겨진 인간이라는 주제 역시 역사나 현대의 그것과는 분명히 다른 느낌과 상상력이 더해져서 새로운 시각을 선사해준다는 점은 경탄할 만하다. 물론 영화외적으론 가깝던, 먼 미래던 인간 존엄이라는 가치가 훼손되는 일들이 계속 되겠구나 하는 불길함이 밀려오기도 한다.

    영화는 인간을 어떻게 바라보느냐는 가치관에 대해 준엄한 잣대를 들이댄다. 마치 지난 역사에서 흑인을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고 노예를 삼았던 것처럼, 가까운 예로는 비정규직 차별 등 처럼 클론 역시도 인간 존엄의 가치에서 궁극적으로 다르지않다는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미래에도 지배세력은 자본이다.

    이 영화의 특색은 단순히 이것을 우주공간으로 미래 시점의상상력을 펼쳤다는 데에만 있지않다. 엄밀히 말하자면 이런 영화로는 원조격인 <블레이드 러너>, <NO.5>같은 영화와 크게 다를바 없다. 이 영화는 그런 중에서도 정부나 관료가 아닌 기업을 억압의 주체로 내세웠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지금 우리의 현실에서도 재벌이라는 대기업군이 국가의 실질적인 통치 세력인 것과 마찬가지로 미래 역시도 더욱 섬세해지고 교묘해져가는 지배 세력으로서 기업을 상정하는 것은 전혀 어색할 것이 없다.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달에서 최고의 이윤을 남기는 천연에너지 자원을 발견했을 때, 그 먼 곳에 로켓으로 사람을 보내서 일을 하려면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것도 한사람만을 보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클론 수백명을 만들어놓고 3년마다 폐기하고 재생하여(영화 속에선 아마도 3년이란 기간은 클론 기술의 문제점일 것이다) 거의 영구적으로 노동을 시킬 수 있다면 그 비용 절감 효과는 막대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을까? 그것은 바로 우리도 그들도 생명이기 때문이다. 영화 속의 기업을 욕할 수도 없을 정도로  같은 인간이 인간을 지배하고 통치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이해서 '인간 취급'을 하지 않는 일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영화에서는 오히려 이러한 범죄를 바로잡는 것이 사법기관으로 비교적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는 것도 꽤나 낭만적인 설정이란 느낌일 뿐이다.

    돈이 중요하기 때문에, 경제를 살려야 하기 때문에, 우리 나라가 잘먹고 잘살기 위해서 라는 전 지구의 통치자들의 한결같은 거짓말을 뒤로하고, 끝까지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 자신의 임무라고 잘라 말하는 '커티'라는 로봇의 말처럼 인간 존엄의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생명임을 인간임을 증명하는 정의이기 때문이다.

    뱀발) 우주 기지의 이름이 '사랑'이고, 클론을 폐기하기 직전에 나오는 안내영상에서 '안녕히 가세요'라는 한국말이 나오는 걸 보면, 영화 내에 해당 기업은 아마도 한국기업이 아닌가 싶다. 세계 어느 곳에도 뒤지지 않는 물신주의가 팽배한 한국을 상정하는 것인지, 아니면 어떤 면에서의 인종주의인지는 알길이 없지만, 우연의 일치는 아닌 듯 싶다면 과잉반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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