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영화이야기 2014. 4. 9. 12:19
기분 꿀꿀할 땐 주로 만화를 보곤 했는데, 저번주 내내 tvn의 을 보았다. 원래부터 타임머신류의 영화를 좋아했었는데, 이 드라마는 정말 기가막히게 잘 만들어져 보는 내내 거의 넋을 잃고 빠져들었다. 다만 결말까지 보는 이들을 내내 숨졸이게 하던 모든 행위들이 결국 '인생은 의지다'라는 얘기를 하기 위한 장치로써 운명론을 내세웠던 것이 좀 허탈했다. 물론 이 허탈함은 그만큼 순전히 깊게 열광했기 때문이다. 비록 막판으로 갈수록 너무 꼬여버려 조금 지치기도 했고 혹시 작가 감당안되어서 다 꿈이었다고 해버리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였지만 끝까지 긴장감과 흡입력이 떨어지지 않는 극본과 연출력은 정말 대단했다. 끝으로 결말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한데, 다른 걸 다 떠나서 50대가 된 즉 늙어버린 선우를 보니..
-
레미제라블 (Les Miserables , 2012)영화이야기 2014. 4. 9. 12:13
'올리버 트위스트'나 '애니'처럼 어려운 환경의 주인공이 나오는 뮤지컬이 많이 있었지만 이 영화처럼 비참하고 슬픈 분위기는 처음인 것 같다. 게다가 서사 자체가 죄와 벌, 혁명을 다룬 뮤지컬임에도 불구하고 '쉘부르의 우산' 이후로 처음 접한 송스루 형식이라 의외였다. 여러모로 생경한 느낌의 뮤지컬이었다. 물론 뮤지컬이란 장르가 주는 발랄함과 해피엔딩 그리고 곳곳에 스며있는 유머를 무조건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몇몇 장면을 빼고는 레미제라블의 원작이 갖는 깊이 때문에 과연 뮤지컬이란 형식이 어울리는 걸까 하는 생각은 지울 수 없었다. SF가 블레이드 러너 이후 진지한 성찰을 담아냈듯이 어쩌면 내가 아직 뮤지컬이란 장르가 동화가 아닌 서사를 담아 내는 것에 적응하지 못한 촌스러움일 수 있지만 몰입이 잘되지 ..
-
악인 (Villain , 2010)영화이야기 2014. 4. 5. 19:22
일본판 레미제라블이라고나 할까. 삶이 비루하거나 가난한 것은 그들도 그들의 가족의 잘못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비극과 밀접해진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는 슬프다. 어떤 의미에서 진정한 악인은 자신의 분노가 아닌 타인에 대한 조롱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속에서 악이란 개인적이 아니기 때문에 악인을 명확하게 정의하기는 힘든 부분이 있다. 분명한 것은 세상의 모든 일은 연관이 있다는 것인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악과 선도 우리 사회의 거울이라 할 수 있으며 사회의 목표와 달리 지배의 논리는 선함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그들을 희생양으로 삼기를 원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 속 사랑은 애처롭기 그지 없다. 사랑이 철갑을 두르기까지 한두사람의 애정은 더욱 더 그렇다. 이것이 이들과 장발장의 차이라고 할까. ..
-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Letters From Iwo Jima , 2006)영화이야기 2014. 4. 5. 18:59
앞서 보았던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태평양 전쟁의 연작이다. 사전 지식 없이 보자면 일본영화로 착각할 만큼 등장인물과 배경 심지어 대사까지도 일본어이다. 이오지마라는 전쟁의 요충지에서 벌어졌던 두 영화 중 미국의 시각에서 전쟁을 바라보는 시선을 교정한 것이 전작이었다면 이번 영화는 보편적인 인간의 관점에서 전쟁을 서사하고 있다. 이오지마에서 죽어간 일본 제국주의하의 병사들 역시 인간이었다는 관점인데, 그들이 말하는 국가와 천황에 대한 충성은 국가 이데올로기라는 허위와 지배층이 필요로 했던 무사 정신의 악랄한 혼합이었으며 한꺼풀만 벗겨내면 그들 역시 가족과 자신의 삶을 지키고 싶었던 인간이었을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다만 이오지마에서 죽은 병사들 중에선 일본 제국주의의 허위라는 철학적 고찰과는 완전히 다..
-
그때는 그에게 안부 전해줘 (Say Hello for Me , 2007)영화이야기 2014. 4. 3. 12:44
는 세번째로 본 이치카와 다쿠지 원작의 영화이다. 사랑하는 주인공, 특히 여자 주인공이 특수한(비현실적으로) 처지에 놓이는 것은 동일하다. 전작인 와는 비슷한 설정이고 는 환타지란 점이 다르다. 소위 다쿠지 소설에선 반전으로 작용하는 감동의 코드가 있는데 이번에도 역시 영화 말미에 후일담처럼 숨겨왔던 여자주인공의 순애보와 결단(!)을 보여주는 부분이 빠지지 않는다. 눈물 쏙 빼는 이런 시점 차이는 여전히 감성을 울리긴 하지만 의의로 이번 작품은 해피엔딩이라서 여운의 차이는 있었던 것 같다. 다만 최근에 을 읽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으나 일본인의 '유년 시절'에 대한 강렬한 동경은 안타까울 정도이다. 에도시대부터 근대화까지 그리고 패전 이후 현대까지도 지배 권력의 전국민 무사화 -실제론 병영 문화화- 속에서 ..
-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 (Heavenly Forest , 2006)영화이야기 2014. 4. 3. 12:35
이 영화를 보고나니 이치카와 다쿠지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이전 작품 와 이 영화 밖에 보지 못하였지만 두 작품 모두 동화적 신비로움, 순수한 사랑에 대한 감동이란 분위기 외에도 특유의 독특함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앞서 말한 유년시절의 순수함이 일본 특유의 멜러의 특징이라면, 다쿠지의 특성은 바로 여성의 선택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점에 있다. 두 영화 모두 사랑을 선택하고 자신을 희생하는 것은 순전히 여성 자신의 선택이다. 이후 남겨진 사람은 항상 남자이다. 다쿠지야는 여성을 결정권자 혹은 신으로 여기는 어린 시절의 감성을 충실히 다루고 있는 소설가라 할 것이다. 어떤 면에선 패전 이후 상실된 고래의 일본사회의 여성성에 대한 향수일 수도 있겠지만, 이것은 아직도 일본은 미래보다는 과거,..
-
남영동1985 (Namyeong-dong1985 , 2012)영화이야기 2014. 4. 3. 12:29
정지영 감독판 한국 현대사 리얼리티 영화의 두번째 작품이다. 전작인 '부러진 화살'보다도 사실적이고 메세지 또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진지하다. 해방 이후 20세기 말까지 한국의 현대사에 영화로 재조명될 사건은 정말 무수하다. 단순히 소재적 측면이 아니라 실제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역사 인식을 위해서도 시급하고도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교육과 언론의 환경을 볼 때 더욱 더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고 김근태 의원이 겪은 80년대의 고문의 경험은 당시 정권의 성격에 대한 무거운 상기와 이후 정상국가를 위한 방향에 대한 깊은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남영동 198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