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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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열대어 (Cold Fish , 2010)영화이야기 2014. 4. 3. 12:24
소위 고어영화류는 왠만하면 보지 않는다. 피범벅 속에 전달되는 메세지가 없기 때문이다. 이 영화 역시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스토리와 메세지 속에 어느정도 역할이 있다는 점이 그나마 수긍할만 하다. 여튼 이 영화는 지독히도 일본적이다. 따지고 보면 자신의 본분에 충실한 일본 특유의 문화가 방향을 잃을 때 주인공은 주군을 살해하고, 부정한 아내에 복수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 일련의 시대극 같은 구성은 주인공이 발현하는 그리고 일본 관객이 그리워하는 일본 무사도 정신을 나타내고 싶은 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차가운 열대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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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헌트 (The Hunt , 2012)영화이야기 2014. 4. 3. 12:19
친구, 우정, 신뢰 알고보면 모두 덧없는 환상이다. 어떤 면에서는 가장 가깝다는 사람조차 실은 나를 잘 모르는 사이일지 모른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 별탈없이 산다는 것은 다른 것 없이 정말 운이 좋은 거라고 할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이 주인공은 자신을 믿고 끝까지 당당하다. 게다가 마지막 장면에서 미운 일곱살 클라라를 안아주는 모습을 보니 인생이 무얼까 경외심마저 들었다. 세상살이와 인간 무리가 더럽게 고달프지만 주인공을 보니 새삼 희망이란 것이 보인다. 더 헌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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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칭 포 슈가맨 (Searching for Sugar Man , 2011)영화이야기 2014. 4. 3. 08:18
왠지 이 다큐의 포스터에 보이는 '로드리게즈'라는 인물은 멕시칸 계통의 생김때문에 예전에 봤던 '라밤바'의 리치 발렌스를 연상시키지만 그와는 반대로 꽤나 우울한 느낌을 자아내는 모습이었다. 예상대로 이 비극적 인물에 대한 어둡고 우울한 여정이 전개되나 했더니 그와는 정반대였다. 세상의 모든 것은 연관되어있으며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가 엷던 짙게던 누군가에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실제로 이 지구상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게 했는지 믿을 수 없는 기적을 소개시켜 주고 있다. 특히 주인공 로드리게즈의 삶에 대한 태도를 보면 젊은 날 그가 보여줬던 통찰력있는 노래보다도 그의 인생 자체가 더 큰 감동으로 그리고 메세지로 다가온다. 서칭 포 슈가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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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진 것처럼 (Like Someone in Love , 2012)영화이야기 2014. 4. 2. 13:04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진실이 작동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이고 어쩌면 불가능한 것일까? 때문에 발생하는 진짜 문제는 비겁한 우리들의 일상적 '위선'이다. 이런 허위와 욕망에 대해 말할 때 말할 때 얄팍한 연애를 통해 매우 뛰어난 직관을 보여준 것이 홍상수 감독이었다면,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이 영화는 거대한 '통찰'을 선사한다. 현대 우리 도시의 삶에서 진리는 우리를 자유케하는 것이 아니라 부담스러우며 심지어 까무러치게도 한다. 사랑에 빠진 것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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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 : 괴물을 삼킨 아이 2013영화이야기 2014. 4. 2. 12:58
레비스트로스는 오이디푸스 신화에 대해서 '대답이 없는 질문' 즉 커뮤니케이션 과잉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그런데 영화는 정반대로 스핑크스를 퍼시필의 전설에 녹여 질문도 대답도 없는 '괴물'로 치환했다. 이 두가지 신화의 도치를 꿀꺽하고 삼킨이 화이다. 따라서 피범벅이 된 폭력은 과잉이지만 이에 대해 어떤 대답을 꼭 해줘야만 할 것 같은 스핑크스는 입을 닫은 채 과묵하다. 그래서 결말에 '질문이 없는 대답'만이 남아버린 화이의 총알은 순결할 수 밖에 없다고 강요한다. 화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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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인 파리 (Midnight in Paris , 2011)영화이야기 2014. 4. 2. 12:54
저마다 황금시대는 다르다. 그러나 대부분 지금보다 과거를 그리워하기 마련이다. 1920년대 파리와 당시 예술가를 동경하던 주인공은 결국 최고의 시대는 따로 없으며 언제던 스스로 만드는 것이라 선언하고 현재의 파리에 남는다. 그런 후 피앙세인 맥 아담스를 뻥차고 예술도 로맨스도 자신이 만들어 나가기로 한다. 우디 앨런의 타임슬립 로맨스. 다른 건 몰라도 90년 전의 파리와 피카소, 헤밍웨이, 달리 그리고 로맨스와 낭만은 정말 타임머신을 탄 듯했다. 미드나잇 인 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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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더스 게임 (Ender's Game , 2013)영화이야기 2014. 4. 2. 12:52
해리포터, 매트릭스, 스타크래프트 등 많은 작품들의 SF적 영감을 주었던 앤더스게임. 이처럼 원작에서 뿜어내는 수많은 콘텐츠와 모티브 외에 특별함은 없었던 것 같다. 다만 생존에 있어선 복수도 명분도 모두 부차적이라지만 줄리어스 시저나 나폴레옹 보다도 거대한 일을 해낸 소년 엔더는 자기 행동의 주체는 커녕 인류라는 이름하에 가장 강력한 복수의 도구가 되어 버린다. 어떻게 보자면 인류의 복수심은 적은 영원히 적이라는 규정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며 인류 자신이 이룬 모든 위대한 것들을 생존이라는 미명 아래 속이고 가둬버린다. 이런 폭력에 뭔가 개운치 못했는지 영화의 엔딩은 어린 앤더에게 미필적 고의를 따질 것이 아니라 인류의 작은 희망이라고 볼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위선적이다. 엔더스게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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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 (The Attorney , 2013)영화이야기 2014. 4. 2. 12:46
소위 한류라는 이름 아래 아이돌을 앞세운 가요계는 잘나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예전 가수들의 실력이 지금하고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물론 한류라는 것이 만들어지기 까지 나라의 경제력도 영향을 끼쳤겠으나, 한편 독재 시절 무시무시하고 어이없던 규제와 억압이 가수들의 창작성과 능력을 국내외적으로 떨칠 수 없게 가둬버린 것도 사실이다. 모든 여건이 확연히 예전에 비해서 나아진 요즘 우리 영화는 가요계와 달리 지난시절을 - 정확히는 봉인된 우리 역사를 - 직시하는 모습을 조금은 보이고 있어 다행이다. 물론 상업성이나 자극적 요소가 적지않다. 더 제대로리면야 코스타 카브리스나 켄 로치 같은 감독이 한 열 한두 배는 더 나와야하겠지만. 변호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