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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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 황석영독후감 2006. 8. 30. 15:41
손님 - 황석영 지음/창비(창작과비평사)실제 한국전쟁 당시 황해도 신천에서 있었던 민간인 학살사건을 다룬 소설이다. 공식적으로 북한에선 '신천 미제양민학살'으로 규정하고 있고, 남쪽에선 거의 알려지지 않은 사건이다. 소설은 그곳에서 기독교 우익집안에서 태어나 현재는 미국에 살고 있는 류요섭이란 목사가 북한을 손님으로 방문하는 이야기이다. 여기에 당시 신천 학살에 참여했던 우익과 좌익의 망자들이 소설 속에 '헛것'으로 등장해 당시의 실제 있었던 일을 고향을 방문한 류요섭과 나누며 당시의 참상을 짚어 나간다. 소설에서는 죽어서도 이 땅을 떠나지 못하는 '망자'들이 고향을 찾아온 주인공에게 증언을 한다는 형식은 공상적이지만 역설적이게도 현재와 과거를 잇는 매우 사실적인 묘사가 배가되는 효과가 있다. 남쪽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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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 로렌 슬레이터독후감 2006. 8. 12. 12:23
이 책은 세상을 뒤바꾼 위대한 심리 실험 10장면이란 부제로 스키너, 밀그램, 달리와 라타네 등의 심리학과 인간 사회에 큰 획을 그은 실험과 심리학자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이한 점은 저자 특유의 감각으로 소설과 같은 이야기 형식으로 내용을 풀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구성으로 된 경제학에 관한 '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이란 책이 있지만, 단순히 지식과 학설의 나열이 아닌 마치 다빈치코드같은 소설을 읽는 것 같은 구성의 배치로 흥미로움을 배가해 준다. 저자는 심리학의 관점에서 오해받고 왜곡된 초기의 심리학자들의 용기와 성과들을 현대의 관점에서 재해석한다. 가장 대표적 예가 인간사육자로 알려진 스키너의 진실과 오류를 객관적으로 다시 소개하는 것이 그렇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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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 김영하독후감 2006. 8. 8. 00:23
특이함이 진부해질 수도 있는게 요즘같다. 이런 보기드문 제목 때문에 내용이 진부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을 자아낸 느낌은 마치 신인감독의 멋드러진 포스터를 한번 더 흘깃보며 입장하는 영화관 앞에서의 느낌이랄까. 2006년도에 1999년에 쓴 작가 김영하의 소설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하는 내가 한국 문학에 대해 무관심해서 일 수도 있겠지만, 김영하의 첫 소설집을 읽는 나는 그랬다. 내가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것은 한석규 · 이은주의 영화인 '주홍글씨'의 원작자라는 것 때문이었으며, 그 후 TV에서 공지영이 독일에 북페스티벌인가에 참여했을 때 한국 작가 대 외국 작가 들의 미니 축구에서 땀을 뻘뻘흘리며 축구를 하던 영상과 조훈현 기사 만큼은 아니었지만 금연을 했다는 말에 인상 깊었던 기억들이 전부다. 평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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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치민 평전 - 찰스 펜독후감 2006. 8. 4. 01:10
호치민 평전 - 찰스 펜 지음, 김기태 옮김/자인 프랑스의 오랜 식민지에서 제1차 인도차이나 전쟁에서 프랑스를 물리치고 이어 당시에도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을 상대로 베트남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던 베트남의 호치민에 대한 평전이다. 저자인 미국인 찰스 펜은 AP 통신기자와 미정보국에서 일했던 이력을 바탕으로 호치민과 직접 접촉할 수 있었던 인물로서 호치민이라는 지도자의 일생과 사상 이 평전 통해 소개해주고 있다. 이 평전을 읽고있으면 확실히 위인전과는 다름을 알 수 있다. 인물의 비범함과 감동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에피소드와 미확인 이야기를 모은 작가 주관적 소문들은 배제하고 철저히 객관적인 사료와 행적을 위주로 평전을 써내려가고 있다. 평전인 만큼 작가의 평과 견해가 들어가고 있긴 하지만 저널리스트와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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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아비 - 김애란독후감 2006. 7. 26. 11:04
최연소 한국일보 문학상에 빛나는 김애란의 단편소설집이다. 얼마전 대종상 시상식이 있었지만 상의 권위가 부정되는 일은 오늘내일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상을 통해 이름이 비로소 알려진 수많은 작가 중에는 상의 유무를 떠나 우리에게 좋은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것은 결과적으로 그 수가 많다. 그만큼 공감이 되거나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다수의 기준에 부합되는 사고나 문학적 상상력은 어느정도 담보가 되기 때문이다. 25살의 종합일간지 문학상 수상자라는 다소 질투가 날만한 천재성은 이 단편소설을 통해서 보면, 그 나이에 가난과 세상과 삶에 대한 고민의 흔적을 볼 때는 고개가 숙여지는 치열함이 배어있다. 이 단편들은 가족, 특히 아버지 그리고 현대인의 삶과 가난 이란 공통된 면에서 하나의 연작소설이란 느낌이 든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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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연습 - 조정래독후감 2006. 7. 12. 09:26
, , 등의 대하소설로 유명한 작가 조정래에게 이번에 나온 이라는 장편은 23년만의 일이라 한다. 장편보다 더 긴 소설을 쓴 작가이기 때문에 23년만의 장편이라는 책소개에서 처음엔 조금 의아했다면,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결국 대하소설 작가에겐 긴 여정의 대하소설이 어울린다는 소감이 들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소설 태백산맥은 20대 초 나에겐 큰 의미를 지닌 소설이었지만,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역사적인 사실에 대한 눈을 띄게 해주었다는 의미가 큰 반면, 인간에 대한 그리고 문학에 대한 사유의 폭을 넓혔다고는 우문한 내 자신은 느끼진 못한다. 태백산맥은 근현대사에 있어 실제 존재했을 수많은 사람들이 등장하고, 또 그들이 겪고 느끼는 다양한 이야기와 삶 속에서 마치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생생한 경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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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의 경제학 카페독후감 2006. 6. 5. 13:43
좋지 않은 습관이지만 내겐 책을 두번씩 읽는 일은 드물다. (영화는 본 영화를 수십번 본 적도 있지만) 그만큼 이 책이 좋다는 뜻은 아니고, 경제학과 관련해 산 책이 얼마 없기에 이 책을 다시 들게 되었다. 이 책은 제목대로 정통적인 의미의 경제학 소개서는 아니다. 작가인 유시민의 시각으로 경제학을 소개하고 있으며 경제학 전반에 대한 이론과 학설을 딱딱하지 않게 마치 강의실이나 선배한테 직접 듣는 듯한 어투로 전개하고 있어 독자들이 받아들이기 쉽다. 2002년 현재의 한국 사회, 정치에 대한 예제도 풍부하다. 이 책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부터 GNP, 이자, 저축, 조세, 환율 등등의 경제학 일반에 대한 개념을 설명해주고 있지만 책장을 넘기다보면 경제학 혹은 경제학자의 관점으로 본 세상이 어떤 것인가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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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글쓰기 특강 - 강준만독후감 2006. 5. 8. 16:43
명쾌한 사회과학 비평, 그것도 실명으로 비판을 서슴치 않는 강준만 교수가 쓴 대학생을 위한 논술 특강이다. 실제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글쓰기 강의를 경험으로한 현장감과 풍부한 실례는 마치 그의 강의를 듣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특히 그리 멀지 않는 2005년의 이슈를 중심으로한 설명과 요즘 젊은 사람들의 글쓰기와 글쓰기 체계의 가장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인터넷 문제 등의 분석은 단순한 글쓰기 방식이 아닌 실생활에 생생하게 와닿는 부분임으로 시사하는 점이 많았다. 사실 이 책의 내용은 제목대로 대학생들만을 위한, 그리고 논술만을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균형잡힌 시각으로 사회와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을 제시해 주고 있다. 이를테면 세상의 모든 사건이나 현상에는 밝은 면이 있다면 어두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