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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달려라 아비 - 김애란

로뿌호프 2006. 7. 26. 11:04

최연소 한국일보 문학상에 빛나는 김애란의 단편소설집이다. 얼마전 대종상 시상식이 있었지만 상의 권위가 부정되는 일은 오늘내일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상을 통해 이름이 비로소 알려진 수많은 작가 중에는 상의 유무를 떠나 우리에게 좋은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것은 결과적으로 그 수가 많다. 그만큼 공감이 되거나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다수의 기준에 부합되는 사고나 문학적 상상력은 어느정도 담보가 되기 때문이다. 

25살의 종합일간지 문학상 수상자라는 다소 질투가 날만한 천재성은 이 단편소설을 통해서 보면, 그 나이에 가난과 세상과 삶에 대한 고민의 흔적을 볼 때는 고개가 숙여지는 치열함이 배어있다. 이 단편들은 가족, 특히 아버지 그리고 현대인의 삶과 가난 이란 공통된 면에서 하나의 연작소설이란 느낌이 든다.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가난과 아버지의 부재 혹은 외로움등의 환경에 처해있지만 페이소스와는 조금 다른 문학적 상상력으로 긍정적인 눈을 가지고 깔끔하고 다소 해학적인 언어를 구사하고 있다. 

이부분에서 이 소설은 사회주의 리얼리즘과는 정반대에 있기는 하지만 리얼리즘을 다루는 방식의 차이가 클 뿐 그 이면에 시사하는 면은 비슷한 구석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슬프지만 무조건 우울해지지 않고 젊은이다운 언어와 비유로 마법과 같이 세상과 그 자신을 바라보는 시각은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과 <아멜리아>의 느낌을 닮아있고 영화적 문체를 선보인다.

인간은 호랑이나 팬더곰 처럼 혼자 생활하는 짐승이 아니기 때문에 사회적 관계 속에 원하던 원치않던 놓이게 된다. 하지만 깊은 산속에서 면벽 수행을 하는 수도자의 삶이 아니라하더라도, 현대 사회는 점점 더 우리가 혼자 생활하거나 적어도 사회관계란 것이 최소한의 말로써 이뤄지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그런 관계로 변화되고 있다. 

이렇게 독립화 되는 현대인에게 어떤 면에서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은 가족일 수 있다. 날 낳자마자 버리고 떠난 아버지를 열심히 달리게 만들고 아버지가 죽었다는 소식에 그동안 미안했다는 듯 선글라스 마저 씌워주기도 하고, 아버지가 날 버려 미아보호소에 맡겨진 아이는 오히려 아버지가 실종되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왜냐면 아버지의 부재와 상관없이 내 삶은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부재와 배신을 원망하기에도 세상살이는 바쁘고 힘들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나 가족은 있는 편이 좋다. 없더라도 실망할 건 없지만 있어서 맘에 들던 그렇지 아니하던 부대끼는 편이 좋다. 왜냐면 원래 우리가 그렇게 생겨먹었기 때문이다. 소수의 팬더곰같은 인간을 제외하고는 우리는 바라는 사회 관계는 인간적인 감정과 감정이 오가는 그런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작가의 말을 빌자면 외상이란 것이 없는 편의점에서도 우리는 옛 구멍가계처럼 열쇠를 맡길 수 있는 관계형성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달려라, 아비 - 8점
김애란 지음/창비(창작과비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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