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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래쉬 (Crash, 2004)
    영화이야기 2006. 7. 23. 21:05
    <밀리언달러 베이비>가 작년에 아카데미에서 작품상을 탔다. 영화는 <플래툰>과 비슷하게 소수에 관한 진실을 이야기를 통해 가족, 이웃의 사랑 그리고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번 돌이켜보게 하는 좋은 영화였었다. <크래쉬>는 작년의 작품상 각본가가 메가폰을 잡아 이번 해에 또 작품상을 수상했다는 것이 특이한 이력이란 생각이 든다.

    일전에 박노자의 <당신들의 대한민국>이라는 책에서 노르웨이, 덴마크 등의 사회 복지국가에서도 인종차별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는 구절을 읽고 조금 의아했었다. 이곳조차 이럴진대 가장 많은 다인종의 국가 미국은 또 얼마나 심각할지 가늠하기 힘들다.

    우리나라도 지역감정이 있지만 단지 내가 유색인종이기 때문에 차별이 시작되는 기분은 어떨까. 그것 뿐이 아니라 백인종이 아니기 때문에 대체로 가난한 환경에서 자라나고, 때문에 교육과 의료 등의 기회의 불평등이 기정사실화 될 때의 자신과 자기인종에 대한 자괴감 또한 상상하기 힘들다.

    이런 부분에서 "게을러서 가난한거야" 라는 가진자의 미신은 오히려 애교스럽기까지 해보인다. 그렇다 하더라도 지역감정이던, 인종차별이던 그 기원은 한정된 재화 속에서 이미 부와 권력을 차지한 소위 기득권자들의 자신들이 이익 보호와 아울러 약자 대다수에 대한 통제의 수단으로 작용한다는 것은 대동소이한 면이라 할 것이다.

    영화 속에는 백인과 흑인의 갈등이 예외없이 나오고 있고, 이뿐 아니라, 머리로는 반인종차별주의자이지만 자신도 모르게 젖어버린 인종에 대한 편견에 방아쇠를 당기는 사람, 같은 유색 인종끼리의 또 다른 차별, 또 마법과 감동의 화해들이 나온다. 그런데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이 영화의 메세지는 거기에서 어떤 충고나 고발을 메세지를 강하게 담기보다는 그저 '현재의 상황과 삶이 그렇다'라는 것을 다양한 군상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인종차별이라는 부조리한 세상에서 미국 시민들은 이 영화처럼 이렇게 저렇게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저 슬프게도, 비참하게도 아주 가끔은 감동적이게도.. 이들끼리의 '충돌'을 통해서.

    마치 유럽의 한국가로 놀러갔을 때 불친절한 사람들과 소매치기라도 당한 기억이 있다면 그 사람에겐 그 나라에 대한 기억은 악몽 그 자체일것이지만, 같은 나라를 갔더라도 그 나라의 멋진 유적과 친절한 사람들에 대한 기억이 있는 사람에겐 인생에 남을 관광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인종차별은 앞서말한 여러가지 풍부함과 명암을 지니고 있는 한 국가와 유적지하고는 다르다. 오히려 관광은 제비뽑기처럼 운일 수도 있지만 반인권적이고 기득권의 논리에 필요한 인종차별과 같은 시스템하에서는 모두 불행한 피해자일 수 밖에 없다. 이 영화가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영화를 통해 내가 느꼈던 것은 인간은 흑백을 망라해 모두 선량하지만 사회와 편견이 그들을 그렇게 만드는 것이다 라는 메세지 였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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