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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괴물 (The Host, 2006)
    영화이야기 2006. 8. 1. 01:19
    영화 <괴물>이 마치 영화제목처럼 흥행기록을 세우고 있다. 2-30대층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는 것은 아마 나처럼 대부분 <살인의 추억>을 추억하기 때문이란 생각이 든다. 단지 괴물이 나오는 영화라는 장르에 대한 관심으로 보기엔 관객이 너무 몰리고 있으며 이 관객들이 모두 심형래의 <D-War>를 보러갈 잠재관객으로 볼수는 없으리라 보기 때문이다.

    <죠스>나 <에일리언>류의 괴물을 생각한다면 이 영화는 한참 재미없는 영화다. 굳이 헐리웃 영화와 같지 않다는 실망감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살고 있는 한강에 모처럼 출현한 괴물에 대한 기대엔 못미치는 영화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실제상황에서 전쟁은 결코 아름답지 못하고, 재난은 우리에게 시련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사실주의에 기초한 이 영화에서 감독과 우리가 주목하는 부분은 가족이다. <블래이드 러너>가 최초로 SF란 장르에 철학과 인간주의를 접목한 영화라고 한다면 이 영화는 SF적인 괴물영화에 한국이란 정서와 근현대사가 제대로 접목된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미 8군에서 독극물을 한강에 방류한 것도 틀림없는 사실이고 한해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투신하는 한강은 괴물이 있음직한 산업사회의 애환을 상징하는 것 또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감독이 청소년 시절 한강에 괴물을 보았다는 동기로 만들었다는 이 영화는 8-90년대를 거쳐 성인으로 성장한 30대 감독에겐 현실과 전혀 분리될 수 없는, 따라서 (실제로 한국에서 괴물이 나타날 수 밖에 없는 개연성때문이라도) 한국적(!)  괴물영화가 될 수 밖에 없었을 것같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괴물을 괴물이 아니게 하는 묘한 재미없음을 나타내는 것 같다. 고압 전류가 흐르는 전선에 멋진 드로이안이 시간을 여행하는 모험에서 재미를 찾을 수 있지만 효자동 이발소 아들처럼 그 전선을 통해 전기고문 받다 불꽃놀이를 하는 씬에서의 환타지는 재미는 커녕 씁쓸하기만 하기 때문이다.

    순수한 어린시절을 대한민국에서 보낸 사람들의 꿈은 분단과 군사독재라는 현실에 맞닥들이면서 피터팬과 같이 환상의 날개를 멋지게 펼치며 창공을 날기 보다는 환타지도 시대의 아픔과 비극을 양날의 칼처럼 지니고 있게 된다. 추리소설 속 서스펜스라는 환상인 <살인의 추억>은 그런 점에서 아주 훌륭한 작품이었다면, 이번 <괴물>은 괴물이라는 선입견과 일반적 기대로 인해 고지라를 기대한 사람에게는 함량 미달을, 소위 괴물의 추억을 기대한 사람에게는 좀 더 힘겨운 디테일이나 메세지라는 퍼즐 찾기로 인해 전작에 비해 조금 힘이 부족한 느낌이 든다.

    누구나 매번 안타와 홈런을 칠 수는 없지만, 작은 규모의 소품과 같지만 촌철살인으로 실험적인 영화를 만들고 있는 장진 감독이 자신의 '사단'을 이루고 있듯이, 변희봉, 송강호, 박해일 등등의 배우로 비교적 큰규모의 영화에서 봉준호 사단은 마치 이만수와 장효조처럼 관객에겐 기쁨이 아닐 수 없다. 이 둘을 억지로 엮은 감이 없지않지만 이들의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가 마구 생긴다.

    괴물 탄생의 계기가 되는 실제 미군의 독극물 방출 사건 기사는 아래와 같습니다.
    <괴물> 탄생시킨 '맥팔랜드 사건'은 이랬다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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