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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龜は意外と速く泳ぐ, 2005)
    영화이야기 2006. 8. 15. 21:56
    평범한 주인공과 주인공의 가장 친한 친구로 나오는 두 여자배우들이 눈에 익었다 싶더니 주인공은 <조제, 호랑이..>에 나왔던 이쁘장한 여대생(우에노 주리)이었고, 그 친구는 <하나와 앨리스>에 나왔던 발레 춤추던 여학생(아오이 유우)이었다.

    제목만 봐서는 비유와 디테일로 꽁꽁 묶인 심각한 영화인지 알았다. 처음에 인디언 분장처럼 등짝에 메이크업을 한 거북이가 나왔고 어리게 생긴 주인공은 남편과 의미심장으로 똘똘뭉친듯한 전화 대사를 날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는 의외로(!) 비유와 디테일로 꽁꽁에 더하여 유머와 상상력이 풍부한 아주 영화적 영화였다.

    요즘 유행하는 태그로 양념을 친다면, <브라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맨인 블랙>,<고양이의 보은> 등등이랄까, 여튼 이런 영화는 내가 좋아하는 영화다.

    상상력이란 우주를 날아가고, 바다 저 밑의 심해를 탐험하는 것도 있지만 사랑과 미움이 종이 한장 차이라는 격언처럼 우리가 그냥 평범하게 살아가는 일상에 비눗방울을 불어 채색하듯이 조금만 덧칠을 한 듯한 그런 상상력도 있다. 이 영화에서는 우리가 무료해 마지 않는 평범한 일상이 가장 중요한 스파이의 임무가 되버린다.

    14년이 넘은 그냥 그런 맛의 라면집과 그 주인장, 확성기로 쇼핑 방송을 하는 아나운서, 공원 벤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짚시풍의 할머니, 조금 자주 해외여행을 다니곤 하는 두부집 아저씨 거기에 막힌 수도관을 뚫어주는 수도관 사장님 등등은 사과가 떨어지는 100계단에서 몸을 피하려다 계단 난간에서 우연히 발견한 손톱만한 스티커를 통해 모두 스파이와 스파이를 잡는 요원들이 되버린다.

    오히려 주인공의 친구인 엽기적이고 개성이 철철 넘치는 쿠자쿠가 평범한 인간이 되버리는 셈이다. 이 영화를 보고나면 소소한 일상이 사랑스러워지고 주변사람들이 조금은 특별하게 보이게 되는 - 기만이라 하더라도 - 기분 좋은 후유증이 나타나게 된다.

    영화 곳곳에 나타나는 순정만화적 분위기와 애니메이션 같은 에피소드들 덕분에 그저 우리집 거실의 카펫이 하늘을 날기만 할 뿐만 아니라 아주 재미있는 곳을 데려다주는 그런 기분이 드는 것 같다. 몇몇 장면에선 아주 정말 소리내어 크게 웃었으니까!

    여주인공의 웃음 "헤헤헤헤헤"는 최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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