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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패터슨 ( Paterson, 2016)
    영화이야기 2018. 6. 8. 10:43

    간결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강렬한 드라마나 충돌, 액션이 포함되지 않은 그런 영화 말이다. 여자가 희생되고, 자극적인 폭력이 난무하는 영화에 대한 해독제 같은 작품이 되었으면 했다. - 짐 자무시


    짐 자무시 영화를 처음 보았다.
    어릴 때 부터 이름은 들어왔지만 개봉한 영화 편수도 적어 접할 기회가 없었다. <커피와 담배>라는 작품명 대신 <스모크>를 이 감독의 작품인 줄 알았다. 크게 관심은 없지만 정신없이 즐기기도 복잡한 마블사의 물량공세적 개봉 작들 속에서 고립되었을 때, <페터슨>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물론 <스타워즈>라든가, 스필버그의 <레디 플레이어 원>과 같은 즐거운 오락영화도 있었지만 말이다. 

    짐 자무시에 대한  체험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어떤 장르인지 어떤 분위기인지 전혀 알지 못하고 보는데 약간의 불안감이 들었다. 그러나 화면 속에 보이는 것은 미국의 소도시의 한적함, 성실하고 평범한 서민의 삶 한마디로 일상이 담겨있는 영화였다. 뭔가 막여한 불안감은 다른 영화나 실제 현실에서 경험으로 축적된 공포와 같은 것들이었던 것 같다. 

    살인 사건, 엽기적인 행동, 테러, 공상과학, 그보다 더한 현실 세계 등이 영화에 언제 등장하는 지에 대한 일종의 경계가 오히려 영화에서 담담하게 보여준 '일상'을 더 소중하게 느끼게 만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영화가 끝나고 배우와 스태프들이 이름이 올라갈 때 '위버맨쉬'가 떠올랐다. 니체가 칭한 수퍼맨, 실제 리처드 도너의 <수퍼맨>에 원안이 되었다고 하는데, 여기서는 일상에서 자신의 사람을 '예술'로 만드는 주인공의 모습이 그러했다. 

    니체는 스스로 가치를 만드는 자를 강자라 혹은 고귀한 자라 불렀으며 이들은 타인의 인정욕구나 질투나 경솔한 연민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기성의 관습을 아무 재고나 비판없이 받아들이는 우리들과 돈을 버는 행위에는 과잉되거나 허위적 의미를 부여하고 지배세력에는 생산적이지 않는 방향에 험담만 내세우거나 아니면 교회나 절에서 기도하듯이 숭상하거나 한다. 취미나 오락도 이미 만들어진 곳에 돈을 내고 입장한다. 결국 어디에도 온전히 혼자이거나 자신을 만나거나 하는 일이 드물다. 

    자본주의 최첨병 미국에서 버스운전이라는 굴레에서 점심과 저녁 그리고 맥주를 일주일 내내 같은 장소에서 먹고 마시는 주인공 페터슨의 삶은 위에서 말한 삶과 전혀 다르다. 겉으로 보기에는 전형적일 것 같지만 완전히 다르다. 왜냐면 그는 시를 쓰기 때문이다. 스스로의 일상을 자신만의 가치로 해석하고 정리하고 다듬어 간다. 독자에게 목말라하지도 않으며 심지어 상실했을 때도 냉정함을 잃지 않는다. 마지막으론 가끔씩은 비슷한 수준의 라이벌에게 도움을 받기도 한다.

    게다가 주인공이 누구인가
    스타워즈 카일론 렌의 '아담 드라이버'이다. 실로 위버맨쉬가 아닐 수 없다.

    페터슨 시에 사는 페터슨의 일주일을 보면서 예술가의 삶을 알 수 있었다. 소소한 고비와 갈등 그리고 사회가 주는 부조리가 지속되겠지만 그의 일상은 앞으로도 계속 예술의 가치를 추구하는 그러한 초인의 삶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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