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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빅 피쉬 (Big Fish, 2003)
    영화이야기 2016. 11. 18. 15:16
    "때로는 초라한 진실보다 환상적인 거짓이 나을 수도 있다. 더군다나 그것이 사랑에 의해 만들어진 거라면"


    일찍이 가장 오해를 많이 받았던 마르크스의 종교관이 있다. 소위 "종교는 인민의 아편이다"란 말이다. 하지만 당시의 진통제는 아편 밖에 없었다. 따라서 지금의 관점으로 아편을 무조건 마약으로 해석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물론 마르크스가 종교에 대해 호의적이란 뜻은 아니다. 그는 종교를 불합리한 현실의 표현이고 항의라고 보았고 현실 세계의 부조리를 해소하면 없어져야 마땅한 것으로 보았다. 그런 의미에서 종교는 말 그대로 과도기적 진통제의 역할이라고 한정한 것이다. 더욱이 종교란 인간이 만드는 것이지 종교가 인간이 만들지 않는다고 논리에 따라  종교는 인류의 수동적 태도에 기인한  회피적인 반응일 뿐이고 현실을 전도한다고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우리의 무의식적 필요 때문에 만들어진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았다.


    팀 버튼의 판타지를 여기에 대입하면 이해하기 쉽다.  빅피쉬의 이야기는 마르크스의 종교관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도 있다. 아들과 소통을 가로막는 아버지의 허풍은 성서와 닮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버지의 이야기 속에 나오는 정말 큰 물고기라든지 중국인 샴쌍둥이 가수라든지 키가 3m는 족히 넘을 거인과 만남 등 믿을 수 없는 이야기는 기독교 성서에 나오는 홍해가 갈라진다든지 바벨탑을 쌓았다든지 노아가 만든 큰 방주로 모든 생물이 대홍수를 피할 수 있었다든지 하는 내용과 크게 차이가 없는 과장의 일종처럼 보인다.

     

    이런 이야기는 받아들이는 청자의 믿음에 따라 다를 수 밖에 없다. 정확히는 듣는 사람의 환경과 입장에 따라 변한다. 어린 시절 침대맡에서 아버지의 활약상이 담긴 인생 이야기를 귀담아 눈을 반짝이며 빠져들던 소년이 커서 성인이 되자 아버지의 비현실적이고 과장된 이야기의 반복은 거짓을 넘어 소통의 단절로 인식될 정도로 변화하게 된다. 영화에선 가족 사이에 가장 중요한 행사인 결혼식에서조차 다툼이 생겨 아버지와 아들은 이후 3년 동안 이야기를 나누지 않게 된다. 


    이러한 단절은 화자의 경직성이나 이야기 - 정확히는 종교나 판타지 - 때문이 이라기보다는 앞서 말했듯이 듣는 사람의 조건이나 생각이 변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마르크스주의자는 이 사회에서 인간 소외, 착취, 억압이 사라지면 종교는 사멸할 것이라 믿었고. 그런 의미에서 종교를 한시적 진통제로 정의했다. 팀 버튼의 판타지는 진통제라기 보다는 수면제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초라한 진실보다 환상적인 거짓이 낫다는 것이 그가 생각하는 판타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 말미에 아버지의 이야기를 믿고 따르고 후세에 전달하게 돼버리는 것이다.


    팀 버튼은 우리가 만든 사회와 세계는 완벽할 수 없고 모두가 행복하기 힘들다면 이런 판타지를 통해 꿈을 꾸고 영원히 피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것이 매트릭스의 빨간약이 필요 없겠끔 '사랑'에 의해 만들어져야하고, 기독교의 성서처럼 지배 원리로 작동하지 못하게 작은 근거라도 제시하여 '증빙'해주면 좋을 것이라 기대한다. 이러한 배려는 그의 환상세계가 휴머니즘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의 이런 생각이 영화 속에서 그만의 독톡한 화법을 통해 전해져 우리에겐 축복이 된다.


     

    빅피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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