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말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하다못해 아침 출근 길에 담배를 피면 거세게 불어오는 찬바람에 담배 불이 꺼져 버릴 정도다.
이렇게 추운 날 생각나는 술이 있다면 바로 맑은 술 청주이다.
사실 술을 그다지 잘하지 못하는 나는 특별히 마시고 싶다거나 기억에 남는 술이 없지만 청주에 대해선 예외이다. 한 5년 전인가 친구 동준이랑 양지리조트를 간 적이 있었다. 그때도 지금처럼 꽤나 추웠는데 고속도로 진입할 때 부터 눈보라가 마구 몰아쳐서 와이퍼로 아무리 치워도 앞창에 눈발로 계속 쌓여 정말 한치앞이 안보일 정도였으니깐.
우스운게 또 날씨라 양지리조트에 도착하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햇빛이 짱짱, 눈덮힌 산등성이를 정말 밝게 비추고 있었다. 그때 당시 디지털 카메라라도 있었다면 사진기로 거의 인물사진만 찍는 나지만 아마도 연신 셔터를 눌러 대었을 것이다. 여튼 너무 추워서 몸을 녹인다고 오뎅을 사먹었는데, 그 옆에 더운 물에 한뼘보다 작은 유리병에 담겨 데워진 정종을 파는 것이다.
과일쥬스 병 같은 정종에 모락모락 나던 김에 안 먹을 수가 없어서 한잔 마신다는 것이 대여섯잔.. 친구랑 나는 스키 한번 타지못하고 처음에 은근한 훈기에 좋아라 하던 것이 결국 곤드레 취해 버렸다. 그때 부터 입에서 김나는 쌀쌀한 날씨가 되면 따뜻한 청주 한잔 생각이 나곤 한다.
청주란 쌀로 빚은 맑은 술로서 소주, 동동주와 같은 원료지만 소주 처럼 증류하지 않아 비교적 낮은 도수에 마시기 좋은 술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흔히 정종으로 알고 있었던 청주는 청하, 백화수복, 국향, 경주 법주 등으로 꽤나 흔히 접할 수 있는 술이다. 참고로 정종은 일본의 한 청주 브랜드명이라 한다.
오늘 수퍼에 가서 백화수복 중자리 한병을 샀다. 라면 잘 끊여먹는 양은 냄비에 물 넣고 데워서 사기 잔에 청주를 부어 중탕으로 데워먹었다. 외풍 심한 집인데 몸에 훈기가 도는 것이 역시다. 삼국지에서 더운 술 먹는 관우 이야기를 듣고 처음 술을 데워먹다니 의아했는데, 뭐 생각해보면 예전엔 중국집 가면 빼갈에 불붙여 먹기까지 했으니 최근 뉴스를 보니 그런 식의 화주로 화상 피해를 보는 등 그다지 추천할만한 것이 못된단 생각이다.
암튼 추운 겨울, 중탕 물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청주 한잔은 꽤 좋다. 특히 아내와 같이 마시니 더더욱 좋다.
2005-12-19 2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