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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영남이 사는 법
    각종감상문 2006. 4. 13. 09:42

    한 인간에 대해서 -그것도 TV화면에서나 보던 사람에 대해서- 올바른 평가를 할 수 없다는 한계를 가지지만, 스토리텔링에 있어서 관객이 관심을 가지는 것은 주인공 자체보다는 그가 주장하는 바 그리고 어떤 현상에 대해 대응하는 방식이듯이, 자신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달라고 입을 열고 매스컴에서도 홍보를 하는 마당이니 관심을 갖는 척이라도 해볼 요량이다.

    무릇 대가라 함은 생각에 생각, 경험에 경험, 아주 지독한 공부와 열정을 지닌 사람들이다. 자신을 가만 놔두지 않고 계속 독려하다 결국엔 아주 단순한 이론을 도출해 내기도 하며, 언변도 매우 단순해지고 때에 따라 과격해지는 경우도 있다.

    이를테면, 불경에서 해탈하기 위해 '부모를 만나면 부모를 죽이고,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라' 라는 구절이 그런 한예라고 생각한다. 어려운 수양과 공에 대한 이론을 이와 같이 단순 과격(?)하게 설명할 수 있는 정도의 경지 말이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이런 정도의 경지는 하나의 분야에 대해 자신의 모든 노력을 경주한 경우에 다다른다. 빌게이츠가 음악에 대해서, 스필버그가 수학에 대해서, 조영남이 한일관계에 대해서 그럴 수는 없을 것이다.

    가수의 경우, 정식음반과 라이브는 다르다. 뭐 다를 수 밖에 없다. 가수는 음반이 아니기 때문에 때에 따라 자신의 노래를 다른 느낌으로 불러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립씽크 가수가 욕을 먹는 것의 이유의 하나가 될 수 있고, 라이브를 추구하는 관객을 형성하는 이유의 하나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조영남은 자신의 노래, 남의 노래를 가릴 것없이 노래를 부른다. 그는 박자도 자신의 스타일대로 부르고, 음정도 변형해서 부르기도 한다. 마치 노래에 노래를, 무대에 무대를, 닳고 닳은 경험에서 나오는 대가인양 충동적인 감정으로 관객에 서는 느낌이다. 물론 좋아하는 사람도 많지만, 전적으로 관객에서 나오지 못한 - 결국 학맥, 인맥의 방송 플레이에서 나오는 대접으로 유추되는- 최희준, 김정구도 누리지 못한 예우를 받을 하등의 이유는 없다.

    질문 : 70년대 초.. 그 이후 계속 다른 곡 나오고 다른 곡 나오고 하셨어요?

    조영남 : 그 거는 불행했어. 나는 그런 걸 몰랐어. 그냥 있는 곡을 첨부터, 있는 곡을 불러 버릇 해 가지구 무슨 히트곡이라는 개념이 나한텐 없었지. 지금도 그런 게 없고. 그니까 나는 히트곡이 없다는 게 맞는 소리야. 그냥 있는 노래 부르면 잘 부르니까, 사람들이 그걸 히트곡으로 알지. <제비>가 그게 멕시코 민요야. <내 고향 충청도> 그것도 민요, 미국 팝송이구

    질문 : 그러면 <딜라일라>로 그러고 나서는 작사, 작곡 해 가지구 노래 부르고 싶은 욕심도 생겼을 법 한데 왜 번안곡들만 했었어요?
    조영남 : 몰라, 난 그런 거에 그렇게 게을러. 왜냐면 번안곡만 불러도 충분히 먹구 살았으니까. 충분한 인기를 누렸으니까.

    질문 : 그니까 노래를 부르는 거는 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고 내가 잘하는 거니까, 잘하는 걸로 먹고 사는 거지..

    조영남 : 그리고 항상 내가 원하는 만큼 돈벌이가 되니까. 그렇게 히트곡이 없어서 나를 안 불렀으면 내가 이거 급하네 하고 했겠지. 그러나 그 거 안 하고도 최고의 자리에 항상 불러주니까.

    [딴지이너뷰] 시대의 한량-조영남을 만나다(1) 중에서 발췌

    암튼 위와 같은 과정을 통해 승리와 최고의 자리를 맛본 사람은 대중에게 잊혀지는 것을 죽음보다 두려워한다. 조영남은 김영삼처럼 몸부림치는 중이다. 그사람이 얼마나 일본에 대해 알고, 또 한일관계에 대해 정통한지는 모르지만, 깊이 고민하거나 수양하지 않고 턱턱 내 뱉는 말은 큰틀에서도 벗어나고 있다. 반면 그는 세상에 트랜드에 편승하여 장사가 될 것 같은 소재를 파악하는 능력은 충분한 것 같다.

    우리는 조영남의 표현대로 오해와 무지와 시기로써 일본에게 징징대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이광수와 서정주를 사랑할 수 없는 이유와 비슷하다. 어떤 이가 가진 능력에만 주목하여 그 사람 자체를 모두 긍정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최근 이기준씨는 왜 부총리에서 물러나야 했던가!

    조영남은 선도적 위치에서 무지몽매한 대중을 '맞아 죽을 각오로(?)' 일본에 대한 진실을 알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사실은 나를 잊지 말고 기억해 달라는 하나의 계략에 지나지 않으며, 유감스럽게도 이는 성공적이다. 무관심이야 말로 이런 사람들에겐 최대의 두려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영남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은 민주주의란 그리고 자유는 내가 가장 혐오하는 주장을 인정하는 것이라는 거다.

    어떤 사람이 말을 못하게 할 수는 없다. 우리에게 그럴 권리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친일파'따위의  센세이셔널한 단어와 표현 등에 말려들어 필요이상으로 관심과 주목을 받는 현상이 안타깝다. 이런 모습을 보며 그는 어쩌면 뒤에서 장사가 되는 것을 보며 꽤나 즐거워하고 있을지 모른다.

    "사람 열받게 하는 것도 기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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