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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홀리데이 (Holiday, 2005)
    영화이야기 2006. 8. 21. 00:29
    “22만원을 횡령한 비디오방 종업원은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살았는데, 370억원을 착복해 개인 재산으로 빼돌린 사람은 집행유예로 나왔다”

    최근 민주노동당의 노회찬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아직도 우리 사회는 이른바 화이트칼라 층의 돈있고 권력있는 계층은 형량이 가볍고, 그렇지 않은 계층은 죄에 비해 형량이 무겁다고 한다. (노회찬 의원, 판결 461건 분석 “횡령도 유전무죄”)

    사실 새삼스러울 것이 없지만 정확한 자료로 통해보는 이런 불합리한 세상사는 아무리 그것이 하도 오래된 상처가 곪다못해 딱지처럼 단단히 굳어져 있다고 해도 다시 건강해지기 위해서 슬픔과 분노로써 도려내 치유해야할 것임을 분명히 해준다.

    군사독재식 성장과 개발이라는 상징의 정점인 올림픽이 화려하게 막이 내린 그 88년 가을에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지강헌외 3명의 탈주와 인질극이 드디어 영화로 만들어졌다. 바로 그가 죽기전 들었던 노래의 제목을 딴 <홀리데이>이다.

    영화는 시작부터 실화를 바탕으로한 영화적 허구임을 밝혔지만, 아마도 역사적 사실을 볼록렌즈가 아닌 오목렌즈로 보여주고 있어 실망스러웠다. 바로 최민수분의 교도소 부소장이란 역할때문이다. 영화의 첫 시퀀스에서 보여지는 철거민의 아픔과 전두환의 동생인 전경환의 횡령에 대한 불합리한 형량, 그리고 단순 절도범인 서민들에 대한 지나친 형량과 보호감호라는 억압적인 비인권적 제도에 대한 당시 사회의 현상에 대한 분노와 아픔을 -영화적 상상력에 의해- 최민수 한 개인에 대해 집중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최민수라는 상징적 역할없이 혹은 역할의 축소를 하고, 리얼리즘을 강화하여 그들의 잘못과 아픔, 그리고 사회의 부조리를 엮어내는 영화였으면 더 호소력이 있었겠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물론 이 영화에서는 여지껏 어떤 한국 영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직접적 화법을 통해 주인공 이성재의 입을 통해 토하고 있지만 영화 전체적인 맥락에서 어우러지는 부분이 약해서 조금 더 강렬함이 적었다는 아쉬움이 든다.

    <실미도>의 흥행성공, <전태일>의 흥행실패에서 연상하자면, 단순히 현대사의 큰 사건을 차용해 상업적 영화 만들기란 부분에 강력한 담보물로 전락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물론 이런 사건을 다루는 사람들이 주판알만 튕기는 그런 사람들이라 생각한다는 뜻은 아니다.

    우리 영화는 이제 막 <람보2.3>라는 늪에서 <플래툰>이 나타나는 시기는 분명아니다. 그렇다고 아직은 <지옥의 묵시록>의 사유나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승화적 영화가 나올 시기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조금더 정직하고 조금도 시대상을 반영할 수 있는 리얼한 영화화가 나타나야 한다고 믿고 있다. 첫째로 봉준호의 <살인의 추억>이란 선례가 있기 때문이고 둘째로 이 글의 서두에서 말했듯이 아직 우리 사회와 시대가 아직 해결해내지 못하는 부패와 불합리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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