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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플란다스의 개 (A Higher Animal, 2000)
    영화이야기 2006. 8. 15. 22:16
    <살인의 추억>과 최근 <괴물>로 최고의 주목을 받고 있는 봉준호 감독의 데뷔작이다. 아무리 송강호, 김상경, 배두나, 박해일 등등이 나왔어도 주목받는 건 감독이 되버리는 건 송강호의 책임인가? 하는 쓸떼없는 생각도 해보지만, 박찬욱이나 봉준호라는 감독의 중량감을 떠올려보면 그런 생각이 아주 틀리진 않은 것같다. 물론 해리슨 포드가 스필버그 영화에서만 빛을 바란건 아니지만 이런 경우는 역시 감독의 이름아래 영화 속에서 얌전한 학생처럼  배우들이 고분고분해질 수 밖에 없다는 느낌이 든다.

    여튼 전임 교수가 되기 위해 자신의 양심을 팔아야 하는 지식인과 10년이 훌쩍 넘게 일한 직장에서 정리해고 당하는 아내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이런 캐스팅은 어딘가 우울하고 무거운 소재가 될 확률이 높거나 아니면 부조리한 세상을 조롱하는 것에선 홍상수의 <강원도의 힘>이 될 성 싶다.

    하지만 여기에 아파트에서 키우는 개와 개고기를 즐겨먹을 뿐 아니라 직접 요리도 가능한 경비원, 개고기를 요리할 줄은 몰라도 생존에 꼭 필요한 음식으로 먹는 노숙자, 특별한 기술이나 학벌도 안되지만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볼 줄 아는 의협심 강한 청춘들까지 등장한다면 그와는 다른 - 약 180도 다르게 보이면서 360도 돌아버린 그런 영화가 나온다. 즉 파트라슈도 네로도 안나오면서 제목은 <플란다스의 개>인 영화 말이다. 물론 감독이 봉준호니까.

    이 영화를 보고나서 좀 놀란 건 이 감독이 후에 <살인의 추억>같은 영화를 만들었나 하는 느낌이다. 박찬욱 감독이 <JSA>이후 <복수는 나의 것>을 만드는 과정의 의외성과 비슷하달까. 사회라는 조건에서 성격을 지니고 있는 군상들의 슬픔을 유머와 블랙코메디로 표현한 것이라면 감독은 후에 사회라는 조건이 억압으로 좀더 구체적으로 표현되는 영화로 확장되었다고 이해할 수 있지만 어쨌든 그 단계는 실은 잘 매칭은 안된다.

    각각의 영화가 각각 다른 감독이었어도 좋았고 좋아했을 영화를 한 감독이 만들었다는 놀라움. 어느 교수가 주장하듯이 초밥만 5대째 만든다는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는 비빔밥의 문화가 틀림없나 보다. 우리나라 영화 감독들의 다음번 선사할 비빔밥 속에는 어떤 재료와 고명에도 상관없이 버무려 비볐을 때의 또 맛있을  새로운 비빔밥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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