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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 김영하
    독후감 2006. 8. 8. 00:23

    특이함이 진부해질 수도 있는게 요즘같다. 이런 보기드문 제목 때문에 내용이 진부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을 자아낸 느낌은 마치 신인감독의 멋드러진 포스터를 한번 더 흘깃보며 입장하는 영화관 앞에서의 느낌이랄까.

    2006년도에 1999년에 쓴 작가 김영하의 소설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하는 내가 한국 문학에 대해 무관심해서 일 수도 있겠지만, 김영하의 첫 소설집을 읽는 나는 그랬다. 내가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것은 한석규 · 이은주의 영화인 '주홍글씨'의 원작자라는 것 때문이었으며, 그 후 TV에서 공지영이 독일에 북페스티벌인가에 참여했을 때 한국 작가 대 외국 작가 들의 미니 축구에서 땀을 뻘뻘흘리며 축구를 하던 영상과 조훈현 기사 만큼은 아니었지만 금연을 했다는 말에 인상 깊었던 기억들이 전부다.

    평소 관심이 많았던 작가의 첫 소설집을 이 책으로 산 이유 역시도 '주홍글씨' 때문이었고, 그러서인지 소설은 이미지나 영상물을 보는 듯한 느낌을 자아내게 했다. 그만큼 몰입하고 속도있게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 술이 취해 몽롱한 친구와 같이 있으면 오히려 나는 술이 깨고 정신을 바짝 차리게 되듯이, 허무하고, 염세적이기도한 문체를 대하고 있노라니 오히려 글자 하나 문장 하나 정신을 또렷하게 차리고 몰입하게 되는 특이한 호홉의 단편들이었단 생각이 든다.

    인터넷상에서 인기있는 만화들도 대부분 패러디가 주되듯이 이 단편들도 영상물과 고전에 대한 일종의 패러디와 같은 소재를 발견할 수 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의 몰이해를 <흡혈귀>로 해석한것이라던가,마치 내가 비오는 폭풍 속에 서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피뢰침>이란 단편, 그리고 영화 '바이준'의 할인마트 쇼핑 신을 연상 시키는 <비상구>, 투명인간이 투명함 때문에 고뇌하기 보다는 투명해지면 안되는 현실 속의 고통을 호소하는 기이한 역설인 '고압선' 그리고 영화 '화양연화'보다도 2년 먼저 앙코르 와트에 가서 삶과 추억과 고통을 되돌아보는 남자를 등장시키는 <당신의 나무>등등..

    이 단편들은 마치 잘나가는 강사의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칠판 한가득 메워진 하얀 분필 글자처럼 현란하고 노련한 이야기꾼의 입담을 들을 수있었다. 그렇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야기가 산만하지 않다는 것. 전해지는 메세지가 뚜렷하진 않지만 비를 맞으면 어깨가 젖듯이 그렇게 가슴으로 스며드는 느낌이 있다는 것이 김영하의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 8점
    김영하 지음/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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