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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연습 - 조정래
    독후감 2006. 7. 12. 09:26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등의 대하소설로 유명한 작가 조정래에게 이번에 나온 <인간연습>이라는 장편은 23년만의 일이라 한다. 장편보다 더 긴 소설을 쓴 작가이기 때문에 23년만의 장편이라는 책소개에서 처음엔 조금 의아했다면,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결국 대하소설 작가에겐 긴 여정의 대하소설이 어울린다는 소감이 들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소설 태백산맥은 20대 초 나에겐 큰 의미를 지닌 소설이었지만,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역사적인 사실에 대한 눈을 띄게 해주었다는 의미가 큰 반면, 인간에 대한 그리고 문학에 대한 사유의 폭을 넓혔다고는 우문한 내 자신은 느끼진 못한다.

    태백산맥은 근현대사에 있어 실제 존재했을 수많은 사람들이 등장하고, 또 그들이 겪고 느끼는 다양한 이야기와 삶 속에서 마치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생생한 경험을 느끼해 해준다. 반면 이번에 나온 소설 '인간연습'은 가까운 과거인 15여년 전의 90년대 초반을 배경으로한 일종의 후일담 소설이다. 비교적 짧은 이야기 속에서 질곡많은 주인공들의 삶의 냄새가 깊이있게 묻어나오고 있지는 못하다.

    공지영이 일련의 후일담 소설에서 특유의 감성과 문학적 표현 그리고 힘있는 내러티브로 크게 주목을 받고 있다면 이 소설 인간연습의 조정래는 이야기도 고민도 그리고 해결책도 단순한 나열에 그치고 말았단 느낌이 든다. 비전향 장기수에 대한 존재와 아픔에 대한 단편적 소개가 이 소설의 주된 의미는 아닐테니 말이다.

    분단과 그 비극 속에 희생된 비전향 장기수는 아픔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가 되새기고 공감해야할 소재이며 이를 소설로 엮은 것에 대해 존경을 표하지만 소설의 마지막의 작위적이고 호홉 빠른 귀결만큼이나 주인공 윤혁은 처음부터 끝까지 회의하고 자괴하고 심지어 혼돈에 빠지기도 한다.

    분단과 이데올로기라는 주제이니 만큼 어떤 명쾌한 해답을 바란 것은 아니지만, 단순한 회의와 고민의 나열은 오히려 치열하게 고민해야할 문제들의 고삐를 더 헐겁게 한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고 행복하게 하는 공동체에 대한 해답은 더 치열하게 세상과 사고 속에서 고민해야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는 휴머니즘과는 원론적으론 같지만 방법론적으론 다른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회 구성원이 인간주의로 똘똘뭉친 사회라면 그것은 자본주의이던 사회주의이던 어떠한 사회구성체와 관계없이 가장 인간적인 조직체가 될 것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인간연습은 삶의 방향성에 대한 회의와 반성에 대한 기록이다. 비전향장기수 그 분들의 소신과 사상을 단순히 공산주의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일제시대를 거쳐 전쟁과 분단이란 우리 민족사에서 하나의 역사적 선택을 한 분들이다. 그 분들에게 사상의 조국 소비에트가 해체되고, 북한이 굶주림에 허덕임때문에 고뇌하고 안타까워할지언정 혼돈에 빠지거나 무기력해지는 모습으로 그리기에는 역사와 함께한 삶이 깊이는 더 헤아릴 수 없이 크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인간대로 사회와 역사는 그것대로 따로 떼어낼 수 없다. 평화를 사랑하고 인간이 인간이기를 염원하는 한 인간과 역사와 사상은 별개일 수는 없는 하나의 통합된 형태가 삶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인간 연습 - 4점
    조정래 지음/실천문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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