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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종 드 히미코 (メゾン·ド·ヒミコ: Mezon Do Himiko, 2005)
    영화이야기 2006. 7. 18. 22:33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을 연출한 이누도 잇신 감독의 작품이다. 감독때문에 <메종 드 히미코>를 일부러 찾아 본 것은 아닌 것처럼 이 영화를 보고난 후의 감상도 두 영화가 같은 잇신이라는 부모밑에서 태어난 형제구나 라는 느낌은 그다지 들지 않았다.

    사랑이라는 것은 여러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 <조제>가 청춘과 사랑에 관한 상징적인 영화였다면 이 영화는 보통의 사랑이라는 인식과는 조금 다른 것을 표현했다. 아마 사랑보다는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란 생각이 들었다. 즉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려 주는 것.

    영화에서 게이들을 통해 사랑은 자기 자신에 대한 것이고 타인에게 -심지어 가족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고 책임감으로 산다는 것은 허위라는 메세지를 담고 있다. 그래서 가족에게 아픔을 주더라도 자기 자신을 찾는 길을 택한 사람들이 나온다.  영화는 가족과의 갈등의 해결은 서로에 대한 이해를 통해서 그 폭이 넓어지면 우정이 되는 것이다라는 것을 이야기하려는 것 같았다. 하지만 우정은 때때로 사랑에 근접하지만 정확하게는 히말라야 최정상 몇미터 아래 베이스캠프에 발을 내딪어도 정상에 오른 것이 아닌 것처럼 결국 사랑은 아닌 것이다.

    소수라서 특별한 사람들이 있다. 이 영화에서는 그런 사람들로 게이가 나오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감출 수 없어 커밍아웃을 한 사람들이다. 물론 자신있게 게이를 선언한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이성애자의 부류에 억지로 참아가며 편입하려다 결국 실패한 게이들이다. 이런 사람들 중엔 결혼을 했던 사람들도 있고 심지어 자식이 있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저런 사람들이 모여 '메종 드 히미코'라는 게이들을 위한 양로원이란 조금 특별한 장소가 생겨났다.

    냉정하게 바라보자면, 의무와 책임만이 사랑이고 인간의 도리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것은 진짜 껍데기만 있는 허위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해서 자아를 깨달은 개인 혹은 가장들이 모두 고갱처럼 타히티로 훌쩍 떠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자기 자신에 충실한 건 좋다. 하지만 이때 필연적으로 생겨나는 갈등에 대해선 화해하는 과정도 필요한 것이다. 왜냐면 사상의 적이 아닌 한때 가족이었던 사람들이니까.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성향을 감출 수 없어 아내와 자식을 버리고 커밍아웃을 한 사람들은 자신에 대해 어쩔 수없는 운명을 뒤늦게라도 찾은 용기있는 자라고 하더라도 남겨진 아내와 자식은 말할 수 없는 배신과 상처를 입게 된다. 이 지점에서 자신의 목소리에 충실한 것이 가족에게 상처를 주게되는 이 필연적인 갈등이 사작된다. 이 영화에서는 이들의 특별함을  따뜻하게 때론 코믹하게 비추며, 서로 상처받은 상대방들에겐 사랑이 아닌 우정을 선사해준다. 이해를 통한 화해인 것이다.

    그래서 영화 말미에 주인공의 게이 아버지는 죽어가면서도 딸에게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저 독립된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좋아한다"고 말해준다. 가족을 버린 행위는 용서할 수 없는 행위지만 내면에서 자신들이 싫어서 배신을 하고자 떠난 아비가 아닌 것을 이해하는 것.. 소위 '진정성'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렇다고 섣불리 사랑을 논하지도 않는다. 서로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 거기에 생겨나는 사랑과 비슷한 우정.. 그것이 메종 드 히미코에서 볼 수 있는 특별한 감성이다.

    그래서 자신의 아버지를 사랑하는 게이와의 키스는 사랑처럼 불타오르진 못한다. 가슴을 만지고 있어도 만지고 싶은 데를 찾지 못하는 이 둘의 우정은 영화의 마지막 씬의 담벼락 낙서를 따뜻하게 내리쬐는 햇볕처럼 상냥하게 표현된다.

    '사오리를 만나고싶어 피키피키핏키' 
    친구끼리는 모름지기 자신들만이 아는 언어로 이야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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