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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을 읽는 방법
    각종감상문 2006. 4. 13. 17:15

    책이란 원래 읽는 것이다. 책을 읽는 것은 영화를 보는 것과 음악을 듣는 것과 마찬가지로 단순히 읽거나 보는 행위 자체의 중요함도 있겠지만 그런 과정에서 발생하는 느낌과 상상력이 더욱 소중한 경험이라 할 것이다. 영화와 음악이 주로 감성적인 면에 가깝다면 책의 특징은 이성적 사고에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할 것이다. 이를테면 영화는 눈이요, 음악은 귀라면, 책은 머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눈이던, 귀던, 머리던 가슴을 울리는 감동은 빼놓을 수 없는 하나의 귀결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릴 적에는 어머니가 책을 담은 가방을 들고 온 책외판원에게서 샀을지도 모를 나도 모르는 새 내 책장에 전집이란 이름의 똑같은 색깔과 디자인 크기인 양장 동화전집이 빼곡했고, 주로 동네에서 형들과 친구들과 비석치기, 오징어가위상 놀이하기 바빴지만 기억 속에도 책을 손에 잡고 읽곤 했던 기억이 있다. 책에 대한 어떤 지식이 없던 때라 활자만으로 되어있는 본문에 들어가기전에 샘플식으로 칼라 종이에 그림과 장면묘사가 나와 있는 그림을 보고 책을 읽을 순위를 정하곤 했다. 원숭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자신의 몸을 이어 계곡 사이 다리를 놓고 있고 영국식 양복을 입고 그 다리를 건너려했던 돌리틀 선생이라는 책의 그림은 지금도 인상에 남는다.

    내가 책을 읽는 방법은 주로 처음부터 끝까지 이다. 또 즐겨하는 방식은 파란색 색연필로 뭔가 중요하다거나 인상깊은 구절을 밑줄을 쳐가며 읽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책을 끝까지 읽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중간쯤에 집중력이 떨어져 책을 읽으며 책과 대화를 하기 보다는 일방적으로 활자 읽기에 전전할 경우도 많았고, 더욱이 한권 이상의 책을 동시에 읽는 경우가 있을 수 없었다.

    또 예전에는 TV나 신문에 누가 소장한 책이 몇만권이다 라는 얘기를 들으면 그 사람이 2만권을 다 읽었다고 믿어버리는 경우가 많았지만, 내 스스로도 흥미가 있는 책을 미리 사놓는 경우가 생기면서 꼭 그렇게만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왜냐면 책이란 음악CD처럼 사자마자 듣진 못하지만 책을 사놓으면 언젠가는 읽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강제아닌 강제이기도 하지만 이런 식으로 한권 두권 책장에 쌓여가는 책들을 보는 기분도 흐뭇하기 때문이다.

    요즘엔 책을 읽을 때 두권, 세권을 동시에 읽는 편이지만, 아직도 못하는 것은 아직 읽지 않은 어떤 책을 한부분만을 읽는 것이다. 믿지도 않는 교회를 갈 때도 껌을 씹거나 다리를 꼬지 않는 것처럼 책에 대한 어떤 경외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어릴 적 본 영화 '해리와 샐리가 만났을 때'에서 빌리 크리스탈이 말한 책 버릇 즉 첫 장을 읽다가 책장을 넘겨 마지막 장을 읽는다는 것은 나로선 상상할 수 없는 책읽기 방식이다.

    그리고 내가 잘 못하는 책읽는 방법은 책을 두번이상 읽는 것이다. 하물며 교과서도 두번 읽지 않는 편이라 여태껏 두번이상 읽었던 책은 체르니세프스키의 '무엇을 할 것인가'를 세번 읽은 것이 고작이다.

    요사이는 인터넷이다 TV다 해서 책을 읽는 시간이나 책을 사는 양도 많이 줄었긴 하지만, 책을 읽을 때 위에서 말했듯이 동시에 여러권 읽기, 여러번 읽기, 필요에 따라선 중간을 발췌해서 읽기 등을 하려고 한다. 무엇보다도 정석적인 책읽기에서 생활 속에서 편하게 짧은 시간에 틈틈히 편하게 읽는 습관을 들여보려 한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아쉬운 것은 주위에 책을 소개시켜주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점이 많이 그렇다. 그래서 얼마전 한겨례21에서 강준만 교수가 칼럼에서 책을 소개해주었는데 옛날 선생님이나 선배가 " 이 책 좋다, 읽어봐라" 하던 기분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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