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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살 정도는 친구야
    소소한 낙서 2024. 9. 5. 10:16

    어렸을 때 사업하시는 아버지가 자주 이런 말을 했다. "사회에선 10살 정도는 친구야. 형 동생이 아니라" 학생이었던 나는 당시 1살 차이가 대개 커보였기 때문에 그 말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막상 내가 커서 사회생활을 오래하고 있는 지금 그 말씀을 돌이켜보면, 10살 차이에 친구하는 사이는 거의 보지 못했다. 비단 내가 직장인이라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고.

    무슨 변화가 있었던 건가.

    반대로 생각해보면 2002년 거스 히딩크 감독이 우리 축구 국가대표팀을 맡으면서 원활한 경기 운영을 위해 권위적인 축구 문화를 타파한다는 취지 아래 형 동생 호칭을 금지하고 서로 반말할 것을 강제한 적이 있었다. 실제로 월드컵 4강이라는 전무후무한 결과물을 내는 데 바탕이 된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는 10살은 커녕 1살 차이도 친구 사이는 드문 것 같고, 특히 형식적으로는 부장부터 신입사원까지 서로 존대말을 하는 것 같다. 이래서는 우리가 4강으로 가긴 힘들어지는 건 아닐까? 하는 엉뚱한 대입을 해본다. 축구에서 게임 승리라는 명확한 목표를 위해 이를 방해하는 모든 요소, 특히 번거롭고 효율적이지 못한 유교적 권위를 깨는 것은 역동성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는 산업화와 개발이라는 다이나믹한 무사의 시대에서 다시 사농공상을 따지는 소위 문, 선비의 시대로 반동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소위 젊고 빠르고 군더더기 없다는 스타트업에서도 '호칭'이라는 포장에 가려있지만 사내문화가 권위적인 경우가 의외로 많다. 영어이름이나 00님을 도입한다고 해서 갑자기 선비에서 엔지니어의 마인드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다. 

    선진국이 패스트팔로워가 아닌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명분보다 중요한 창의성이 있어야하며 결국 그것은 집단 보다는 개인적 사고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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