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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날은 간다 (One Fine Spring Day, 2001)
    영화이야기 2006. 4. 13. 13:03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사랑은 맞는데 변한것일까?
    아니면 사랑이 아니라서 변한 것일까?
    사랑이 아니라, '사람'이 변한 것이라면,
    내가 변한 것일까? 아니면 상대방이 변한것일까?
    이런 저런 사랑과 연애에 대한 그리고 인간에 대한 이야기들...

    이런 상념에 빠지게 하는 이 영화는 '8월의 크리스마스'의 허진호 감독의두번째 영화이다.

    제목에서 암시했듯이 연애의 시절은 '봄날'이다.
    우연인듯 필연인듯 만난 사운드엔지니어와 라디오DJ는 소리를 따러 나선, 청명한 대나무숲에서, 정많은 강원도 시골집에서, 고즈넉한 암자의 눈 내리는 마당에서, 그러한 장면들 속에서 사랑을 싹튀운다. 그다지 특별하지도 않게, 그리 사연도 없이..

    현재를 앞서가는 영화가 있다면, 이 영화는 현재를 그대로 담는 영화이다.
    그래서 어찌보면 통속적인 이 둘의 이야기는 우리의 모습 그 자체다. 일상사를 다큐멘터리도 아닌 극영화로 엮어내는 감독의 역량은 삶에 대한 관조와 깊은 통찰력을 지닌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런 부분에서는, 이 영화가 홍상수 감독의 '오! 수정'의 감미로운 버전이란 생각도 들었다.

    '8월의 크리스마스'를 조금은 특별한 경우에 처한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치면 , 이 영화는 어쩌면 그 반대다.

    우리가 지난 시절 연애를 회상할땐 기억력의 한계 때문을 떠나, 특별히 의미있던 매개체, 시간, 장소 등을 떠올린다. 따라서 우리 자신이 너무 잘 알고 있는 뻔한 스토리는 자칫 이 영화를 보고 있는 동안 조금 실망스러운 느낌을 자아내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둘의 통속적인 연애의 시작과 중간 그리고 끝맺음에 비해 소리를 찾아 떠나는 이 둘의 여행을 비롯한 하나 하나의 아름다운 장면들은 우리 기억속에 깊게 각인된다. 때문에 줄거리 보다도 이러한 장면들이 극장문을 나서도 자꾸만 떠오르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이 영화의 매력이고 소중한 점이다. 마치 지난 우리의 사랑과도 같기 때문이다.

    연애하는 동안은 봄날이다. 상대방이 내곁을 떠나도, 또 어쩌면 상대방이 내곁에 있다해도 봄날은 간다.

    사랑을 시작하기도 전에 접어야 하는 애닮은 그의 첫번째 이야기가 이번엔사랑을 시작하고도 지속되지 못한 아픔을 그려냈다면 이 감독의 세번째는 영화는 사랑을 하고 또 그사랑을 이뤄내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우리는 여름에도 크리스마스를 마음속에 간직할 수 있듯이, 봄날만을 찾지 말고, 또 봄날속에 안주하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봄날을 내속에 소중히 간직하며 의연하게 겨울을 날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싶다.

    -이천일년 구월의 마지막날 경하와 함께 이 영화를 보다.

    2001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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