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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 (The Contact, 1997)영화이야기 2006. 4. 13. 13:03
이문열의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가 떠올랐다. 이영화를 보고 나서면서 부터 내내 말이다.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세련되고 유려하고 웅장한 문체에 -- 이문열 자신도 인정했듯이-- 내용없는 단순한 이야기가 감동의 대작으로 둔갑되었던...
이 영화가 그랬다. 수단의 고상하고 세련된 겉치장이, 그 눈속임이 돈을 벌려는 목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에, 지금은 훌륭한 방어기제가 되는 모양이다..
잘 만든 영화 였다. 이 잘 만든 영화는 토요일 아침 10시부터 종로의 모 상영관에서 사람들을 줄지어 서게 만들었다. 이 영화를 보고 있는 2시간 동안 나는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딱 두시간만 행복했다는 것이다. 영화가 꼭 현실의 반영이여야 한다는 것이 교조적인(?) 영화 보기라고 한다고 해서, 그 역이 진리인 것을 부정할 수는 없는 게다. 아마도 감독의 전적에 내가 너무 큰 기대를 걸었던 것일까..
이 영화는 정말 이쁜 영화였다..
너무 이쁜 나머지 그 안에는 자본주의도 없고, 1997년 대한민국도 없고, 어떤 커뮤니케이션도 없었다. 모순의 암시는 커녕 모든지 이쁘게만 빛나고 있었다. 그것도 잔잔하게 말이다.영화를 보면서 내내 불편하다가 극장문을 나서면서, 상념이라는 자기 도취에 빠지는 것이 있다면, 이 영화는 '에어 포스 원'만큼이나 뒷상념의 여유도 주지 못하였다.. 그저 쓴 웃음 한번 짓고 두시간동안 행복했었다는 걸 자위하다 나왔다 이거다. 영화가 끝나고 불이 켜지자, 나도 속았던 것인지, 아니면 젖어 들었던 것인지 모를 2시간 동안의 달콤한 꿈에서 몇몇 여자들의 눈가에 눈물이 맺힌 것을 볼 수 있었다. 이 영화에서는 여자들이 왜곡되고 모욕당하고 자연스레 그것을 견고히 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달콤한 거짓 최면이 쌉쌀한 진실보다 낫다는 것은 틀린 말은 아닌 모양이다. 하긴 나도 마찬가지지만..
영화가 끝나고 내 옆에 앉아 있던 건 다름아닌, 춘천의 그 좋던 물가에서, 새벽의 운치있던 올림픽 공원에서도, 고즈넉한 창경궁에서도, 같이 있었던 서로 원망(?)의 대상인 성헌이였다..(크흐) 하지만 이 날은 옆에 있던게 성헌이여서 다행이였다.
1996/어느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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