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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인은 지옥이다 (2018, 김용키)
    각종감상문 2019. 1. 24. 11:07

    이 멋진 말의 주인공은 사르트르라고 한다. 내가 아닌 다른 모든 사람들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전제에서 나온 탄식이라고 한다. 내가 남을 지배하든 반대로 남이 나를 구속하든 상관없이 나와 타인의 관계라는 것은 항상 어정쩡한 사이일 수 밖에 없다는 그의 사유를 드러낸 말이다. 

    심리학자 아들러는 사르트로 보다 한걸음 더 나아간다. 그 역시 인간관계를 모든 고민의 원천이라고 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다만 타인과 관계를 경쟁이 아닌 자기 주관, 자기 긍정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기 기준이 없이 타인의 평판, 인정욕구 따위에 목을메고 눈치를 보며 사는 삶은 노예의 삶과 같고 결국 지옥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르트르를 이를 벗어날 수 있는 자신의 의지가 필요하고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자유라고 말하고 있고, 아들러는 자기와 남의 일을 정확히 구분하며 자신의 목표에 따라 남을 도와주고 공동체를 지원하는 삶을 사는 것이 이롭다고 일컫는다.

    여튼 제목이 멋진 이 웹툰 덕분에 두 학자의 이론을 소개 받게 된 셈이라 좋았다. 이 만화에서 말하는 '타인이 지옥'인 것은 위 두 학자의 논파하고는 많이 다르다. 내부적으로 불안정한 주인공이 고시원으로 상징되는 타인, 혹은 외부세계와 거리 없음이 주는 지옥에서 신음하고 결국 자신이 괴물로 변해가는 과정을 그린 스릴러물이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주인공이 의지를 가져야할 자기를 긍정하는 요소나 삶에 대한 존중을 다룬 것이 아니라 실체적 악을 맞닥들일 때 누구보다 앞선 예민함과 그로인한 분석에 천착하고 있는 부분이었다. 물론 이 과정이 추리소설 같이 무척 재미있고 스릴있긴 했지만 그 모든 것이 밝혀졌을 때 청년 취업, 고시원, 범죄자 일당 등은 다 파편적인 요소가 돼버리고 모든 상황은 우연이 돼버리는 느낌이 들었다. 

    이것은 마치 배가 침몰할 것을 알고도 미처 탈출하지 못한 쥐가 이를 모르고 있는 선원들 밑의 지하실에서 마구 왔다갔다하는 모양이고 어떤 면에선 사람들이 다니는 길에 위험하게 솟아있는 돌부리를 보고 숨어있다가 누군가 넘어졌을 때 "내가 이럴 줄 알았지! 이 돌부리가 위험하다니깐! 누군가 치웠어야 하는거 아닌가!"하고 외치는 걱정이 많은 방관자의 모습이 연상되었다. 

    다만 이것은 그저 제목에 따른 감상일 뿐이나 웹툰 자체는 몰입도 있는 추리소설, 공포영화를 보는 재미가 있었다. 다만 꼭 위에서 언급한 것은 아니라도 사건이 종반으로 치달을 때 느낀 긴박함과 긴장도에 비해서 결말이 조금 개연성이 떨어지는 아쉬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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