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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96년도 말지를 읽고
    소소한 낙서 2011. 6. 14. 12:25
    -- 80대를 좀더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은 80년대 실천의 원동력은 열정 
    이였지 사상이 아니였다고 주장합니다. 인간은 반드시 사상을 세운 후에야 
    실천행동에 나선다고 보십니까? 

    그런 관점이 알게 모르게 널리 퍼져 있습니다. 그래서 그러한 분석들을 하는 
    것입니다. 저는 사상이 정립된 후에 실천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사람 
    이 움직이고 난 궤적을 나중에 사상이라고 명명하지요, 한 개인이 어떤 실천에 
    나서는 것은 내부에 그만한 온축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개중에는 사상 
    을 관념적으로 받아들였다가 쉽게 청산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 
    나 기본적으로 사상의 역할은 그런 것이 아닙니다. 실천의 결과가 이론으로 
    정리되고 그 이론이 다음 실천의 지료가 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하나의 사 
    상이 완성되는 것이지요.. 

    말지 8월호에 실린 신영복 교수님이 김경환 기자의 권두 인터뷰에서 하신 
    말씀이다.. 
    전에 읽었던 '사람아 아, 사람아!'라는 책에서, 중국 공산당의 관료제의 문 
    제를 꼬집었던 내용이 생각이 난다. ( 공교롭게도 이 책의 번역을 신영복 
    교수님이 하셨다.) 중국 관료들, 나아가서는 기성세대들의 이야기가 나오 
    는데, 마치 김경환 기자님의 질문속에 그 문제점이 함축 되어 있다는 느낌 
    이 들었다..대충 기억이 나는 것이 중국 당국을 대표하는 인물로 묘사된 
    시 류에 대한 그 책의 묘사다.. 젊었을 때 혁명적 기질과 열정으로 역량을 
    발휘했던 인물이였던, (주인공인 손유에도 존경했었던) 그가 관료가 된 후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무사안일해지고, 당의 명령에 기계적으로 반응하는 
    경직된 인간으로 변화하게 된다..특히 그에 대한 비판에서 기억에 남는 것 
    이 '원전하나 제대로 읽지 않고...당의 명령에 무비판적으로 따른다..'는 
    대목이다.. 나는 이 말이 시사하는 바가 많다고 느껴진다. 물론 이론적 무장 
    만을 강조하는 것이라 생각하는것이 아니라, 사상적 기틀을 확실히 해나가면 
    서 지속적으로 창조적인 사고를 해야함이라고 이해가 되기 때문이고, 또 우 
    리가 이 부분에 소홀했던 면이 있지않았나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역사도 세상도 어떤 흐름이 있다고 흔히들 말한다..기왕에 운동을 하는 
    사람이라는 것은 그래도 바른 흐름을 찾아내고, 따르려고 노력하는사람 
    이라고 할 수있을 것이다. 이 대목에서 운동은 곧 삶이라고 할 수있을지도 
    모르겠다. 
    여기서 다시 한 권의 책이 떠오른다..도스토엡스키의 '까라마조프가의 형제 
    들' 이라는 책이.. 이책의 세명의 형제들..열정을 상징하는 큰형 미챠와 
    지성과 이성을 상징하는 둘째형 '이반' 그리고 사랑과 인간성을 상징하는 
    '알료사' 이 셋은 우리 내면속에서 각각 떨어져 있으면서도, 하나를 상징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80년대가 열정의 시대 였다고 한다면, 90년대는과연 어떤 의미일까..... 
    본질적으로 그때와 전혀 변함이 없는 시대라고해서 우리는 미챠처럼, 80년대 
    처럼 행동해서는 안될것이다. 꼭이 거창하게 운동의 방법론적인 면을 이야기 
    하려는 것이 아니라, 미챠와 같은 열정이 지나간 지금의 시점에서 이제는 
    이반과 같은 고민과 사색의 시기로 접어들 때가 아닌가 싶어서 이다. 보다 
    인간적인 알료사로 다가가기 위해서 말이다..물론 여기서 미챠와 이반과 알료 
    사가 서로 떨어진 개념은 절대 아니라고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어떤 순차 
    적인 의미를 두자는 것도 아니고, 미챠의 행동궤적을 이제는 이반이 
    정리하고 반성하고, 그것이 알료사의 인간적인 면으로 강화되고, 다시 미챠 
    의 열정으로 실천되고....이러한 유기적인 과정을 말한 것 이다.. 
    작금의 흐름이 청산주의적으로 혹은, 회의주의적으로, 내지는 성급하고 
    경솔한 패배주의적으로 흘러감을 안타깝게 여기면서 말이다. 

    시냇물이 모여서, 강을 만들고 강이 모여서 바다를 이루듯이, 지금의 시행 
    착오와 고민들과 힘겨움들이 모여서 마침내 참되고, 좋은 세상이 오리라는 
    믿음에서 끄적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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