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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욱이
    소소한 낙서 2011. 6. 14. 12:26
    대학시절에 친했던 후배 셋이 있다. 
    난 그들을 척추뼈, 오른팔, 왼팔이라하며 우정을 과시하고자 했던 적이 있다. 

    지욱이 녀석을 처음 본게 언제인지 뚜렷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서로 친해지게된 건 96년도 여름일거다. 
    재수를 실패하고 다시 학교로 돌아온 지욱이는 가끔 수업시간에만 볼 수 있었다.
    그때의 지욱이는 조용하고 과묵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 날도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는데 난 어찌하다가 혼자 우산을 쓰고 
    학교 앞 골목을 걷고 있다가 우산없이 서있던 지욱이를 보았다. 
    우산을 같이 쓰고 좀 걷다가 어찌어찌하다가 커피숍에 들어갔다. 
    이때만 해도 시간을 죽일 때 커피숍이란 장소는 전혀 그것도 남자끼리는 
    전혀 고려치 않던 곳이었다. 

    여튼 왠일이지 커피숍에 들어가 지욱이랑 영화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앞머리 긴 갈색머리 고른 치아 짙은 눈썹 얌전한 손놀림 그때의 지욱이였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 생각나는 지욱이의 모습은 많이 달라졌다. 
    언젠가 머리를 박박 밀고 오더니, 그래서 병주형한테 '빠바기'라는 별명을 받고 나서부터 
    떠오르는 지욱이의 모습은 쾌활하고 잘 까불고 잘 놀고 그랬던 후배가 되었다. 

    후에 찾아온 한주랑도 잘 어울리며 영주, 성희 그리고 96학번 후배들과 나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면서 학교를 연상하면 언제나 꼭 떠오르던 녀석이었다. 

    예술제때 첨엔 열심히, 나중에 뺀질되면서 나한테 알게 모르게 힘이 되어주던 
    지욱이는 그해 겨울에 군대에 갔다. 
    군대 가기 전에 학교에서 송별주 마실 때 얼마 마시지도 않았는데 
    먼저 저만 술이 떡이 되어서 했던 말 '형 나 노래방 가고 싶어요' 
    결국 성헌이랑 나랑 돈이 없어 주민등록증 맡기고 선녀노래방이란 데를 겨우 데려 갔더니 
    녀석은 잠만 자고 나랑 성헌이만 노래 열심히 불렀던 것이 생각난다. 

    처음에는 대구라서 자주 보진 못했지만 나중에 서울로 올라와서 
    때론 수요일 정훈시간 땡땡이치고 학교에서 만나기도 하면서 이야기도 많이 하고 그랬었다. 

    지욱이는 이쁘게 개길줄 아는 동생이었고 진지하게 내 말을 들어주는 후배였다. 
    우유부단한 나를 질책도 하면서 또 날 형이라며 따르는 고왔던 애였다고 생각한다. 

    내가 멍청한 얘기하면 '킥킥킥' 턱 떨면서 웃는 모습, 성헌이랑 경영학과 애랑 싸울때 
    말리다가 지가 열받아서 PT병 던지면서 화내던 모습, 지갑에 있는 돈 다털려도 모르던 
    주량 약한 모습, 후배들 잘 챙겨주던 선배의 모습, 양평으로 엠티 갔을 때 생각, 
    지욱이랑 같이 봤던 여러 영화들, 울던 모습... 

    내가 좋아했던, 맘에 들어했던 후배.. 
    내게 더 한번 허전함을 주고 떠난 지욱이 녀석.. 

    지욱아 잘 지내렴. 

    ================================================== 

    지욱이가 떠난후 6개월이 지난 지금. 

    안녕하세요? 저는 피해자의 누나입니다. 전부터 글을 
    올려왔는데, 우선 저에게 힘을 주시는분들에게 
    감사합니다. 
    너무나 무자비하게 저희집 장남을 잃고, 사건해결에 많은 
    문제점이 있어서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여러분들도 소중한사람이 늘 곁에 있을때는 그 소중함을 
    알지못합니다. 
    항상 가까운 사람들에게 고마운마음과 사랑을 나타내세요. 
    저는 저를 항상 지켜주었던 저의 분신을 잃었읍니다. 
    앞으로 남은 날들을 남은가족들과 어떻게 살아나가야 할지 
    막막하지만, 
    이대로 있을수만을 없었읍니다. 

    2000년 1월12일 청담동 엘루이호텔 쥴리아나 클럽에서 
    한국외대 이란어과 4학년에 재학중이던 황 지욱군이 
    집단폭행에 의해 사망했읍니다. 
    시각은 12일(수요일) 오전 2시를 조금 넘긴 
    시각이었읍니다. 
    그날은 겨울 계절학기 종강날이었고, 친한친구가 
    유학가기전 송별회가 있어서 11일 오전에 마지막시험을 
    마친 황군은 집에서 시험에 지친몸이라 잠깐 눈을 붙이고 
    저녁 7시쯤 동생 황 성욱군과 그 친구들과 쥴리아나에서 
    송별파티를 가졌읍니다. 
    평소 술을 잘하지 못하던 황군은 동생친구들이 
    스테이지에서 4명의 남자들에게 맞고 들어오자 누구냐며 
    뛰어나갔읍니다. 가해자4명은 자신들보다 어린 학생들을 
    몸이 조금 부딛쳤다는 이유로 구타를 했읍니다. 
    황 지욱군은 매사에 모범적이었으며, 늘 의협심이 
    강했읍니다. 
    가해자 4명으로 부터 황군은 집단으로 맞고, 
    짖밟혔읍니다. 
    사인은 갈비뼈골절로 인한 폐및 내장기관 파열이었읍니다. 
    목격자의 증언에 따르면 집단으로 때려서 쓰러진아이를 
    발로 차고, 밟고 짖눌렀다고 합니다. 더 더욱 가슴이 
    아픈것은 이미 숨이 끊어져서 발로 차고, 짖눌러도 얼굴에 
    미동도 보이지 않는 아이를 계속 구타했다느것입니다. 

    정말로 죽이겠다는 생각이 아니고서야 어찌 사람으로써 
    자신보다 몸도 왜소한 학생을 그것도 발로 죽을때까지 
    짖밟았겠읍니까? 

    벌써 두번이나 구속영장을 기각당했읍니다. 확실히 본 
    목격자들이 있는데 이게 말이나 되는소린가요? 
    다가오는 8월 17일은 첫공판일입니다. 
    진실은 언젠가는 꼭 밝혀지리라 믿고있지만, 행복했던 
    저희가정에 닥친 피눈물이 너무나 커서 여러분께 
    호소합니다. 

    가해자중 가장 나이도 많고 폭력적이었던 권 훈이란자는 
    현재 명문 사립 L 초등학교의 설립자겸 교장의 
    아들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저를 비롯한 제동생들 지욱군, 성욱군 
    모두 L 초등학교출신입니다. 제동생 지욱군과 성욱군은 
    그학교에서 모두 전교부회장과 전교회장을 했을정도로 
    모범생이었읍니다. 세남매가 모두 그학교를 나오고, 
    회장단활동도 했으므로 그 교장은 저희집을 잘 
    알고있읍니다. 
    교육자라고 자부하는그는, 자신의 아들의죄를 
    무마시키는데만 너무나 급급했읍니다. L 초등학교는 
    자식사랑이 그학교의 시초라 해서 이름도 자신의 
    자식이름으로 지었읍니다. 그 교장의 자식사랑은 자신의 
    자식만 중하고, 다른집자식들은 아무래도 상관이없읍니까? 
    그렇다면 어떻게 많은 그학교학부모들은 안심을하고 그 
    학교에 교육을 맡긴단 말입니까? 저도 그학교를 졸업했기 
    때문에 너무나 가슴이 아픕니다. 

    자신의 아들이 자신의 제자를 죽였읍니다. 
    아버지이기이전에, 교육자라면 아들의 잘못을 
    뉘우치게하고, 저희부모님께 사죄했어야 마땅한 법인데, 
    그는 아직도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아들의 죄를 무마시킬 생각만 하고있읍니다. 

    나머지 가해자 세명은 박 정규, 이 석재, 이 충한 으로 
    독일에 유학중이었거나 아버지회사에서 일을하는 
    회사원입니다. 

    그들은 저희가 장례치르는동안, 쥴리아나 업소측은 물론 
    경찰서에까지 손을 써놓았읍니다. 아직도 모든것이 
    배경이나 권력으로 해결이되는 세상입니까? 

    하지만 저는 이세상에 아직도 물질로 해결이안되는 것이 
    있다는것을 그들에게 꼭 알리고 싶읍니다. 

    저희집은 원래 가족간의 사랑이 유난히도 남달랐던 
    가정이었읍니다. 
    그런데 지욱이가 떠난후 저희집은 잿더미만 남은집이 
    되어버렸읍니다. 
    어머니는 요즘 들어 더더욱 힘들어하십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저희 지욱이가 없는자리가 너무나 크고 
    시립니다. 

    저는 가해자들의 올바른 마음가짐을 원합니다. 
    그들은 전혀 반성의 기미도 없이 지금도 거리를 활보하고 
    다닙니다. 
    과연 그 부모들은 이것이 진정 자식을 위함인지 잘 
    생각해보십시오. 

    여러분께서 짧막한 글이나마 진정서를 올려주시면 많은 
    도움이 될것 같읍니다. 


    E-mail:  totoroyoung@hotmail.com 
    사건번호: 2000고합388 

    긴글 읽어주셔서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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