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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ジョゼと虎と魚たち: Josee, The Tiger And The Fish, 2003)
    영화이야기 2006. 4. 13. 11:56

    처음에 이 영화 제목보고 그다지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제목 처럼 거부감이 들었다.


    약을 짓는다는 뜻의 조제도 아닐 뿐더러, 생뚱맞은 호랑이 게다가 물고기들 이라니..
    난 또 혹시 조제란 일본인이 동양의 호랑이띠이며 서양으론 물고기자리인가 보다하는 나름대로 해석을 해보기도 했다.

    여튼 어찌어찌하여 보게된 이 영화는 처음 시작부분 나오는 동화같은 일러스트때문에 호기심은 더욱 반감되었고 심드렁한 기분마저 생겼지만, 영화를 다보고 난 지금은 소녀와 같은 따뜻한 시각으로 사랑을 얘기하는 괜찮은 영화라는 느낌이다.

    영화는 신비스럽고 동화적인 분위기가 계속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치 소녀취향의 인형과 같은 아름다움만은 아니다. 이 영화의 좋은 점은 우리가 겪는 청춘과 사랑에 대해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쁜 옷을 입고 결 좋은 머리카락을 지닌 손에 물 한방울 안묻힐 것 같은 신비스럽고 다소 따분해 보이는 궁전 속 공주님을 그린 것이 아니라 그런 옷을 입었다 하더라고 굳세게 로마의 휴일을 맞이한 오드리 햅번과같은 호기심, 경쾌함같은 것과 더 비슷할 것이다.
    (광선총을 쏘며 우주를 누비는 레이아 공주같은 박력까지는 아니지만 말이다.)

    여튼 새벽마다 담요로 덮여있는 유모차 비슷한 카트를 밀고 다니는 할머니라는 이야기는 우리를 어릴 적 동화의 세계로 인도하며 이를 둘러싼 여러가지 소문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이 얼마나 흥미로운 설정인가)

    온갖 책으로 둘러쌓인 조제의 다락방 같은 방.
    조제와의 무뚝뚝하지마나 정감있는 대화..그리고 매혹적인 사랑
    조제를 유모차에 태우고 간 동물원에서 데이트.

    꿈만 같은 사랑의 시간을 지나
    부모님께 여자친구를  인사시키는, 누구나 직면하는 현실과 좌절...
    이런 현실을 피하기 위해 떠난 바다로의 여행에서 만나게 된 벽이 물고기로 수놓아진 모텔..그리고 환상.

    남자주인공은 그 친절함과 호기심과 청춘의 피로 조제를 사랑했지만
    동시에 그렇기 때문에 흔히들 말하는 청춘의 통과의례로써 조제와 헤어지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제는 그 모든 것을 이해하고 용서하며 비로소 자신을 긍정하게 된다.

    사실 조제가 장애인이라는 것은 영화에서 큰 의미를 두고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 왜냐면 청춘에 있어 사랑과 이별은 조제의 경우처럼 눈에 보이는 분명한 이유만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남자주인공이 끝까지 조제를 지켜주지 않아 그것이 결국 사랑이 아니였다고 해도 좋다. 두사람이 정말로 서로에게 충실했고 순수했기 때문에 이 둘의 청춘은 빛난 것이다.  따라서 어찌보면 뻔한 이유인 이 둘의 헤어짐을 비난할 수 없는 것이다.

    황금만능이 판치고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나날이 세계가 물화되는 현실에서 지난 시절 당연했던 이 영화와 같은 청춘의 통과의례는 어쩌면 이제 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이상이 된 것이 아닐까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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