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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운찬 총리 지명에 무덤덤한 이유
    정경사 2009. 9. 6. 20:37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이명박 정부의 2번째 총리가 된단다. 처음 내정 소식을 들었을 때는 조금 놀랐으나, 이내 담담해지기로 했다. 처음 놀랐던 이유는 나름대로 그가 범야권의 후보군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고, 두번째는 케인지안으로 알려진 그의 경제관과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지향이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서 바로 담담해질 수 밖에 없었던 이유로는 내가 정운찬이란 사람에 대해 얼면 얼마나 알았겠냐는 것과 소위 여야로 나뉘어진 우리나라 기득권층 혹은 엘리트층의 정치 지향의 구분이란 것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에 대한 되새김질을 하였기 때문이다.

    어릴적에 김영삼 전대통령이 소위 야당이라는 모든 의원들을 데리고 노태우 씨와 손을 잡았을 때 큰 충격을 받았었다. 사실 그때만 하더라도 김영삼 전 태통령 개인의 권력욕이었다라고 생각하고  그 개인에 대한 원망과 분노 그리고 우리나라 민주주의와 의리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사람이냐, 시스템이냐 하는 근본적인 고민에 빠졌던 것 같다.

    그 후 개인적으로 이에 대해 다른쪽으로 각성하게 된 것은 홍준표 의원의 정치 입문에 대한 소회를 듣고 난 뒤였다. 소위 <모래시계> 검사로 알려졌던 청렴하고 대쪽같았던 이미지의 검사 홍준표가  신한국당을 통해 정치에 발을 들여놓게된 이유를 신문에서 읽은 적이 있는데, 그 이유란 것이 고작 김영삼 전대통령이 먼저 전화를 했기 때문이란다. 무슨 말인가 하면, 김대중 전대통령보다 먼저 전화가 왔었다는 이유라는 것이다.

    문득 예전에 임창정과 고소영이 나왔던 야구와 관련된 영화가 떠오른다.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이었는데 거기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심판의 판정 때문에 시비가 붙었는데 극중에서 코치였던 김성한이 나와 상대편 코치에게 거칠게 항의를 한다, 하지만 사실은 서로 눈을 찡끗하며 농담이나 하면서 그저 겉보기만  싸우는 것 처럼 밀치고 하는 제스츄어만 하고 있는 것이었다.

    우리 정치도 이와 비슷하단 생각이 든다. 멀리서 바라보는 관객들에게 코치가 보이기 위한 항의성 제스츄어를 연출하는 것처럼 여당이니 야당 혹은 독재니 반독재니 아니면 보수니 진보니, 부자당이니 서민당이니 하는 것들도 어쩌면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하는 허무함 말이다.

    어차피 민주당이던 한나라당이던 학연, 지연, 혈연 등의 네트워크로 얽혀있으며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조금은 다르더라도 큰 맥락에서는 서로 같은 이해로 엮여있는 동업자들이란 것이다. 그나마 제도권에서 결이 다른 자유주의자들은 민노당과 진보당 정도랄까.

    실제로 국민들이 자신들의 지역이나 계급 혹은 이해관계를 진실로 대변해 줄 수 있는 정당을 택하고 서로 원내에서 경합하게 해줘야 하는 민주주의의 기본이 소위 한나라당, 민주당으로 대변되는 악한보수, 덜악한 보수로 갈리어져 있는 형국은 넓은 의미에서는 우리 정당민주주의를 저해하는 요인이고 지금과 같은 기득권 엘리트 계층의 지배를 공고히하는 구조란 생각이 든다.

    또한 정치평론가라고 불리우는 호사가들은 이번 정운찬 총리건에 대해 지역이나 권력구조니 혹은 이명박 정부의 노선변경이니 하면서 여러가지 관전평을 풀고 있지만 - 물론 어떤 점에선 참고나 분석할만 하다- 그것 역시 이러한 본질을 호도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이 시점에서 중요한  사실은 민주당은 여전히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이와 같은 정치 무기력증이 단지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아니라면 혹시라도 자신들에게 적합한 대변정당을 찾아가는 과도기로 진입하는 것은 아닐까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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