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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고 (Fargo, 1996)
    영화이야기 2008. 8. 31. 23:01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로 2008년 영화계에 중심에 우뚝선 코엔형제에겐 그 이전에 이미 <파고>가 있었다고 한다. <노인을..>이 세대와 역사에 관한 강렬한 은유의 영화였다면 <파고>는 이보다 조금 더 모호하지만 현 세상의 공포의 연관성에 관한 철학적 스릴러라 할 수 있겠다.

    첫째, 부유한 장인을 둔 주인공 남자가 나온다.
    두번째, 한적하고 고요한 우리나라 시골같은 지방 마을의 여자 경찰관이 있다.
    세번째, 청부 납치를 하는 어눌하고 쾌활한(?) 건달이 있다.

    주인공 남자가 장인의 돈을 뜯어내기 위해 자신의 아내를 청부 납치하기로 결심하면서 부터, 이 세명의 평범한 삶이 서로 연관을 일으키며 흔들리기 시작한다. 특히 공포는 말없이 다가온다고 해야 할까, <지옥의 묵시록>에서 죽어가던 말론브란도가 읖조리는 '호러'처럼 은발의 살인마가 이 들사이에 조용히 끼어들면서 마치 뇌관을 건드린 폭탄처럼 활화산이 되어 터진다.

    누구도 다치지 않을 것 같았던, 위장납치극이란 발상은 부세미가 분한 건달이 분쇄기 속에서 다리만 남은 채로 전개되리라 그 누가 알았을까. 게다가 지옥을 보아버린 악마처럼 금발의 살인마에게 배운대로 여기저기 방아쇠를 당겨버린 부세미의 정신나감은 하나의 비극이다.

    이런 인간파괴의 현장에서 누구도 진지하지 않게 된다. 한편으로 피하거나 도망가거나, 혹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동조하는 척 하거나, 또 한편으로는 안보이게 하면 되리란 생각에 애써 외면하기도 한다.

    그래서 주인공은 서툴게 사무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도피를 하다가 검거되고, 건달은 돈가방을 철조망 곁에 묻어두고도 다시는 그 돈을 찾아오지 못하게 되며, 마지막으로 살인범을 검거한 만삭의 여자 경찰관은 그에게 마치 문방구에서 노트와 볼펜을 훔치다 걸린 학생대하 듯 작위적인 훈계를 하고 만다.

    파고에서 일어났던 일이 이미 전세계로 번지고 있지만, 이로써 파고는 잠잠해진다. 왜냐 보이는 부분은 이미 일단락 된 셈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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