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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색계(色, 戒: Lust, Caution, 2007)
    영화이야기 2008. 7. 30. 12:55

    한 여학생의 실패한 암살계획

    탕웨이가 분한 이 여성 첩보원을 당시 보고한 정부문서가 있다면 실패한 첩보작전으로 보고되거나 혹은 문서상에 아예 존재하지 않는 그런 암살 계획일지 모른다. 역사적으로 본다면 20세기 초반에 있었던 항일 투쟁에 포괄적인 일련의 항거 속에 한 부분 속으로 기록에 적시되진 않은 작은 사건이었을지도 모른다.

    국가적인 시선에선 개인 감정으로 공적 사명감을 저버린 어이없는 사건이라 치부할 수도 있다. 반대로 개인적인 관점에서는 뻔해 보이거나 당연한 일도 자기 자신의 경험에선 그마만큼의 사연과 이유가 있다는 항변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속담처럼 처녀가 애를 배도 그 개인사적으론 분명한 이유는 있는 법이긴 하다.

    아마도 감독 이안의 그동안의 영화적 시선을 좇아보자면 이 영화 역시 기존 사회 질서, 보수적 국가관 속에서 희생되고 억압받는 소수, 혹은 개인의 인권에 대한 애틋한 그리고 안타까움을 표현하고자 하는 것일 것이다. 게다가 식민지 치하의 중국에서 좌우대립과와 독립 전쟁이라는 혼돈은 개인의 삶 특히 개인적 감정이 얼마만큼 희생을 당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시선이다.

    혼돈의 시대에 사랑이란 스톡홀롬 증후군

    이런 혼돈의 와중에 주인공은 제거대상에게 스톡홀롬 증후군과 같은 감성의 경도를 일으킨다. 생각해보면 꿈많고 철없던 대학시절에 친구들과의 동조라는 군중심리라는 지극히 개인적 사유때문에 민족반역자를 처단해서 중국의 독립을 이루겠다는 대의에 동참했지만, 그것은 결국 보호받아야 할 한 여학생이 서툴고, 거칠게 자신의 처녀성을 버린 것처럼 사려깊지 못한 그래서 약점이 많았던 치기어린 기분이었을 지 모른다.

    두 남녀는 결국 색계를 넘게되고 서로에게 끌리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결국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상처받고 고통스러운 지를 엿볼 수 있다. 그리고 동시에 자기 자신에게 충실하단 것이 역사와 시대와 어떤 식으로 마찰을 일으키는 지도 눈여겨 볼 점이다. 혼돈의 시대상에서 자신에게 그리고 상대에게 솔직한 감정을 갖는다는 것이 개인적으론 나와 남이 모르던 본연의 정체성을 확립해 가는 과정일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남녀간의 무책임한 불륜보다도 더 악질적인 방편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반지를 찾으러 갔다가 탕웨이가 내뱉은 "조심하라"는 작은 읊조림에 태산같이 다가오는 시대와 현실 앞에서 양조위는 온몸을 다해 뛰어 들어간다.(아주 냉큼) 그리고 다시는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탕웨이가 집어넣은 자살용 알약은 더 서글펐던 미련의 시대상이며, 결국 나라를 배신한 남자는 인간마저 그리고 자기 자신마저 배신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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