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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 비자금 사태, 경계해야 할 '독수독과론'
    정경사 2007. 11. 7. 16:04

    독이든 나무에는 독이든 열매가 나온다는 '독수독과론'이 널리 퍼지게 된 것은 삼성 떡값 때문이다. 특히 MBC 이상호 기자가 파헤친 대선 관련 X파일 사건때도 회자되었었다. 사건의 본질이 삼성의 불법적인 떡값에서 불법 도청이라는 지엽적인 문제로 전도되는데 큰 역할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백번양보해서 당시의 사건에서 통신비밀법 위반이라는 약점이 있었다고 쳐도, 이번 김용철 전 구조본 법무팀장의 고발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 내부 고위급 인사라는 점에서 그렇고 물증이 있기 때문이다. 삼성의 입장에서도 초유의 사태이고, '관리'의 삼성이라는 이름도 결국 '돈'이야기 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돈이 잘 먹히다가 작정하고 양심선언을 하는 전직 간부에게 대처하기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은 이미 이사건을 20년전 군부독재를 무너트렸던 '박종철 열사 치사사건'에 비유하여 '경제 민주화'를 이룰 중차대한 사건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래서 신중의 신중을 거듭해 '삼성 비자금 전방위 로비'라는 사건의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떡값' 명단 공개에 서두르지 않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김용철 변호사의 말을 빌자면 "목숨을 걸고" 하는 고발이라고 한다. 어쩌면 삼성의 입장에서는 몇천억을 주더라도 아깝지 않을 사태일지도 모르겠다. 당연히 긴긴 싸움이 될 것이다. 처음에 조금 혼돈스런 모습을 보였던 삼성은 지난 5일 김용철 변호사의 기자회견 2시간 전에 대대적으로 반박 보도자료를 뿌리며 방어에 들어갔다.

    그것이 검찰에 대한 그간의 '관리'에 따른 자신감인지, 아니면 또 다른 대응전략이 있는 것인지는 알 수가 없지만, 이제 삼성의 첫번째 공세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그 내용은 여러가지 반박으로 되어 있지만, 주목할만한 부분은 또 다시 '독수독과론'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는 것이다.

    반박문에는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의 S급 인재가 아니라는 것부터 시작해서, 재직 중 아무 말도 없다가 퇴직 후 삼성의 돈이 끊긴 후에 고백을 했다는 시점 그리고 김변호사 부인의 사적인 편지까지도 공개하며, 믿지 못할 사람, 돈만 밝히는 사람, 과대망상증 환자 쯤으로 개인적인 자질에 대한 공격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은 "핵심은 구조적인 삼성그룹의 비리 의혹"이라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그리고 김용철 변호사 자신도 프레시안의 인터뷰("검찰 머뭇거리다, 삼성 증거 폐기한다")를 통해 자신이 결함있는지 없는지는 '삼성 비자금'사건의 핵심이 아니며 자신이 공식적으로 제기한 의혹들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검찰이나 수사기관들이 경제 걱정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삼성과 이건희 일가는 분리해서 생각해야한다고 당부하고 있다.

    이처럼 독이 있는 나무가 되지 않기 위한 몸부림도 힘겹다. 생물학적으로 독이 있는 나무가 항상 독이 있는 열매를 맺는 것도 아니며, 우리는 이성과 반성을 지닌 인간임으로 이런 비유는 맞지도 않는다. 이것 또한 돈앞에서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부패의 큰고리'의 패악중에 하나 일지도 모르겠어서 또한번 씁쓸하다.

    한맺혔던 소록도에서 강제로 거세당하던 한센병 환자들의 무지와 부당함이 떠오르면서 천주교 정의구현 사제단과 김용철 변호사의 경제 민주화를 위한 투쟁에 아낌없는 성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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