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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 대선의 역동성은 결국 이명박 후보의 공
    정경사 2007. 11. 6. 23:25

    내 어릴적인 지난 90년 1월 30일 소위 '3당합당'이라는 것이 있었다.
    이것은 노태우의 민정당과 김영삼의 통일 민주당 그리고 김종필이 당을 합친 사건이다.
    그때만 하더라도, 소위 민주세력이라고 하는 야권의 성격에 대해 정확한 구분을 하지못했던 무지한 탓도 있었지만, 어린시절 굉장히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해방이후로 거슬러 올라가 분단 당시나 친일세력의 지배력이 지속된 원인과 그 결과물로 해석을 하면 쉽게 이해되는 측면이긴 했지만, 당시 나는 개인과 노선의 괴리감 속에서 꽤나 고민했던 것이 떠오른다.

    흔히들 우리나라 대선이 역동적이라고 한다. 양당제가 굳혀진 미국인 버시바우가 오죽하면 우리나라 대선이 매우 흥미롭다고 관전평(?)을 했겠느냐 말이다. 97년 김대중 후보와 김종필 후보의 연합 전선, 그리고 대세론을 굳혀갔던 이회창 후보. 거기에다 경선을 불복하고 뛰어나온 이인제 후보. 2002년 지난 대선 보다 더 철옹성같은 지지율을 자랑하던 이회창 후보. 민주당의 노무현 후보가 예상외 선전으로 선출되었다가 월드컵 4강 신화에 불쑥 출사표를 던진 정몽준 후보. 이 둘의 후보 단일화와 선거일 당일 단일화 페기까지..

    그야말로 드라마틱하고 역동적이다. 그렇지만 이런 드라마를 찬찬히 한꺼풀 벗겨내어보면 버시바우의 찬탄이 부러움이 아니라 일종의 놀라움이란 걸 알 수 있다. 역동성의 원인은 정당정치가 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며, 따라서 정책이 수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노선보다는 지연,학연 등이 원동력이 되고, 여론조사가 판을 치고, 공약은 그야말로 공약이 되버리는 것이다. 따라서 이 모든 것은 결국 인물 위주로 귀결되며 이런 인물들간의 땅따먹기가 아주 혼란스럽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이합집산 가운데 그나마 노선과 정당정치를 유지하고 있는 집단은 민주노동당 뿐이다. 그리고 문국현 후보의 창조한국당은 정당의 선명한 노선은 드러나고 있지 않지만, 적어도 현재까지는 보수 범여권과의 단일화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에 나름대로 한축을 담당하고 있다.

    그 외에는 여야 할 것 없이 딱히 노선이나 강령이랄 것도 없다. 이처럼 주전자 다시한번 주전자에 물끊듯 난리법석이었어야 하는 이번 대선이 잠잠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이명박 후보가 있다. 이명박의 독주에 신당, 민주당할 것 없이 거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여권은 한국 대선정국의 취약성에만 목을 메고, 인물 위주의 단일화를 통해 '바람'을 일으켜 다시 한번 역전 드라마를 찍을 것에만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11월까지 전혀 통하지 않았다. 이명박의 당선확률은 고정적이었다. 신당, 민주당의 잇단 후보 선출과 단일화는 거의 변수나 고려의 대상조차 되지 못하였다. 이런 초유의 사태에서 이번 대선은 전혀 건전하지 못한 이유로 침체되고 고정되어 버려가고 있었다.

    이랬던 대선이 지금 요동치고 있다. 이 폭풍의 핵심에는 다름아닌 이명박이 있다. 전혀 정치인이 아닌 그는 여전히 건설업자였고 또 토호의 성격이 강했다. 업자의 마인드로 각종 이권사업을 자보란듯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이명박은 그 반발로 문국현을 불러내었고, 정치인이 아닌 토호의 성격 때문에 이제 이회창마저 불러들이고 있다.

     문국현 후보는 이명박 후보의 신자유주의적, 친재벌적 그리고 건설회사 위주의 토목 정책을 보고 출마를 결심하게 되었고, 이회창 총재쪽은 이명박 후보의 도덕적 결함과 모호한 노선 때문에 보수노선을 견지하고 있는 자신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일어섰을 것이다. 어쨌거나 꼴사납긴 마찬가지이다.

    이 요동치는 다자구조 속에서 다시한번 대통령의 자리는 예측하기 힘들어지게 되었다. 정치공학적으로 다시한번 주판알을 열심히 튕기는 사람들도 있겠고 또 그것이 흥미진진한 드라마연속극을 만들어 흥분하고 울고 웃을 수도 있을지 모른다. 다만 분명하고도 선명한 것은 노선을 견지하고 있는 민주주의의 기본적인 정당쪽은 피해자일 뿐이다. 그렇지 못한 쪽의 요동이 다시한번 선거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쪽집게 처럼 혹은 격투기 중계처럼 수를 꼽을 수 있는 능력도 없거니와 또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도 못하고 있지만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아쉽게도 민주노동당이나 반 비정규직, 반과로를 기치로 내걸은 노선위주의 집단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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