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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 '비자금 계좌' 고발 사건의 의미
    정경사 2007. 10. 30. 15:42
    삼성의 비리와 관련한 폭로가 다시 한번 나왔다.
    지난 MBC 이상호 기자의 대선 X파일로 21세에 와서도 여전한 삼성의 권력 비리에 대해 파장이 컸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삼성 구조본 출신의 전 핵심간부의 일종의 내부고발건이라 그 사안의 파괴력이 훨씬 더 크다고 한다. <시사IN>에서는 X파일 때도 여유있던 삼성이 IMF이후 최고의 위기라고 분주하단 표현까지 했다.

    한때 희자하던 '대마불사'라는 말이 있다. 재벌은 절대 망하지 않는다는 말을 비유할 때 썼던 말이다. 이제 우리나라에 오직 하나 남은 삼성은 여전히 '대마'로서 그 말의 명맥을 홀로 지켜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비자금, 그룹 승계권 등 큰 범죄가 드러나는 사항에서도 삼성은 대마로서 손색이 없게 굳건한 상황이다.

    얼마전에는 삼성에 대해 비판적인 기사를 썼던 <시사저널> 기자들을 꿀꺽 삼키더니 이번에 복병을 만난 셈이다. 하지만 지난번 이상호 기자 건 때와 마찬가지로 삼성 관련 사건이 터질 때마다 아주 묘한 상황이 반복된다. 그것은 여론의 지지이다. '대마의 추억'에 빠진 여론들이 분명히 존재하며, 그것은 삼성이 잘못한 게 없다는 주장도 아니다.

    이러한 삼성의 비판적 지지(?) 층의 논리는 대략 다음과 같다.

    첫째 삼성은 대한민국을 먹여살리는 1등기업이다.
    둘째 삼성만한 회사를 만들어보고서나 비판을 해라.
    셋째 털어서 먼지 안나는 사람 없다.
    넷째 삼성이 흔들리면 경제에 당장 타격이 온다.


    첫째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더라도 살아남는 자가 승리한다는 왜곡된 제1주의이다. 두번째는 권력 앞에 몸을 사리기 위해 자신을 방어하기 이해 만든 일종의 우상을 섬기는 것과 비슷한 착시현상일 것이고, 마지막으로는 일정정도 영향은 있겠지만, '공포'를 조성하여 사건을 무마하려는 기만행위이다.

    세번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것 역시 일종의 동일시 현상이다. 세상을 살다보면 타협도 하고 남을 속이기도 하는 경우가 왕왕있다. 하물며 저 큰 회사를 키우고 유지하고 발전하는 데 정치권도 찝쩍댈 터이고, 또 하청업체들에게 어느정도 마진 더 받아쳤을 테고, 또 이 큰 재산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 아닌가 하는 공감대 형성이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란 말이 있다. 이 말을 좀 확대 해석하자면, 개인의 그런 욕심이 이 문제의 핵심이 절대 아니라는 것이다. 거대한 기업이 조직적으로 그것도 인력과 돈을 바탕으로 저지르는 비리와 부정부패의 폐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게다가 내부적 견제는 물론 사회, 정치적 견제조차 허물어버리는 거대한 조직은 반사회적일 뿐더러 권력체이며 사회 지도층을 잘못된 길로 이끌어 나가는 정-경복합체이다.

    이러한 거짓으로 점철된 성공 신화의 바탕에는 아주 무서운 다음과 같은 사회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즉 우리 사회는 부패에는 관대하고, 실수에는 엄격하다. 실수라는 것은 어떤 일을 진행하다가 본의 아니게 저지르는 일이다. 물론 실수로 인해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겠지만, 대개 실수라는 시행착오를 거쳐서 보다 숙달되고 발전적인 대안이 나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부패는 실수와 다르다. 부패는 자기나 자기가 속한 집단만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범죄 행위이다.

    게다가 부패로 인한 사회적 손실 비용 또한 천문학적인 숫자이다. 이런 부패의 고리가 끊어지길 원하지 않는 집단이 많은 것 같다. 이번 고발 건이 의미가 깊은 건 바로 이런 지점에서 이다. 잘나가는 기업, 털어서 먼지 안나는 사람도 없는데, 굳이 흠집낼 필요가 있나, 하고 해프닝으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완벽할 수는 없겠지만 부정과 비리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그런 발상의 전환을 통해 부패가 더 이상 실력으로 인정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응징의 대상이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굳건해 졌으면 한다.

    이제 우리 사회도 부패엔 엄격하고 실수에는 관대한 그런 사회가 올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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