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야수와 미녀 (The Beast And The Beauty, 2005)
    영화이야기 2006. 12. 25. 19:06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대화이듯이 영화도 그러하다. 백설공주, 신데렐라 그리고 최근의 캔디캔디 류의 만화와 동화가 모티브가 됐듯이 영화는 영상이라는 매체를 통해 고전을 새롭게 해석하는 작업에 부지런하다.

    소위 그것이 클리셰로 표현되듯이 우려먹기가 지나친 부분도 있어서 너무 스토리의 안전성이나 잘나가는 배우의 기용을 통한 지나친 상업주의가 눈쌀을 찌뿌리게 하지만, 그 시대에 맞는 설정과 패러디는 영화라는 매체에 잘 담겨질 때 재해석이라는 혹은 그 시대에 맞는 재미를 선사해주기도 한다.

    <야수와 미녀>는 이런 점에서 꽤나 건전한 방식을 택한 영화이다. 미녀와 야수라는 원제 순서부터 반대로 한 이 영화는 해피엔딩이라는 점만 빼고는 전개방식이나 역할설정은 제목처럼 전혀 다르다. 게다가 원작에선 저주가 풀려 꽃미남으로 재탄생한 야수와는 달리 이 영화의 야수인 류승범은 끝까지 야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한 결말은 어떻게 된 것일까? 그것은 바로 미녀 신민아의 선택때문이다.

    발랄하고 독립적인 미녀는 의리마저 있다. 사랑에는 순서가 있는 것이 아니라한다면 신민아는 눈을 뜨고 난 다음에 외모와 능력과 게다가 자신에 대한 진실한 사랑을 보여주는 검사보다는 눈을 뜨기 전에 느꼈던 류승범에 대한 사랑에 대한 의리를 지키기로 한다. 사실 의리라기보다는 자신의 감정과 선택을 능동적으로 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결말을 보아버린 소설처럼 영화의 전개는 긴장감이 떨어지지만 괜히 선입견이 있어 싫었던 검사 김강우가 생각보다 괜찮은 남자라는 생각이 들 때쯤이면 미녀 신민아의 선택이 류승범이라는 것은 관객과 감정이입된 동정심이라는 생각마저 들게 된다.

    요즘 세태가 경제력과 외모 지상주의라는 점에서 외모로 상징되는 권력체인 미녀가 사회적 지위와 경제력으로 상징되는 또다른 권력인 검사를 뒤로하고 자기 마음조차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주인공 야수를 선택하는 것이 이제는 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일종의 시혜(?)로 되버린 것은 아닌지 하는 씁쓸함도 느껴진다.

    신민아의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는 아름다운 선택이라는 점과 보이지 않는 노력을 아끼지 않지만 결과적으로는 사랑을 날로먹는(?) 점에서 이 영화는 착하게 살면 야수가 왕자로 변하는 복을 받는다는 원작과는 달리 미녀가 알아서 자신의 진심을 찾아내서 날 선택해준다는 점에서 고단한 남자들의 환상을 대리만족시켜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깜찍하고 아름다운 미녀 신민아와 도망치기 9단의 소심한 야수 류승범과 깔끔하고 쿨한 검사 김강우 세사람의 콤비와 세련된 영상이 돋보이는 가볍게 볼만한 로맨틱 코메디다.
    반응형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