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경로로 이 상품을 구입하게 되었습니까? 마케팅 관련 설문조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질문이다. 이 질문에 대한 보기에는 주로 광고를 통해서, 상품진열대에서 우연히, 아는 사람의 소개로.. 등등 대충 이런 내용들이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어떤 물건을 구입할 때 사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책이라는 것은 아는 사람의 소개로 사게되는 경우가 참 많은 것 같다.
책이란 겉표지의 디자인보고 사는 경우도 적고, 제목보고 사는 경우도 그렇고, 따라서 책이란 먼저 읽어본 아는 사람이 소개할 때 가장 어울리는 것이란 생각이다. 정보, 지식, 감동이란 글로 표현되어 있는 책이란 문화 매개체에 소개해주는 사람의 인품이 더해지는 그런 ‘책 소개’라는 과정은 오래된 사유하는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 큰 의미있는 순간이란 생각마저 든다.
특히 과묵한 선배가 어느 날 생일 때나 아니면 어떤 특별한 이유도 없이 책을 선물해주고 그 표지를 펴자마자 보이는 맨 앞장에 조금 어른스런 글씨체로 ‘이 책을 읽고 자랑스런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작은 단초가 되었으면 한다’ 하는 등의 소개말이 적혀있다면 그야말로 감동적이지 않겠는가.
여튼 요새 들어서는 책 소개를 해주는 사람이 주위에도 없거니와, 기껏 <부자되는 법> <00의 리더십>등등의 재테크와 처세에 관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즈음에 책 소개를 하나 받았다. 얼마전 강만길 교수의 <우리 역사를 의심한다>를 읽었는데, 알고보니 이 책은 서해문집에서 나온 <내일을 여는 역사>에 실린 글들을 발췌해 묶은 역사비평서였다.
고대부터 근현대사까지 아우르는 계간지 <내일을 여는 역사>는 강만길 교수가 발행인으로 우리 역사를 객관적이고 바로보려고 노력하는 많은 역사학도들이 모여 만든 계간지이다. 학술일변도가 아닌 대중을 위한 역사지라고 하니 나 같은 사람에게 꼭 필요한 책이라 생각이 든다.
앞으로 이 분류를 통해 <내일을 여는 역사>를 읽고 알게된 새로운 역사와 그 감상을 모아두고자 한다.
아래는 <내일을 여는 역사>의 발간사이다.
1970년대는 박정희정권의 이른바 유신체제가 기승을 부리던 때였다. 경제개발을 내세우면서 정치·사회·문화면 전체에 걸쳐 엄청난 반역사적 시책이 자행되고, 종신집권이 전망되는 상황이었지만 그것을 막으려는 쪽의 힘은 약하기만 했다. 괴뢰 만주국 장교 출신을 정점으로 하는 박정권이 유신폭정을 호도하기 위해 한국적 민주주의를 내세우고 감히 민족주체성 운운하면서 중·고등학교 국사교과서를 국정화했으나, 역사학계에서는 반대성명 하나 나오지 않았다(이때 국정화된 국사교과서는 30년이 된, 그리고 민간정부가 들어선 지금까지도 국정화인 채로 있다). 국사교과서 국정화에 무관심한 역사학계가 유신체제의 반역사성에 관심을 가질 리 없었고, 적극적으로 비판하거나 저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리 없었다. 역사학계가 이 같은데 반유신운동이 쉽게 대중운동으로 확산될 리 없었다
대학에서 우리 근·현대사를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역사학계가 이렇게 현실문제에 무관심한 채 과거사에만 안주하게 된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 그 해결책이 무엇인가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제 강점시대의 우리 역사학 방법론이 민족의 현실적 고통을 외면한 채 오로지 과거사의 천착에만 안주한 사실이 그 학문적 현재성을 상실하게 된 중요한 원인이라 파악할 수 있었다. 그 연장선상에서, 해방 후 우리 시대의 역사학이 현재성을 회복하고 대중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민족분단 극복의식이 학문에 투영되어야 하며 또 분단문제 자체가 역사학 연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일정하게 개인적인 노력을 해봤고 나름대로 몇 권의 책도 썼지만 영향력이 너무도 미약함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생각 끝에 현재성과 대중성이 있고 그 위에 발전적 역사인식이 깃들일 수 있는 역사 대중잡지를 만들기로 했다. 내일을 여는 역사를 발행하는 취지는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우리가 강조해 온 역사학의 현재성과 대중성이 갖추어져서 역사를 보는 눈이 다양해지기를 바라며, 둘째 그 위에 지금까지의 남북 대결구도를 청산하고 남북화해를 지향하는 역사인식을 정착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우선 중·고등학교에서 역사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분들에게 다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고, 우리 역사를 좀더 객관적인 처지에서 보려는 지식인 일반에게 읽혀졌으면 한다우리의 출발은 비록 엉성하고 미약하지만 이 땅의 역사교육에 의미있는 하나의 초석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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