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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조대왕의 꿈, 개혁과 갈등의 시대 - 유봉학
    정경사 2006. 11. 30. 06:54
    지난 번 <역사를 의심한다>를 읽고 조선의 중흥기를 가져온 정조임금에 대한 관심으로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정치가 정조>라는 책과 이 책을 고민한 끝에 우선 정조대왕에 대해 정치 일면적인 면보다 종합적인 모습을 알고싶어서 이 책을 먼저 집게 되었다.

    책은 일반적인 책의 형태와는 다르게 길죽한 직사각형이 아닌 정사각형에 가까운 형태였고 내지는 고급종이를 썼으며 페이지의 끝쪽 양여백에 사진을 가끔 넣거나 단어 설명이 들어있는 형태는 마치 교재나 답사여행지 소개와 같은 결과적으로 책을 다 읽고난 후의 느낌처럼 교과서를 닮아 있었다.

    즉위하자마자 밝힌 "나는 사도세자의 아들이다"라는  첫 천명에서 처럼 정조대왕의 어릴 적 자신의 아버지를 여의었고, 이로 인해 당시 붕당정치의 최대 세력인 노론의 압박과 견제 속에서 어럽게 임금의 자리에 오르게 된 것이다. 정조는 특히 주자학에 입각한 유교적 군주로서의 모범을 보였고 그의 일생 내내 따라다닌 것은 억울한 죽음을 당했다고 여긴 사도세자에 대한 효심이었다. 특히 새로지은 화성신도시에서 사도세자를 추존한 후 왕위를 세자에게 넘기고 어머니 혜경궁과 함께 여생을 보내기로 한 '갑자년 계획'은 이러한 그의 뜻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앞서도 말했지만 이 책은 교과서으로 정조의 치적과 한계를 나타내고 있다. 그건 다르게 말하면 건조하고 객관적인 평론에 가깝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나처럼 정조대왕을 소위 '투사'같은 '영웅'으로 보는 시각에서는 조금 밋밋하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영원한 제국>에서 제시하는 '정조 독살설'을 경계하고 부인하고 있다. 물론 보수적인 사림에 휩싸여 있던 당시 상황은 인정하지만 정조의 치적은 당시 사회의 수준과 조선왕조의 토대에서 나타난 산물이라는 입장이다. 물론 정조 개인의 능력과 인품의 뛰어남은 인정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역사를 개인의 산물로 보는 '우상화'는 지난 시절 독재를 정당화하는 것과 유사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조는 정치, 문화, 예술 그리고 스스로 군사(君師)라고 일컬을 만큼 높은 학식을 겸비한 임금이었다. 특히 화성 신도시 건설 때 처음으로 동원된 백성에게 임금을 지급할 만큼 근대적이고 인권적인 임금이었다. 선왕인 영조의 탕평책을 강화해 여러 파벌의 인재를 중용하였지만 왕권강화를 더욱 염원한 정조에게 탕평책은 한계로 다가왔고 결국 그간의 자신의 정치를 부정하고 말년에는 김조순을 위시해 외척세도정치를 시도하게 된다. 이 책에서는 이를두고 정조의 정치개혁의 실패라고 평가하고 있지만, 세도정치의 본 취지에서 볼 때 자기 계파간의 이익만을 추구했던 당시 정치의 폐해를 지적해 왕권강화에 진보성을 강화해 정조의 입장을 긍정하는 입장도 존재한다.

    당시 조선은 왕이 통치하는 왕정국가라기 보다는 여러 사림이 어우러진 신권의 국가였기 때문에 이를 결국 타파하지 못한 정조는 일정정도 실패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볼 수 있다. 세도정치던 전제정치던 정조와 같은 성군이 있을 때는 제도의 원안대로 훌륭한 정치를 펼 수 있었겠지만, 후에 세도정치의 본질이 왜곡된 것과 같은 맥락으로 왕정 역시도 네로와 같은 폭군이 발생할 수 있는 제도적 결함은 존재한다.

    하지만 정조대왕의 뛰어난 능력과 성품 그리고 개혁성과 정조 사후 조선이 망할 때까지의 시대적 혼란을 되돌아 볼 때 당시 시대에 정조대왕의 개혁이 더욱 자랑스럽고 그 미완이 더욱 아쉽게 느껴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 책은 나처럼 정조대왕하면 안성기를 떠올릴만큼 문외한이 사람에게 정조대왕을 처음 접하는 입문서로서 적합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통해 또 다른 시각과 좀더 주제별로 깊이있는 정조와 그의 신하들 그리고 문화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는 것 같다.

    뱀발) 이 책의 부록으로 당시 정조를 지근거리에서 보필한 측근신료가 본 정조대왕에 대한 글은 정조의 치적과 생생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귀한 글이다.


    정조대왕의 꿈 - 6점
    유봉학 지음/신구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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