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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우개가 된 봉준호 감독
    영화이야기 2006. 8. 24. 16:23

    한국영화 최단시간 1000만 돌파의 영화 <괴물>을 바라보는 시각은 대부분 긍정적이다. 어차피 이 영화의 괴물에 <고질라>적 잣대를 가지고 열광을 하는 사람은 적다고 한다면, 주로 대중적 재미와 사회풍자 그리고 가족애에 대한 부분에서 찬사가 뜨거운 것 같다. 이런 분위기에서 <괴물>에 대해 신랄한(?) 비평을 하고 있는 글이 있으니 아래의 김정란 교수의 글과 오마이뉴스의 영화기사 그러하다.

    봉준호 지우개 <괴물>, 치밀어오른 분노 또는 짜증 [데일리 서프라이즈 : 김정란 교수 칼럼]
    부제: 자기 진면목 못알아볼까봐 전전긍긍하는 봉 감독의 비겁
    봉준호 감독, 희생양이 필요했나? [오마이뉴스 영화 : 조영해 기자]
    부제: [문화 속 욕망읽기⑪] 영화 <괴물>, <에이리언>의 철학을 배워라

    첫글이 괴물에 대한 포문을 열었다면, 두번째 글은 위 기사에 대한 해설적 보충 기사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제목만 부제를 보면 상당히 자극적이고 도발적이기까지 하다. 첫번째 글은 봉준호 감독이 한국의 정치적 상황에 대해 비겁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고 두번째 기사는 괴물을 모든 모순과 악의 희생양으로 설정하여 오히려 우리사회가 괴물한테 소외당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예전에 크게 기대를 가지고 봤던 영화 두편이 있다. 하나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이었고, 또 하나는 <꽃잎>이었다. 각각 독재시절의 노동운동과 광주학살을 담고 있는 영화였지만 깊이 숨어버린 비유와 사안을 정면으로 다루지 않는 모호함에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텍스트로 만나고 가슴으로 만났던 전태일과 광주에 대해 스크린에서 만나고 싶었던 모습과는 상반되었기 때문이고 덧붙여 주제 자체를 흐리게 하는 모호함때문에 오히려 본질을 호도하거나, 심지어 진보를 가지고 장사를 하려는 처사로 보여 분노까지 일었다.

    사실 나역시도 <살인의 추억>에서 시위 진압때문에 전경 요청이 되지 않는 장면을 봤을 때의 충격을 지금도 생각하다. 스릴러와 유머를 섞은 재미있는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시대의 폭압과 아픔은 영화 속 어떠한 반전에서도 느낄 수 없었고, 동시에 한국 사람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그야말로 진짜 '한국 영화'였던 것이다.

    김정란 교수의 컬럼을 읽어보면 글의 저변에 깔려있는 그의 정서는 애정이라고 생각한다. <살인의 추억>을 만들었던 사람이 <괴물>에서 그저  우리 사회의 모순들이란 알레고리를 영화적 장치로만 사용했나 하는 실망감의 표현이란 느낌이 든다. 글 내용을 보면 <괴물>의 막내 딸 현서의 이름이 '미선과 효순'이의 자음에서 따왔다는 해석이 있다.

    세상에! 그 진위 여부를 떠나 소위 봉테일이라고 하는 봉감독 마니어들이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서 찾고 해석한 디테일 중에 이런 해석을 한 사람이 또 있단 말인가! 이것 외에도 글을 읽다보면 이는 대단한 관심과 기대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아마 이런 해석을 해주는 사람은 쓰던 달던 봉준호 감독 자신에겐 필요한 사람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아무튼 김정란 교수는 왜 산 전체를 보기 위해 정상을 오르는데 왜 자꾸 약수터나 바위나 암자 같은데에만 집착하고 거기를 설명해주느라 정작 산이나 숲을 못보게 시선을 흐리느냐는 지적인 것 같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다. 기대가 적었던 <살인의 추억>에 비해 <괴물>은 얼마나 기대가 컸던가, 단순히 재미가 아니라 진보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겐 남다른 기대가 있었다. 이는 감독 자신도 부정할 수는 없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좀 더 선명하게 정공법으로 표현하라는 것을 무조건 수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왜냐면 영화이기 때문이다. <플란더스의 개>부터 봉준호 감독의 작품은 은유와 풍자가 주된 표현 방식인 것 같다.

    그래서 그만큼 진보적 영화가 우리나라에 없는 갈증에 목말라 하는 사람들에겐 <괴물>의 비유와 은유는 분명 어느정도 실망스러웠던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위 글 처럼 너무나 강한 표현은 불필요한 오해와 주제에 벗어나는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켄 로치같은 감독 한명 쯤은 기대해도 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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