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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녀 (少女: An Adolescent, 2001)
    영화이야기 2006. 4. 13. 16:57

    중년 남자와 어린 중학생의 만남에 대한 영화다.

    영화란 것은 보통 판타지이지만, 판타지를 어떻게 담고 있고 또 그것이 하나의 삶의 아우라가 되어 우리가 영감을 받게되어 감동을 하고 또 나의 삶과 적극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

    이런 과정에서 작가가 영화를 통해 보여주는 것은 항상 시간의 제약을 받기 때문에 함축적이다. 이런 시한성 속에서 작가는 자신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을 어떻게 보여주느냐를 고민하는 창작의 고통을 겪는지도 모른다.

    이런 면에서 이 영화는 아주 손쉬운 방법을 택했다. 말하자면 중년 남자와 중학생 소녀는 서로 자유로운 선택으로 세상의 편견에 개의치 않고 사랑한다는 것이다. 중학생 정도의 어린 학생들이라 할지라도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임은 분명하다. 따라서 그들은 주체적인 행동을 할 수 있으며 이는 존중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동시에 어린이들은 이 사회의 거울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그 사람 자체만으로 조건 없는 책임을 지우기보다 우리 사회의 전체적인 부조리의 희생양으로 같이 반성하는 공동체 의식은 필요하다. 이런 경우 어린이들에 대해서는 더욱더 그러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매우 기만적이다. 어린 소녀와 중년 남자의 사랑에 대한 진정성 자체에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 보기도 전에 주인공들의 주변 인물들은 우리를 다그친다. 이 인물들은 모두 주인공들을 위해 준비된 편견들의 상징이며 동시에 급조되어 기괴하기까지 하다.

    자식들도 나 몰라라 하는 잘못된 어머니, 이로 인해 성을 무조건 터부시하게 되는 오빠, 이기적인 할아버지, 적당히 타락한 동료들 등은 모두 어머니가 잘못돼서 주인공이 중년 남자에게 매달리게 되는 것이고, 또 둘의 성적인 관계도 오빠처럼 무조건적인 터부는 잘못된 거라 타이르고, 할아버지는 자신의 예술혼(?)으로 이 둘을 축복하기까지 한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비슷한 영화 '버스 정류장'은 현실적인 편이다. 소재의 다양성과 표현의 자유는 중요한 영화의 덕목이지만, 이처럼 비겁한 방식은 그리 공감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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