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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거 '머신' 한동훈
    정경사 2025. 4. 27. 10:06

    일찌기 유시민이 있었다. 


    우리나라에 말 잘하는 정치인의 단연 톱은 유시민이었다. 물론 DJ, 노무현도 그 방면에 일가를 이뤘지만, 한창 때 유시민의 언변은 마치 래드클라운의 랩스타일 같은 또박또박한 딕션과 전달력, 촘촘한 플로우, 공격적이면서도 섬세한 배틀, 감정이 실린 스토리텔링, 대중성과 아카데믹의 균형으로 독보적이었다. 


    “저렇게 옳은 소리를 저토록 싸가지 없이 말하는 재주는 어디서 배웠을까?”


    유명한 꼬리표처럼 각인된 유시민에 대한 평이다. 말하자면 젊고 똑똑하나 싸가지 없는 엘리트 정치인이란 말이다. 현재 비슷한 평을 받고 있는 정치인이 몇몇 있지만 가장 근접한 인물은 아마 한동훈 일 거다. 


    전에도 말했지만, 한동훈은 토론이나 논쟁 시 주로 질문에 대한 즉답을 피하고 상대에게 같은 질문을 돌려줘서 되받아친다. 전혀 담백하지가 않고 어뷰징스럽다. 이때 특히 과거의 행동, 말을 꼬투리 잡아삼아 거세게 몰아부친다. 논점을 흐린다, 게다가 상대방이 발언하고 있는 중에 추임새처럼 비아냥 거리는 듯 끼어드는 스타일을 구사한다. 


    물론 달변에 싸가지라는 타이틀은 유시민이 넘사벽이긴 하지만, 지난 당대표 선거부터 이번 대선 토론까지 한동훈의 토론 스타일을 보면 일찌기 다른 정치인에게 보지 못한 독보적인 부분이 있다. 


    그건 선거 머신같은 모습이다. 물론 홍준표, 김문수, 안철수도 베테랑이긴 하지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체력이 달리는 것도 있지만, 전성기때도 한동훈처럼 철저한 선거전략하에 미리 준비하고 공부하고 대비한 기계같은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던 것 같다. 아마 역대 정치인들 중에선 이부분은 한동훈이 압도적 1위일거란 생각이다. 


    그렇다는 말은 거의 모든 게 기획이란 뜻이다. 언론과 토론에 보이는 그의 주입식 암기로 이뤄진 것 같은 언변이 방증하는 것은 선거에 데뷔하는 것은 철저하게 개인적 욕망에 기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든 정치인의 개인적 권력욕에서 출발한다고 하지만 혜성같이 나타난 한동훈은 레벨을 달리한다. 


    미디어나 토론에서 보이는 모든 답에 척척박사처럼 대답하고 거의 모든 의제에 전문적인 식견을 가지고 있는 정치인은 우리가 바라는 모습이다. 한동훈은 여기에 근접한다. 게다가 핍박의 서사까지 마치 현대의 정조의 모습처럼 여기는 사람도 있다.


    유권자에게 정치인에게 참신함과 깨끗함을 바라는 마음은 항상 있지만, 그것만으로 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건 시대 정신과 대중의 부름이다. 한동훈을 어떤 부름을 받았는가. 비대위원장, 당대표로서 지지자는 물론 국민에게 책임을 지는 것을 뛰어넘을만큼 더 강력한 시대가 요구하는 소명이 있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한동훈은 철저히 자기 욕망과 이에 기인한 기획과 전략에 의해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리더로서 좋다 나쁘다의 기준이 될 수 없고 도덕적으로 재단할 수 없는 일이다. 


    다만 철저히 계산적이고 연출되고 전략하에 움직이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이 공동체 의식이나 사명감에서 기인한다고 보기는 힘들다. 아마 자기 확신에 그로인한 우월감이 지배적일 것이다. 그러니 선거 머신에겐 래거시에 대한 이해나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자리할 곳이 좁다. 그렇다면 정당정치는 커녕 통합의 정치는 요연하지 않겠는가. 이런저런 상념에 기피해야할 대상이란 생각이 든다. 
    역사가 말해주는 건 이 방면의 레전드인 유시민도 실패했다는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7HlNuMzU0W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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