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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 데이즈 (2023)영화이야기 2024. 8. 28. 11:14
빔 벤더스가 그린 '동경 이야기'
이 남자는 매일 새벽 같은 소리 같은 시간에 일어나 이부자리를 개고 집안을 정리 정돈한 후 바로 집 앞에 있는 자판기에서 커피 한 캔을 뽑아 마시고 출근한다. 일터에선 거의 수행을 하는 것처럼 청소 일을 하고 퇴근 후 단골 식당과 술집에 들려 냉주를 한잔하고 다시 집에 와서 책을 읽다가 잠을 청하며 하루를 끝마친다.
틈틈이 짬을 내어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오래된 카세트테이프로 음악을 듣곤 한다. 이러한 일상의 루틴은 주인공인 히라야마 스스로가 만든 인생을 즐기는 습관과도 같은 성실함이다. 히라야마의 루틴은 이웃과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친절함이 배이게 한다. 특히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생각하는 생활은 인생에서 상승과 하강을 받아들이고 고양하는 그야말로 퍼펙트 데이즈다.
도시를 떠나 살 수 없는 현대인들은 어쩌면 도시의 단면만 생각하고 우리가 추구했던 가치와 이웃은 없을 거라 여긴다. 히라야마는 거대 도시 도쿄에서 용기 있게 햇살, 골목, 공원, 나무, 하늘 그리고 여러 사람들을 발견해 내고 수용할 줄 안다. 두드리면 열리듯이 자신이 속한 공간을 퍼펙트 데이로 재창조하는 것이다.
우리의 삶에는 반드시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다. 단정한 삶이 단정한 도시와 조응을 통해 이 남자는 웃으며 울며 그렇게 완벽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히라야마도 늘 미소지을 수 없고 항상 느긋할 수 없다. 특히나 갑작스런 조카의 방문처럼 삶의 구심인 루틴이 깨지는 날도 온다. 지금은 지금이고 다음은 다음이라 다짐하지만 바꿀 수 없는 과거 때문에 히라야마 역시 때론 울기도 웃기도 한다.
하지만 이때 도시 도쿄는 이웃과 가벼운 미소를 띤 목례를 하고 식당에서 키오스크 대신 얼굴을 보며 반갑게 인사말을 나누며 주문을 받고 작은 차안에서 함께 음악을 듣고 단골 손님을 위해 노래도 불러주는 곳이다.
물론 돈을 떼일때도 있고, 미아를 찾아줘도 인사도 안하고 가버리는 차별과 비정함도 있지만 도쿄는 히라야마의 안목을 채워주고 삶을 존중받게 해주는 아주 우아한 터전이다. 도시는 그를 다시 루틴으로 돌아오게 만들 것이다.별 5
뱀발) 도쿄 시부야 화장실 프로젝트 홍보를 위해 제작한 영화란 이야기가 있는데, 실제로 영화 속 화장실을 안내해 주는 사이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