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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림천 연가 - 이연수
    독후감 2024. 4. 12. 13:50
    충청도 청주 출생 수재인 성식이 서울대학교 82학번으로 입학해 당시 젊은이들의 문화, 서울대 운동권 정서, 그리고 운동권 여자친구와 첫사랑 등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써내려간 소설이다. 소설의 주인공들은 전형적이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권위나 이상없이 80년대 시대의 세속적인 감상이 들고 그래서 더 사실에 가깝게 보인다. 그래서 모든 우상과 환상을 거세하면서 서울대(학벌), 운동권(혁명사상), 연애불가(유교), 투쟁(위선과 우월감), 섹스(정조관념)등 이 실은 스스로 생각하고 참여한 것이 아닌 남의 것, 즉 그러한 절대 가치들에 예속된 노예같은 삶의 시절이었다고 회고한다. 다시 말하면 소설에선 ‘이데올로기는 죽었다' 혹은 ‘80년대 운동권과 이별해야한다'는 외침이 보인다. 

    이 소설을 읽고 나니, 다시금 공지영의 후일담 소설 <더이상 아름다운 방황은 없다>라든가, 안재성의 <사랑의 조건> 같은 책을 읽고 싶어졌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식의 균형잡힌 시각으로 옛운동권 소설을 읽을 수 있다는 기분이라기 보다는 중간지대 즉 당시의 정의인 회색지대에서 얼마나 멀리 치우쳐있는 지 그리고 시대의 반역사성이 가혹하고 시급한 폭풍의 시대였더라 하더라도 그 안에서도 80년대 학번들에 내재된 구체제의 습성들이 그들이 외치고 추구했던 진보와 자유에서도 결코 변하지 않은 억압이었는지 다양하게 비교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소설에 나오는 많은 학생들과 등장인물을 통해 주대환 선생이 솔직하게 고백했던 여자들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처음 운동에 발딛게 되었다라든지, '앙가주망'을 캐치프레이즈같이 말했던 조국 전장관의 정서라든지, 당시 혁명가나 후예들에 보이는 선민의식과 위선이라든지, 사농공상의 유교적 차별의식이라든지, 특히 남녀 차별적 성의식 등 그 세례를 받고 자란 남성들의 가부장적인 모습들의 묘사들을 통해 나 자신을 구성하고 있는 토대들을 잘 모아서 직접 관람하게 하는 체험이 선물같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제목에서 우회했듯이 도림천이 흐르는 학교 즉 80년대 서울대 학생들의 고민과 연애를 회상하는 소설이다. 남자 주인공은 지방인 청주에서 공부 잘하는 수재로 서울대 82학번에 입학한다. 전두환 정권의 엄혹했던 시절에서 그가 겪은 학원가 풍경, 운동권 선배들의 모습, 그리고 외국에서 자라 한국에서 온 자유분방해 보이는 여자 주인공과 연애 등을 중심으로 다룬다. 80년대를 지나 신문기자가 된 남자주인공의 시점으로 과거를 회고하는데 그 시각이 가감이 없고 솔직하다. 말하자면 쿨하기 그지 없다.주인공 화자의 입장이 소위 비권이라 하더라도 기존 운동권 회고담과 달리하는 차별성이며 이는 보다 객관적이었다라고 단정짓기 보다는 현실을 넓게 회자하는 것으로 느껴진다. 과장됨이 없고 무엇보다 재미없는 이야기라 더욱 그런 느낌이다. 

    소설의 보편성이 고전의 조건이라면, 이 소설은 고유성이 두드러진다. 세대에 따라 지역과 경험에 따라 소설의 생명력이 내 영혼 안에 들이차는 느낌이 들거나 아니면 옅어지거나 전혀 공감이 안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를테면 80년대 서울대 학생이 읽었을 때 가장 강렬한 반응이 있을 것이고 90년대, 2000년대로 갈수록 공감력은 희미해질 것이다. 덧붙여 운동권에 대한 환상이 있는 독자에겐 시니컬한 개인주의 회색분자의 이야기로 거부될 수 있다. 

    소설은 나에게 80년대 선배세대들을 적확히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고 나자신의 정체성이 어디서 왔는지 이해하고 또 수용할 수 있게 해주었다. 결론은 니체의 '신은 죽었다'라는 선언이 나온지 100년이 넘었지만, 아직 한국사회에선 '이념이 죽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86 선배들 중 많은 분들이 이데올로기와 혁명 뒤에 숨어서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고 발전하는 과정이 없는 삶을 살아온 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도림천 연가(상) | 이연수 - 교보문고

    도림천 연가(상) | 퇴행적 감수성의 후일담 문학에 대한 부고1992년, 국내 유력 일간지 신참 기자인 성식이 타성에 젖어 기자 생활을 하고, 부모의 강압에 따라 선을 보고 결혼을 준비하면서 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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