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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라색 치마를 입은 여자 - 이마무라 나쓰코
    독후감 2024. 1. 11. 14:02

    일본 소설이다. 몇 년 전에 20대의 작가가 아쿠타가와상은 물론 미시마 유키오상 등 데뷔와 더불어 상이란 상은 다 휩쓸었다는 기사를 읽은 기억이 있다. 누군지 한참을 몰랐다가 우연히 알게 되어 책을 사서 읽었다.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이 소설은 무엇보다 화자가 중요한 소설이다. 특히 어떤 시선인가와 어느 정도의 시점을 가지고 있느냐가 포인트라 생각된다. 처음 화자는 아다치 미츠루 만화에 늘 나오는 여자 주인공의 따뜻한 시선과 닮아있긴 하지만 - 주로 주인공 본인도 모르는 좋은 면과 소소한 미담을 밝혀주는 역할로서- 시간이 지나가면서 점점 더 변화하는 과정에서 특이한 매력이 있다.

    또한 그 변화라는 것이 결코 밝다고는 말할 수 없는 공포스러운 분위기와 불안한 상태로 가기 때문에 요즘 말로 흑화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소설의 시점은 1인칭 관찰자 시점이다. 그런데 정말 관찰자일까? 주인공 화자의 뛰어난 추론과 거침없는 말솜씨 거기에 스토킹이라 할만한 집착은 관찰의 범위를 벗어나 거의 전지적 시점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다. 특히 화자는 후반의 불륜과 추락 사고를 계기로 거의 완전한 3인칭으로 자신을 인식함과 동시에 보라색 치마와 분리된 사고를 하게 되고 비로소 독립하게 되는 것이 이 소설의 핵심이다. (혹은 신과 인간의 관계, 부모와 자식의 관계로도 읽힌다)

    아이러니하게도 소장을 향해 보라색 치마와 대화에서 들은 소장의 변태짓을 가지고 협박하는 장면은 화자가 비로소 현실로 방향을 틀고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게 되는 상징인 것이다. 

    화자는 보라색 치마를 통해서 아무리 자신이 관심을 갖고 몰래 도움을 주었고 우연이 겹치고 오래 기다려주었더라도 그것이 사랑은커녕 자신이 바꿀 수 없는 것을 바꾸려고 했던 기만과 무모함이었음을 알게 되어 이제는 그것을 받아들이는 평온을 가지게 된다. 특이한 방식의 성장소설이란 생각도 든다. 앞으로는 자신이 바꿀 수 있는 것을 잘 찾아 변화시키는 용기를 갖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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