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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 수정 (Virgin Stripped Bare By Her Bachelors, 2000)
    영화이야기 2006. 4. 13. 13:01
    '내숭이 없는 영화'
    '내 생활의 몰래카메라'


    내가 좋아한다고 공공연하게 혹은 은근히 얘기했던 '홍상수'의 감독의 영화에 대한 나의 간략한 소감이다.

    그 감독의 세번째 영화 '오!수정'을 보았다.

    --- 양수정이 오! 수정이 된 이야기

    간단히 말하면 그런 영화다. 홍상수의 영화를 이번에 사실 처음 극장에서 보았는데, 내가 예상했던 대로 그사람 영화를 보는 객석에서는 '와하하'하는 파안대소는 나오지 않고 '피식 피식'거리는 자조적인 웃음이 나왔다. 나 역시 그랬다.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을 건드리는 그의 영화는 사실 혼자보면 좋을 영화이다.
    내가 찍은 나의 셀프카메라를 남에게 보이는 기분..혹은 타인의 얼굴을 살점없는 시각으로 보는 느낌..
    그런 기분을 자아내게 하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다.
    친절한(?) 그의 설명에 의하면 사람사이의 관계는 특히 연예관계는 어쩌면 우연이고 어쩌면 의도된 것이란 것이다.
    '모든 성스러운 것은 녹아 사라진다'는 말처럼 지금의 시대 정신은 어찌보면 가벼움이다.

    따라서
    이 영화는 결코 러브스토리가 아니다.
    왜냐면 영화의 주인공들은 그 가벼운 혹은 속물적인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실의 여부에 관계없이 그들은 자기에게 유리한것 혹은 자기가 바라는 유용한 기억들을 선택적으로 저장한다. 내가 말하는 것은 그 두사람의 입장에서 사랑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아니다. 어수룩한 척하며 자기 실속을 차리고 여자를 소위 따먹으려고 노력하는 남자와 자기오빠의 삐뚤어진 자위행위를 태연하게 도와주고, 자신의 처녀성을 이용할 줄 아는 여자라도 사랑은 할 수 있는 것이다.

    홍상수의 영화가 지금 현실현상을 냉소적으로 해부하여 보여주기만 하는 것이 다가 아니라면..이 둘의 문제는 서로를 만남으로써 비롯되는 변화가 없다는 것일 것이다.

    장진 감독이 이런 말을 하였다.
    자기는 자기가 모르는 것을 쓰지 않는다고..
    자기의 토대를 벗어나는 것을 시나리오를 위해 몇달간 취재해서 쓰는 그런 짓은 하지 않는다구..
    그런면에서 홍상수의 영화는 빛난다.
    우리가 하고 있고 우리가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는 그런 점들을 그는 감정빼고, 오버빼고 확실하게 드러내준다.
    자기 속을 드러내는 것은 쉬운일이 아닌데도 말이다.

    여튼 이렇게 해라 이게 재미있다가 아닌..
    자신을 반추해볼 수 있는 2년마다 볼 수 있는 홍상수의 영화는 내 생활의 작은 활력소가 되는 영화 같다

    2000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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