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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고기자리 (Pisces, 2000)
    영화이야기 2006. 4. 13. 12:59
    한 여자가 있다.
    이여자는 혼자 까페에 가서 술도 마시곤 한다.
    어느날 까페에서 본 수줍은 인상의 남자가 부르는 정열적인 노래를 듣고
    그 남자를 혼자 좋아하게 되었다.

    시간이 흐른뒤 그 여자가 차린 비디오샵에 그 남자가 손님으로 온다.
    이것이 바로 운명이라고 그여자는 생각해 버린다.
    그 남자가 자신을 알던 모르던, 사랑하는 연인이 있던 없던 상관없이
    자신에게 찾아온 이 사랑을 놓칠 수 없어 이 여자는 열심히.. 그것도 혼자
    감정에 집착한다.

    내적 외적으로 정갈했던 이 여자는 이런 감정을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여겼기 때문에 스토커식 도착에까지 이르다가 결국 자살하고 만다.

    - 내겐 한번뿐인 그리고 마지막인 사랑...

    누구나 사랑을 꿈꾼다.
    평소 옷을 단정히 입고, 리모콘을 랩으로 싸고, 먼지 하나까지 테이프로 털어내고, 책상위의 유리를 밴드로 기울줄 알며, 큰 욕심없이 프라이드 있게 자신의 비디오 가계를 운영하고, 철부지 동생을 보살피는 여자도..외.롭.다.

    그사람의 외로움은 커다란 어항속에 노란색 열대어 한마리로 담보된다.

    이런, 자신의 외로움을 의도적이던 아니던 인식하지 못했던 주인공은 이때 나타난 남자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찾아온 사랑으로 여겨 버린다.
    내부적 동기는 간과한채 그것을 바로 운명으로 생각해 버리는 오류....
    그리고 자존심은 애착으로 환원되어 내게 소유되지 못한 것에 대한 병적
    집착을 불러오게 된다.
    내것이 아니면, 혹은 내가 실패하는 것을 두려워 하는 성숙하지 못한 성격은 결국 우리 사회의 일류병과 강박관념을 연상하게 만든다.

    - 우리는 모두 불행해 질 수 있다.

    『자신이 상대를 명시적으로 사랑한다 선언하지만, 상대에게 사랑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사람은 불행한 사람이다.』-K, 맑스

    세상 모든일에는 이유가 있다.
    날마다 신문을 장식하는 해괴한 사건들도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여름날 공중전화 줄을 기다리다가 전화하는 사람을 살해한 사람도 그 사람 주변의 친구들은 그 사람을 어느정도 이해하거나, 혹은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주변친구들이, 날씨를 탓하는 기상학자나, 범죄 성향에 초점을 맞추는 심리학자나, 어떤 방식으로 살해를 했는지 주목하는 수사관 보다는 그 사람을 더 잘알고 있다는 것은 타당하다.

    - 이사랑은 멈출수 없다..

    여성 특유의 깔끔함과 자존심 그리고 곧은 심지의 주인공이 멈출 수 없는 사랑에 빠져 버린것. 이게 이 영화가 일관되게 주목하는 부분이다.

    스스로도 어쩔수 없는 사랑..
    따라서 라스트씬에, 여자가 전부터 자신을 알고, 사랑해 왔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 여자를 찾아 헤매는 남자 주인공..

    그렇다면 결국 남자주인공도 이 여자가 멈출 수 없는 사랑에 빠져버린것을 인정하고 감동을 받은 것일까?
    내생각에 그것은 단지 이 여자를 바라보는 감독의 사랑일 뿐이다.

    전반부에 스토킹을 전혀 안할 사람이라는 묘사, 또 결국 그렇기때문에 자살을 하고 마는 가려린 여자라는 감독의 안타까운 그리고 전폭적인 애정의 시선...
    감독은 이런 여성이야 말로 정말 여성스러움 자체라는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나 하는 우려가 든다.

    - 안타까움

    나 역시 영화를 보고 난 후의 감상은 '안타까움'이다.
    하지만, 성숙하지 못한 사랑을 가지고, 그것에 대한 극복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여자인데, 또 이런 행동을 할 여자가 아닌데 정말 운명적인 사랑에 자신도 어쩌지 못해 빠져버린 여자를 너는 어찌해서 사랑하지 않았느냐?" 하는 식의 영화의 논리는 억지이다.
    그래서 마지막에 여자를 찾아 헤매는 남자? 넌센스가 아닐 수 없다.

    이 여자는 성냥인가..
    그래서 한번 불붙은 사랑은 자신 자신을 태워버리는 것인가.이런 사랑은 결국 상대가 필요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중요한 건 자신이 불붙었다는 것일 테니까..
    그렇다면 마음속의 사랑이 양초가 아닌것이 유감일 뿐이다.

    안타깝다고 해서, 피동적인 것과 자기 파괴가 여성성은 아닌 것이다.
    한국영화 최초로 여성 중심으로 여성을 그린 영화란 찬사에 난 공감할 수 없다. 고양이한테 몰린 쥐가 되버린 여자의 집착 역시 공감할 수 없다. 내가 바랬던건 그 여자의 당당함과 극복이다.

    불행한 사람을 위로해 주고, 따뜻한 시선을 주는 일은 우리가 해야 할 인간적인 책임이다. 그렇다고 해서 자기 자신을 파괴한 사람에 대한 책임을 타인에게 돌릴 수는 없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을 미워하지 않는 자세가 불행한 사람의 가까이에 있는사람들이 갖춰야 할 덕목이지, 안쓰러움으로 인해서 죄를 죄가 아닌것으로 돌리려는 것은 참된 애정이 아닐 것이다.

    내가 안타까운 것은 좌절한 여자에 죽임을 가한  감독의 과잉 애정이다


    2001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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