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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쿄 가족 (東京家族 Tokyo Family, 2012)
    영화이야기 2013. 10. 27. 16:01


    도쿄 가족
    ★★



    이 영화의 노감독 야마다 요지의 프로필을 보니 "천부적인 재능이 없으면 감독이 될 수 없다"는 건방진 말이나 내뱉고 있길래 뭐랄까 인상이 좋지 않았다. 그 자신 도쿄대 법학과를 나와서 그랬을까 사실 그다지 관심밖인 일본 영화라곤 하지만 구로사와 아키라든가 오즈 야스지로라든가 아니면 최근의 소노 시온 처럼 주위에 회자되는 인물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를 보니 꽤나 괜찮았다. 처음엔 그저 오즈의 <동경 이야기>의 현대판 리메이크란 생각이 들었다. 장남의 직업, 첫째 딸도 그렇고 모든 것이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영화를 왜 다들 '오마쥬'라고 하는 지 알게 되었다. 단순히 시대를 바꿔 다듬은 정도가 아니라 사람이면 사람, 장면이면 장면 그리고 주제를 풀어내는 이야기 또한 충분히 절제되어있고 무엇보다도 겸손했다. 


    이 영화는 다분히 일본적인 내용이지만, 같은 동양이라서 그런지 우리와 비슷한 정서도 많이 있다. 여튼 자신의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일본이라곤 하지만 가족끼리도 뭔가 형식적인 모습이 역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서 벌어지는 서운함, 도시화로 벌어지는 가족의 해체 등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게 보여준다. 장남 위주의 가족관계, 출가한 후의 갈등 등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구석이 많아 이해하기가 쉽다.


    고전이란 소설도 마찬가지이지만 시대를 뛰어넘는 보편성이 있다. 시대를 관통하는 보편적 정서는 거의 대부분 인간의 본질, 우리 삶과 이웃의 관계에 대한 것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찌보면 진리에 대한 것을 다룬다기 보다는 참된 것을 추구하고 고민하는 태도에 대한 공감인 경우가 많다.


    그런 의미에서 <동경 이야기>는 일본의 고전이다. 원작이 1951년 나왔지만 그로부터 60년이 지난 2012년의 <도쿄 가족>역시도 굉장히 우리 삶에 다가와 있다. 몇 년만에 자식들을 보러 도시에 나온 연로하신 부모와 도시 속에서 각자의 생활 때문에 며칠 간의 불편함을 참지 못하는 자식들의 모습을 보면 단순하게 불효다 라고 단정하기엔 어쩔 수 없는 구석이 많다. 이 사회가 도시가 그런 구조이기 때문이다. 원작에선 이런 노부모를 가장 따뜻하게 맞이하는 것은 남편을 잃은 세째 며느리이다. 


    우리가 흔히 치레처럼 하는 말이 있다 "누추한 곳에 모시게 되어..', '차린 게 없지만 많이 드세요'라든가 하는 말들이다. 영화에선 그런 형식이 가장 아프다. 말보다 솔직함이 가장 슬픈 일이다. 가족같이라도 말이다. 원작의 세째는 없지만 이 작품의 세째는 가장 솔직하게 부모를 생각한다. 그런데 그 점도 단순히 세째가 가장 착해 라고 하기엔 여러가지 생각할 점이 있다. 우선 그는 도시에서 가장 필요한 경쟁심이라든가 욕심이 없다. 그래서 소위 프리타라고 하는 파트타이머 노동자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가 올라왔을 때 가장 자신의 마음을 표현함은 물론 그럴만한 시간도 있는 것이다.


    원작의 세째 며느리 역할인 아오이 유우 역시 빛난다. 냉랭해보이고 자존심 강한 아버지가 그에게 자신의 가장 소중한 사람의 유품인 시계를 건네줄 때 그 의미가 무엇일까,단순히 첫째, 둘째와 비교해서 가장 착하고 솔직하기 때문이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아마도 그것은 가족의 시작, 가족을 대하는 초심에 건네는 응원일 것이다. 처음 가족을 맺을 때 설레고 긴장되고 정성을 다하는 젊은이의 마음 말이다. 왜냐면 이 도쿄 가족들도 모두 예전에는 따뜻하고 화목하고 서로에 관심을 갖고 밝게 웃고 싸우고 했던 마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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